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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양수 Oct 13. 2024

지금 유튜브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변화

(Insight) AI는 마케팅을 어떻게 바꿀까

요즘 마케터 A는 생성형 AI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ChatGPT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미드저니Midjourney로 이미지를 만들며, 런웨이Runway로 영상까지 제작한다. 간단한 소셜미디어 포스팅은 AI의 도움으로 뚝딱 만들어 낸다. 하지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콘텐츠 제작 환경 쉬워졌는데… 정작 고객들에겐 어떻게 노출 할 수 있을까?"


바로 노출과 도달에 대한 고민이었다. 제작환경은 크게 바뀌고 있었지만, 콘텐츠를 노출하는 환경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콘텐츠 생산이 쉬어지면서 더 많은 콘텐츠가 양상 되자,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듯했다. 이 많은 콘텐츠 중 굳이 우리 걸 봐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광고를 좀 더 돌려야 하나?"


마케터 A는 생각했다. 유튜브 광고를 집행하면 잠재고객을 찾아 원하는 시점에 메시지를 노출할 수 있었다. “이번 시즌 세일도 알려야 하고, 신제품도 알려야 하는데.”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내가 원하는 고객에게 도달하기 위해, 광고는 꽤 괜찮은 수단이었다. 특히나 우리 상품에 관심 있는 고객을 찾아내 광고를 할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인 방법이었다.


“그런데 좀 이상해... 요즘 상황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


A는 최근 플랫폼의 광고 효과가 이전 같지는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랫폼에서 광고를 안 보는 이들도 점점 늘고 있는 듯 했다. 광고가 재미없어서 스킵버튼을 누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유료 구독을 하며 광고를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뭐가 문제일까. A는 이번달 광고 성과 지표를 들여다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사실 지금까지의 플랫폼 비즈니스는 3개의 축이 균형을 이루며 돌아가고 있었다. '플랫폼'이 사람을 모으면, '기업'은 돈을 내고 광고를 집행했다. 그 돈을 받아 플랫폼은 수익을 냈고 더 많은 고객이 몰릴 수 있는 환경(인프라+서비스)을 만들었다. '고객'은 이 덕분에 공짜로 재미있는 콘텐츠를 볼 수 있었다. 대신 광고를 봐야 했지만 말이다. 기업-플랫폼-고객, 이렇게 세 주체가 각자의 비용을 치르며 각자 취할 것을 가져가는 방식의 균형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균형에 균열이 생긴 것 같다. 균열의 발단은 이렇다. 누군가는 이런 상황이 불만족스러웠을 것이다. “아, 더 이상 광고 보기 싫어! 지긋지긋해!”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은 유료 서비스로 옮겨 갔다. 물론 “그렇게 비싼데, 돈을 내고 옮겨간다고?”라고 생각한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변함없이 무료 이용을 지속한다. 하지만 수요가 있는 곳에 언제나 공급이 있다. 플랫폼은 유료 구독자의 확대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확보하는 중이었다.


유료 구독과 무료 이용에 대해 이야기 하다 보니,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돌고 있는 짤이 하나 나 생각난다. 바로 유튜브 프리미엄에 대한 내용이다. 짤에서는 유튜브를 유료구독하지 않고 그냥 보는 사람들의 참을성이 대단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참을성, 인내심, 온화함, 성실함이 있다며 이건 진심으로 인강성에 대한 증거라고 한다. 인간성에 대한 증거는 무슨! 실은 어떻게 그걸 참고 앉아 있냐고 무료이용자들을 돌려 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도탁스 카페)



짤에서 말한 것처럼 유튜브에서 광고를 보며 이용하는게 만만치 않는 일이다. 게다가 요즘들어 부쩍 광고가 늘어나고 있는 걸 나도 체감 중이다. 유튜브를 시청 시간 또한 점점 늘어나다 보니, 좀 더 편하게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하나둘씩 유료로 옮겨가다 보면, 유튜브도 넷플릭스처럼 유료 플랫폼으로 바뀌는 것 아닐까. 넷플릭스는 오히려 광고형 저가 요금제를 내고 있는 데, 유튜브는 그와 반대의 행보라는게 흥미롭다. 결국, 콘텐츠 플랫폼은 유료와 무료가 섞인 하이브리드 형태로 모두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시간빈곤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시간을 아끼고 싶? 그럼 돈과 시간을 교환할까."


