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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양수 Aug 29. 2024

[Heinz] 무엇이 우리 눈을 그토록 사로잡나

(Case Study #3) 생성형 AI는 마케팅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생성형 AI는 콘텐츠 마케팅을 어떻게 바꿀까.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뜬구름 잡는 AI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콘텐츠 마케팅에 적용되고 성과를 만들고 있는 '사례'를 살펴보자.


그렇게 다양한 브랜드 사례를 시리즈로 엮어가겠다.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저마다의 통찰을 길어 올릴 수 있지 않을까?

AI를 활용한 광고 시리즈! 다음으로 '하인즈 Heinz' 사례를  소개한다.






* 다른 사례들 먼저 보기




하인즈가 AI를 이용한 방식


하인즈는 이미지 생성 AI ‘달리 Dall-E’가 등장한 지 얼마 지나게 않아 이를 빠르게 활용했다. 자사의 브랜드가 케첩 카테고리 안에서 얼마나 탄탄한 이미지를 쌓아왔는지를 자신감 있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 때문에 AI를 활용한 광고의 대표 격으로 소개되곤 했는데,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하인즈는 생성형 AI Dall-E 2에게 "케첩 Ketchup"이라는 간단한 프롬프트를 입력한다. 결과는 누가 봐도 하인즈의 병 모양에 담긴 케첩 그림이 나온다. 좀 더 다른 명령어를 입력해도 유사한 결과다. 케첩 르네상스, 케첩 인상주의 등을 입력해도 하인즈 케첩 병 모양을 그려내고 있다.


케첩 카테고를 대표하는 상품이라는 걸 직접 보여주는 방식이다. 소위 말해 카테고리 킹이 누구인지 이야기한다. 결국 모든 브랜딩의 목적지가 바로 저 지점 아닐까. Top of Mind 비중을 가장 크게 차지하는 자리 말이다.


Heinz A.I. Ketchup


실제로 나도 GPT 4o를 통해 직접 확인해 봤다. “케첩 그려줘” “르나상스 화풍으로 케첩 그려줘” “인상주의 화풍으로 케첩 그려줘”. 결과는 하인즈가 Dall-E 2에 한 것과 거의 유사했는데. 실험 결과가 반복적으로 재현 가능하다는 점에서 하인즈가 던지는 메시지는 신뢰할만해 보인다.  


직접 Chat GPT 4o로 만들어본 이미지


물론 이런 방식은 자사의 확고한 브랜드 인지 자산이 있는 경우에만 유효한 전략이다. 예컨대, 앞서 소개한 도브의 경우도 유사한 방식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다. 물론 도브는 자사의 제품을 광고하기보다는 자사가 추구했던 가치를 소개한 것으로 결이 좀 다르긴 하다. 하지만 두 드랜드가 추구한 전략을 큰 맥락에서 일치한다. 특히나, 일관성 있는 메시지로 캠페인을 긴 시간동안 이어 온 점은 두 브랜드 모두 같다. 하인즈의 과거 행보를 살펴보면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하인즈의 캠페인 히스토리



하인즈는 2021년에 5개 대륙의 고객들에게 ‘케첩’을 그려 달라는 부탁을 한다. 일종의 실험카메라를 진행한 것. 당연히 그들이 그린 그림은 모두 하인즈 케첩 병의 모습이었다. 아마 나에게 부탁했으면 뚱뚱한 오뚝이 병을 그렸을 텐데. 요망한 하인즈가 판매 비중 높은 대륙 고객들에게만 부탁했나 보다. 어쨌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그들은 그 어설픈 그림을 그대로 옥외광고로 걸어 버린다. 지면광고도 집행한다.


* (2021년) 케첩 그리기 영상


* 고객이 그린 케첩을 옥외 광고로 이용



비슷한 광고는 또 있다. 한때, 모 레스토랑에서 하인즈 케첩 병에 다른 케첩을 채워 넣는 모습이 SNS상에서 화제가 됐던 적이 있었다. 비용절감을 위한 것이었는데, 사실 해서는 안 되는 행동에 많은 이들이 공분한 했던 사건이었다. 그런데, 하인즈는 이것마저도 마케팅으로 활용한다. 2023년에 유사한 장면을 재현하며 다음과 같은 옥외 광고를 만들었다. 하인즈여야만 한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려는 시도다. 이러한 노력이 통했던 걸까. 2024년 칸라이언즈에서는 앞서 소개한 하인즈 캠페인을 모두 묶어 Creative Effectiveness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할 수 있었다.


