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4) AI는 마케팅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생성형 AI는 마케팅을 어떻게 바꿀까.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을 살펴보자. 뜬구름 잡는 AI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마케팅에 적용되고 성과를 만들고 있는 '사례'를 알아보고자 한다.
그렇게 다양한 브랜드 사례를 시리즈로 엮어가는 중이다.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저마다의 통찰을 길어 올릴 수 있지 않을까? AI를 활용한 마케팅 시리즈, 이번 사례는 코카콜라이다.
게미피케이션 Gamification은 게임적 메커니즘을 게임이 아닌 곳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문제해결을 위해 보상, 경쟁, 레벨업 등 좀 더 흥미로운 장치를 활용해 참여자의 몰입을 유도하는 것이다. 예컨대, 학습과정에 적용 해 보자면, 노잼으로 점철된 학습에 퀘스트, 배지, 등급 등의 요소로 재미라는 떡밥을 뿌린다.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을 참여시키려는 고민과 노력이 담겨 있는 묘수라 불리는 이유다. 마케팅 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광고라고 하면 학을 떼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우리 광고 좀 알아봐 달라고 해봐야 결과는 뻔하다. 그러다 보니 마케터들도 고민하게 된다. 재미라는 묘수를 어떻게 뿌려둘지 말이다.
특히나 다양한 유인동기로 고객의 참여를 만들 수 있다면 효과는 배가 된다. 이번글에서는 그렇게 참여의 재미를 십분 끌어올리고자 노력한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다. 바로 코카콜라의 사례다. AI를 통해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고객 경험을 설계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자.
코카콜라는 AI를 다양한 방식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며 교과서적인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중 ‘마스터피스’라는 영상은 AI로 얼마나 완성도 높은 광고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다. 내용은 이렇다. 영상 속 주인공은 미술관에서 그림을 그리려다 말고 몽상에 빠진다. MBTI의 N영역이 최대치까지 올라간 사람이었는지, 명화 속 주인공들이 코카콜라 병을 잡아 던지는 상상을 한다. 피카소, 뭉크, 고흐가 그린 그림들이 차례로 등장하며 해당 그림 속 인물들이 콜라병을 잡아 들고 서로에게 던져 준다.
다양한 고전적 명화에 현대적 코카콜라의 모습이 절묘하게 녹아드는 모습이 볼거리다. 콜라가 있어서는 안 될 공간(예컨대, 고흐의 침대 위)에 콜라를 재현에 냄으로써 맥락을 파괴하고 위트를 만든다. 영상 속 잘 알려진 미술 작품들은 저마다 시대로 다르고 화풍도 다르다. 그런데 코카콜라는 각 작품 속 화풍들을 통해 코카콜라의 모습을 이질감 없이 재현해 낸다. 절묘하게 녹여 낸다. 그래서 일단 한번 보면 넋을 놓고 보게 된다. 코카콜라는 이 영상을 위해 생성형 AI 스테이블 디퓨전을 사용했다고 한다. 과거 같았으면 긴 시간 동안 값비싼 후반작업을 거쳐 완성되던 과정이 AI를 통해 혁신적으로 구현해낸 것이다.
코카콜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마스터피스’ 같은 히어로 콘텐츠로 고객의 눈을 사로잡았다면, 고객을 참여시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공모전을 연 것이다. 고객이 만든 디지털 예술 작품을 출품할 수 있게 했다. 코카콜라는 이 이벤트를 위해 Chat GPT와 Dall-E의 기능을 결합해 이미지 생성형 AI 플랫폼을 개발했다. 그간 코카콜라가 마케팅에 활용했던 북극곰과 산타할아버지 독특한 폰트 등을 해당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고객은 간단한 텍스트만으로도 코카콜라와 연관된 이미지를 만들어 볼 수 있었다.
생성형 AI가 처음 등장했을 때, 누구나 한번쯤 사용해 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물론 AI플랫폼을 가입하고 프롬프트에 익숙해 지며 어쩔 때는 유료로 구독을 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은 분명한 허들이 된다. 굳이 그렇게 까지 해가며 생성형 AI를 경험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AI를 경험해 보고 싶은 욕망과 허들을 넘어야 하는 번거로운 사이에 있는 고객들을 위해, 브랜드는 절충점을 찾아낼 수 있다. 번거로움을 없애고 지금 이벤트 페이지에서 단순한 텍스트 한번으로 고객의 의도대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들이 아래와 같은 이미지다.