과연 이런 플랫폼의 환경 변화가 우리 비즈니스와 마케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이제부터는 유튜브 생태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의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 보자. 그리고 마케터로서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살펴보자. 





변화의 시작



유튜브 프리미엄은 유튜브를 광고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다. 영상 시청 중에 광고로 인한 방해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게 크나큰 장점이다. 게다가 화면을 끄고 소리만 들을 수 있고 유튜브 뮤직을 덤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격이 문제다. 1개월에 무려 14,900원! ‘무려’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케이블 방송이나 IPTV 유료 방송은 물론 다른 OTT 플랫폼과 비교해 봐도 높은 가격 수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튜브가 무료로 시작한 서비스라는 걸 고려해 보면 이걸 굳이(?) 돈 주고 보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런데 얼마 전 나스미디어에서 흥미로운 조사 하나를 발표했다. 바로 OTT 서비스 이용률에 관한조사다. 이 자료를 보면,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의 비중을 알 수 있는데. 무려 31.7%의 고객이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독 중이었다. 그러니까 유튜브를 시청하는 사람 중 세 명 중 한 명은 유료로 시청한다는 것이다. 거리를 지나는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유료 구독자였다니. 진짜로 나 빼고 다쓰는 건가 싶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20대의 54.1%, 전체연령의 31.7%가 이용 중 (출처: 나스미디어 2024 NPR타겟리포트 20대)


더 놀라운 건 그 다음이다. 연령대 별 유료 구독자 비율일 살펴보니, 20대의 유료 구독 비율이 상당히 높다. 특히, 20대 남성만 놓고 본다면, 무려 54%가 넘는 이들이 유료 구독을 하고 있었다(나스미디어 2024 NPR ). 그러니까 20대 남성은 둘 중에 한명이 유료로 유튜브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유료 미디어가 이렇게 높은 구독율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한편, 20대는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약한 세대 일텐데, 왜이렇게 과감하게 유료 구독을 할까 의문이 든다. 


답을 찾기 위해선 이들의 미디어 소비 패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미디어 콘텐츠를 가장 많이 시청하고 소비하는 세대이기도 한데, 특히나 다양한 유료구독 모델에 익숙하다. 트렌드 서적에서는 ‘경험을 소비하고 싶어 한다', '가심비를 추구하기에 구매가 아닌 구독을 한다' 등의 말로 이들의 경향성을 해석하고 있다. 그러니까 무언가 하나를 구매해서 오래도록 쓰는게 아닌, 구독을 통해 다양하게 경험해 보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 다양한 경험의 가치를 높게 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이런 구독에 익숙한 세대이다보니 유튜브 유료 구독에도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적었던것 같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2023년 OTT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개인당 평균 유료 콘텐츠 구독수는 1.8개에 달한다. 이는 여러 명이 모여 구독료를 줄이는 일종의 치팅 행위를 통해 더욱 확산 될 수 있었다고 본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카페에서는 구독서비스를 함께 나누는 이른바 '파티원 모집'글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 이유다. 게다가 방통위의 조사를 보면, 20대의 무려 84.1%의 유저들이 유료 OTT 서비스를 경험했다. 다양한 시청 경험을 위해, 여러 가지 플랫폼을 유료로 구독하는 것이 이제 더 이상 이상하지 않는 시대다. IPTV나 케이블 방송에서 지속적으로 해지가 발생하며, 이른바 코드커팅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는 것과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흥미롭다.  