* 가짜 케첩 사건에 영감을 받아 만든 옥외광고 ('하인즈' 이어야만 합니다)



결국, 하인즈의 이 같은 캠페인을 통해 자사만의 차별화된 제품 이미지를 브랜드화시켜왔던 것이다. 그리고 AI를 그를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고 말이다.





무엇이 우리 눈을 사로잡을까   


이렇듯 하인즈의 독특한 모양의 케첩병과 로고는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된 것 같다. 병모양 하나만으로도 하인즈 인걸 알아볼 정도가 됐으니 말이다.  


사실 브랜드의 시각적 차별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이를 실험*을 통해 직접 밝힌 연구도 있다. 그 내용이 흥미로워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Ralf Van Der Lans와 동료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 106명을 모았다. 그리고 그들을 슈퍼마켓 판매대처럼 구성한 모니터 앞에 세웠다. 모니터에는 12개 브랜드의 커피가 나타나도록 했다. 아래 그림처럼 말이다.


106명의 사람들에게는 그중 한 브랜드를 찾도록 요청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은 아이트레커를 통해 추적했다. 그렇게 시선이 머무는 곳과 이동하는 곳들을 분석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통해 과연 어떤 시각적 요소가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지를 분석해 보았는데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시각적 두드러짐(Saliency)의 관점에서, 빨간색은 많은 브랜드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차별적 요소가 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이들이 빨간색을 볼 때 빠르게 시선을 옮겨버렸다. 반면, 파란색과 금색은 소수의 제품들만 사용하고 있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해당 색상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이는 특정 제품을 찾는데 중요한 단서로 작동했다. 그러니까 포인트는 차별화다!  


밝기 변화도 주의 집중의 차별적 요소였다. 피험자들은 밝은 부분보다 어두운 부분에 더 많이 집중했는데, 이는 어두운 색을 선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밝기 차이가 크게 나는 곳, 즉 제품의 윤곽선으로 인식되는 곳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사람들이 제품의 윤곽선, 쉽게 말해 제품 모양을 인식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뜻이다. 


추가적으로 분석한 내용에는 사람들이 주로 어디에 시선을 더 고정(fixation)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있다. 그를 보면, 사람들은 브랜드 로고나 색상 같은 시각적 요소를 텍스트 보다 더 많이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그러니까 광고에 제발 텍스트 좀 많이 넣지 말자!



이 실험이 말해주는 바는 분명하다. 시각적인 요소(색상, 밝기, 모양)는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찾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브랜드와는 분명한 차별적인 요소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빨간색일 때 파란색이 얼마나 돋보이는 결과를 만들었는지 모두 확인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품의 모양 또한 고객이 주의를 집중하는 요소였다.



이 실험은 우리가 브랜드나 제품을 디자인할 때 시각적 차별화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럼 우리 브랜드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상품의 패키징이나 제품의 모양도 보자. 어디를 보완해야 할지 갑자기 생각이 많아지지 않나.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래서 우리는 뭘 배울 수 있나


하인즈의 재미있는 AI 활용 사례로 시작한 글이, 브랜드의 시각적 차별화 문제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이야기를 확장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하인즈가 AI를 흥미롭게 활용하고 있다는 단편적인 얘기 하나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하인즈의 케첩통과 로고가 그 모양만으로도 하나의 차별화된 브랜드로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이것은 제품 디자인의 승리 일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 쌓아온 인지 자산의 승리일 수도 있다. 더 차별화된 모양으로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꾸준하게 마케팅을 이어온 결과 일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위에서 그러한 캠페인 히스토리를 살펴보기도 했다.


브랜딩을 하는 이유는 고객의 인지 속에 우리가 원하는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기 위함이다. 이러한 과정은 일관성을 기본으로 한 시간의 퇴적 속에서만 가능하다. 어느 날 갑자기 하인즈가 AI를 짠! 하고 들고 나온 것이 대단한게 아니다. 긴 브랜딩 과정 속, 하나의 전술로 AI를 활용한 것이다. 이번 글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그 지점이다. 우리는 브랜드를 만들고 마케팅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AI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고민해야 한다. 그럴 때 AI는 우리 브랜드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하인즈의 AI 활용 사례를 통해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다.



* 마케터를 위한 팁

 - 시각적 차별화 요소는 고객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중요한 요소

 - 하인즈는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인지자산을 잘 쌓아옴

 - 우리 브랜드의 차별화된 자산을 AI를 통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 참고 문헌 (106명의 대상으로 한 실험이 자세히 등장한다)

 - Ralf Van Der Lans, Rik Pieters and Michel Wedel (2008). Eye-movement analysis of search effectiveness. Journal of the American Statistical Association, 103(482), 452-461.






* 글쓴이의 책 소개


* 글쓴이의 EBS방송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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