그런데 마케터가 이런 이벤트를 설계할 때 가장 두려워 하는 포인트가 있다. 그건 바로 고객의 참여율이다. 누군가는 호기심에 참여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그냥 재미로 한번 해 볼 수도 있지만, 코어타깃을 제대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분명한 유인동기가 있어야 한다. 바로 ‘보상’이 필요한 것이다. 입맛 싹 도는 경품은 기본이지만, 단순히 경품만으로는 약하다. 그 이상의 것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코카콜라는 과연 어떤 ‘보상’을 심어 뒀을까? 이걸 좀 더 살펴보면, 코카콜라가 뭘 원하고 있는지 그리고 핵심 참여자들은 누가 될지 예상해 볼 수 있다. 코카콜라는 우수작의 경우 타임스퀘어 등 대형 옥외광고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참여자 중 30명을 선발해 코카콜라와 Open AI가 함께 주최하는 AI 아카데미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경쟁적’ 요소를 통해 ‘레벨’을 나누고 ‘보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코카콜라가 광고를 걸어 주는 것에 큰 관심을 갖는 이들은 누굴까? 생성형 AI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을 베네핏으로 느끼는 이들은 누굴까?
아마도 그런 스펙이 필요한 업계 지망생 또는 디자이너나 인플루언서 아닐까. 어떤 식으로는 마케팅씬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들이다. 코카콜라는 바로 이들을 붙잡고 싶었던 것 같다. 이들의 입을 통해 자사의 마케팅 활동이 확산되길 바랐을 것이다. 바로 AI의 등장과 함께, AI를 활용한 디지털 아티스트들이 태동하고 있는 바로 이 시점에 말이다.
그런 면에서 코카콜라가 설계한 이번 이벤트는 흥미롭다. 우리는 다양한 SNS와 미디어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그리고 그러한 플랫폼과 함께 떠오른 스타들을 잘 알고 있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로 시작해 글로벌하게 영향력을 떨치는 이들을 오늘도 마주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AI라는 플랫폼이 주목받기 시작할 때 든든한 아군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브랜드가 만든 일회성 행사를 통해 인플루언서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마케팅이란 관계를 지속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그런 맥락에서 코카콜라는 관계는 시작을 앞선 캠페인을 통해 만들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사한 사례를 한 가지만 더 살펴보자. 바로 르노의 사례다. 르노 역시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해 고객의 참여를 이끌고 있다. 콤팩트카인 ‘트윙고’의 30주년을 기념해, 나만의 트윙고 이미지를 만들어 보자는 캠페인을 통해서다. 누구나 생성형 AI를 활용해 나만의 트윙고를 만들어 참여해 볼 수 있는데, 우수작은 실제 자동차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각종 전시를 통해, 자사의 콘셉트카를 공개한다. 그때마다 미래적인 디자인과 과감한 시도를 통해 주목받기도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번 캠페인에서는 더 이상 아쉬운 마음을 갖지 말라는 의도였을까. 누구나 자신의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르노의 사례는 AI활용의 고객 참여가 단순한 마케팅 캠페인을 넘어, 제품 개발 프로세스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소비자 주도 혁신'이라는 더 큰 그림을 생각하게 한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공동 창작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르노의 캠페인은 AI를 활용한 고객 참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일시적인 관심 끌기나 홍보를 넘어, 실제 비즈니스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참여 전략을 고민해 봐야하는 이유다. 결국 AI는 소비자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고, 이는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만들 수 있다.
브랜드는 항상 고객의 관심과 참여를 필요로 하지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세상에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고객은 굳이 브랜드가 만드는 지루한 것들에 관심 가질 틈이 없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마케팅 활동에 '재미'라는 양념을 뿌리기도 하고, 꼭 참여해야 하는 '동기'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AI를 통한 색다른 경험이 '재미'를 만드는 요소였다면, 내가 만든 AI를 타임스퀘어에 걸어주겠다는 건 참여를 위한 '동기'가 된다. 요즘 그렇게 핫한 Open AI와 손잡고 생성형 AI에 대한 교육을 해 주겠다면 그 또한 업계사람들에겐 군침 싹 도는 메리트가 된다. 그렇게 코카콜라는 자사에 우군이 될 코어 타깃들을 차곡차곡 모으는 설계를 했다.
"대체 이런 이벤트는 왜 여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이러한 메커니즘이 정교하게 짜인 기계처럼 돌아가고 있다. 물론 그렇게 치밀하게 설계해도 냉랭한 고객의 마음을 붙잡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정교하게 기획되지 않은 캠페인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감이나 요행 덕분에 한두 번은 성공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대중과 한두 번 만나는 것이 아니다. 고객과 꾸준한 관계를 쌓아 나가는 것! 그렇게 우리를 지지해 주고, 심지어 우리의 생각과 관점에 공감하는 팬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마케팅의 본질이자 우리가 일하는 이유다.
그렇기에 마케터는 더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닐까. 우리 브랜드는 고객의 참여를 위해, 과연 어떤 "재미"와 어떤 "동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지 이 글을 통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 참고 자료
- 코카콜라의 크리에이트 리얼매직 캠페인(코카콜라 홈페이지)
- 르노의 리인벤트 트윙고 캠페인(르노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