최근 1년 유료 OTT서비스 이용자(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출처: 방송통신위원회. 2023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


* 관련기사 - 디지털 콘텐츠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사용한다



물론 20대의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률이 높은 건, 그들이 디지털 플랫폼에 가장 익숙한 세대라는 원인도 있다. 그러다 보니 20대들이 자주 모이는 온라이느 커뮤니티에서는 구글 아이디를 여러 개 만들어 유튜브 프리미엄을 무료로 이용하는 체험기가 올라오기도 한다. 아이디를 하나 만들 때마다 1~2개월 무료 사용 서비스가 나오는 걸 활용하는 것이다. 어둠의 경로인 VPN을 활용해 아프리카나 남미국가에서 로그인 한 것처럼 우회접속을 하면 좀더 싼 가격으로 유튜브 유료구독을 할 수 있다. 이는 구글이 나라마다 다른 요금정책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방법인데. 사실 가격차별화 정책의 헛점을 노린 일종의 치팅행위로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모 방송사 뉴스의 인터뷰에 “저는 터키로 이민 간 상태에요”라며 웃지 못할 얘기를 하는 이도 있었다. 


유튜브 프리미엄 우회 가입 관련 인터뷰 / 실제로 터키 이민 간 건 아닙니다(출처: 채널A)


여담이지만 이러한 우회 가입의 한가지 단점이 있는데 유튜브 뮤직 랭킹이 해당 지역을 기준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터키로 우회 가입하면 터키의 음원랭킹을 훤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덤으로 생긴다. 내친김에 그들의 취향을 탐구해 보는 기회로 삼아야 하나 싶은데 아마 내 취향은 아닐 것 같다. 이러한 치팅 행위가 아름아름 퍼지는 이유는 하나다. 같은 서비스인데 국가별로 가격을 차별화 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암시장이 생기는 이유다. 어쨌든 유료로 전액을 내든 굳이 터키 음악을 즐기면서    까지 비용을 줄이든, 고객들의 유료 구독 이유는 분명한 것 같다. 광고 때문에 내 유튜브 시청을 방해받고 싶지 않은 것이다.  





변화의 의미



유튜브 유료 구독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마케터에게 남다른 의미다. 특히나 그간 유튜브 광고집행을 해 왔던 기업에겐 더욱 그렇다. 유료 구독자 증가한다는 건, 광고 노출이 원천 차단되는 고객 수가 늘어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건 단순히 유튜브 광고를 시청하는 비율(View-Through Rate)이 떨어진다거나 광고 회피 성향이 높아진다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이는 광고주의 입장에서 유튜브의 매체파워가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우리 메시지를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도달시킬지, '도달율'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는 마케터에게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도달률의 의미를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도달률이란 우리 광고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 되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통상 우리 브랜드의 잠재고객을 분모에 놓고, 그 중 광고에 노출 된 사람을 분자에 놓은 값으로 계산 할 수 있다. 이는 마케팅 캠페인의 성과를 측정하고 미디어 효과를 계산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이다. 


예를 들면, A라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잠재 고객이 전국에 100명이 있다고 해보자. 마케터로서 우리의 1차 목표는 이 100명에게 우리 상품을 알리는 것 이다. 이때 광고를 집행해 30명의 고객에게 우리 광고를 노출시켰다면, 도달율은 30%가 된다. 하지만 30%로는 부족하다. 우리의 목표는 100명에게 도달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X라는 매체에는 우리의 잠재고객이 10명이 있고, Y라는 매체에는 우리 잠재고객이 80명이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과연 어떤 매체에 매력을 느낄까. 당연히 Y다. Y매체의 커버리지가 X매체보다 높기 때문이다. 물론, 각 매체별로 한명의 고객에게 도달 하는 비용을 비교해 봐야 한다. 그리고 매체 별로 고객의 가치(Lifetime Value)가 동일한지 비교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변수가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 굳이 X매체를 이용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다시 유튜브로 돌아가 보자. 유료 고객수가 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잠재고객 수가 점점 줄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위의 Y라는 매체에 우리 잠재고객이 80명이 있다고 했는데, 이게 70명, 60명, 50명으로 점점 떨어 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물론, 대안이 없다면 우리는 여전히 Y매체에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진다면 광고 매체로써 Y매체의 매력도는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개념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 원리인 네트워크 효과로도 설명된다. 네트워크 효과란, 플랫폼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면 다른 참여자(콘텐츠 공급자, 플랫폼 사업자 등)에게도 이익이 되어 더 많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제공되며 플랫폼 전체의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다.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플랫폼 비즈니스는 고객이 많이 모일 수록, 그리고 많은 시간을 보낼 수록 그 가치가 올라간다. 플랫폼에 머무르는 고객들이 만들어 내는 방대한 데이터는 새로운 사업 기회의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마케터 입장에서 이러한 방대한 데이터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많은 고객이 모여 있고, 그들의 취향과 선호도까지 파악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매체가 없다. 어떤 고객이 우리 상품에 관심이 있을지 예측할 수 있으며, 그들을 대상으로 상품 광고부터 신제품 프로모션까지,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랫폼의 전체 이용자 수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마케터들이 주목하는 핵심 지표가 된다. 그런데 유튜브 유료 고객이 는다는 것은 이러한 대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말이다. 광고를 집행해야 하는 마케의 입장에서는 네트워크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 이쯤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독자가 있을 것 같다. "줄어든 고객에 대해서는 유튜브가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 광고를 노출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꼭 광고가 아니라 다른 방법을 통해 그들에게 도달할 수 있지 않나요?" 여기까지 생각했다면 훌륭하다.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지는 않지만, 잃어버린 고객을 되찾아 올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에 대해 이어서 이야기해 보자.  




우리의 전략



그럼 잃어버린 그들(유로 구독을 하는 그들)을 되찾아 올 수 있는 전략엔 과연 어떤 게 있을까? 크게 세 가지 전략이 있을 것 같다. 하나씩 살펴보고 우리 브랜드에 맞는 방법을 찾아 보자. 


첫째, Owned Media 전략이다. 이는 브랜드가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유튜브에서는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채널을 의미한다. 실제로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을 만큼 이는 이제 필수적인 마케팅 수단이 되었다. 이 전략의 핵심은 브랜드가 하나의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자발적으로 찾고 구독할 만한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다. 


이때 광고를 통해 우리 영상을 강제 노출 하는 것이 아닌,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자연스럽게 추천 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광고를 피해 유료 구독으로 피신한 고객들에게 도달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으니 당연하다. 결국, 유튜브 생태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추천 되거나 고객들이 찾아 보고 싶게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말의 무게감은 상당한데, 이는 곧 수많은 전문 유튜버들의 콘텐츠와 직접적인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오직 재미만 생각하며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들도 성공하는 게 쉽지 않은게 유튜브 인데. 브랜드가 그들과 함께 경쟁해야 한다니 결코 만만치 않은 상황인 것이다. 


관련 글. 유튜브에서 추천 받는 영상은 어떤 것(AI 노출 알고리즘 이해하기)


게다가 앞선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유튜브는 지금, 연예인 채널 증가와 미디어 전문 기업의 진출 확대에 따라 그야말로 콘텐츠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고객의 눈높이는 그만큼 올라가게 되었다. 상황이 이쯤 되니, 기업은 이제 스스로 콘텐츠 제작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우리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대강 예능 형식으로 버무려 보겠다는 생각은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추천되지 않는다면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유튜브 생태계 안에서 어설픈 영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수 있다. 제대로 만들게 아니라면 시작부터 해선 안되는 것이다. 결국, 재미만을 추구하는 유튜버들과 경쟁해도 결코 밀리지 않을 정도의 고품질 영상을 브랜드가 만들어내야 한다. 콘텐츠만 전문으로 만들어 내는 미디어 전문 기업들도 고전하고 있는 이 바닥에서 브랜드는 정말로 이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 


그 어려운 일을 실제로 해내고 있는 기업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토스다. 토스는 머니그라피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채널의 B주류경제학 시리즈는 눈여겨 볼 만 하다. 일상속 문화, 예술 등에 숨어있는 경제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본다는 취지의 콘텐츠인데 토스의 직원과 회계사가 고정으로 출연한다. 매번 게스트가 등장하며 새로운 주제에 대해 딥한 토크를 이어가는데, 좋아요나 댓글 등의 고객 반응이 상당하다. 흥미로운 점은 콘텐츠 안에서 토스나 관련 상품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쉬운 경제'라는 토스의 미션을 확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듯 하다. 콘텐츠의 채널의 팬이 장기적으로 토스의 팬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일까. 고객과의 관계 형성을 위해 우선은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재미있는 포인트는 더 있다. 토스는 유튜브 채널 영상을 자체 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 제작사에게 외주를 맡기는 것이 대부분의 기업이 실행하고 있는 방식인데, 토스는 전혀 다른 방식을 취한 것이다. 방송사 PD, 작가 출신의 인력을 채용하고 그들이 영상 기획 부터 제작까지 모두 직접 해 나가고 있다. 방송사가 아닌 일반 기업이 이런 구조를 갖추는 건 이례적이다. 게다가 보수적인 금융회사가 이런 구조를 갖췄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유튜브 생태계에서 기업은 스스로가 미디어 제작사가 되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토스는 이러한 시대상을 온몸으로 느끼며 제작인력을 인하우스에서 소화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의 장점은 그업 내부의 니즈를 순발력있게 실행할 수 있고, 장기적 관점에서 책임있게 채널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주 제작사의 경우 브랜드와 이해 관계가 서로 다를 수 있다. 예컨대, 수수료 극대화를 위해 제작 규모를 최대한 크게 하거나 프로젝트 단위의 제작에 따라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의 스토리를 끌고가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제작인력 내부화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며, 유튜브 생태계에서 브랜드의 팬을 모아가는데 일조할 수 있는 것이다. 



토스의 'B주류 경제학' (출처: 머니그라피 채널)


둘째, 콜라보 전략이다. 브랜드는 유튜브 생태계 내에서 이미 잘나가고 있는 채널에 우리 상품을 노출하는 방식으로 협업 할 수 있다. 잠재고객들이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에 협찬을 하거나 PPL을 하는게 대표적이다. 그렇게 고객이 재미있게 시청하는 콘텐츠 속에 우리의 마케팅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녹이는 방식이다. 이는 광고를 원천적으로 보지 않는 시청자들에게 비교적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전략인데. 특별히 우리의 고객들이 ‘즐겁게’ 시청하고 있는 맥락 속에서 우리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어떠한 맥락에서 우리 상품을 보여주느냐는 마케팅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다. 노희영 씨는 저서 '노희영의 브랜딩 법칙'에서 자신이 출시한 브라우니의 마케팅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내용이 인상적이라 잠시 소개하자면 이렇다. 그녀는 빅뱅 콘서트에 입장하는 관객들에게 브라우니를 공짜로 나눠줬다고 한다. 고객의 관점에서 본다면,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이 나오는 콘서트 장에서 행복이 절정에 이르는 시간 동안 쿠키 맛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쿠키는 무조건 맛있을 수 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ㅎㅎㅎㅎ 당시 브라우니는 상당한 고가였음에도 히트 상품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콘서트 마케팅 한 번 때문에 성공한 것은 아닐거다. 하지만 어떤 맥락속에서 제품이 소비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좋은 일화임에는 틀림없다. 같은 맥락에서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빳빳하고 두툽한 잡지에 주로 광고를 한다.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맥락속에서 자사의 브랜드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노희영은 빅뱅 콘서트에 입장하는 이들 손에 브라우니를 하나씩 쥐어 줬다고 한다. 우리 브랜드는 어떤 맥락에서 소비되고 있을까?


다시 유튜브로 돌아가 보자. 인기 유튜버의 콘텐츠 속에 우리 상품을 노출하는 것은 즐거움의 맥락속에서 광고를 할 수 있다는 강점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유튜버의 콘텐츠 속에 우리 상품이 들어가는 것이다 보니 표현방식이나 메시지 구성 등 브랜드가 디테일한 통제력을 갖기 어렵다. 게다가 눈에 보이는 제품이 아닌 '서비스'를 노출해야 하는 경우 상황이 복잡해 진다. 통상의 서비스는 무언가를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처음으로 출시하는 서비스라면 고객들의 머리 속에 기본적인 개념조차 없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상적인 그 무엇에 대해 하나씩 설명해 나간다면? 사실상 PPL 방식으로 소화하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PPL은 즐거움의 맥락 속에서 우리 제품을 노출한다는 장점이 있다(출처: 피식대학 채널)



셋째, 유튜브 밖 광고 전략이다. 가장 직관적이며 심플한 방법은 다른 매체에도 광고를 하는 것이다. 하나의 매체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잠재 고객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매체 믹스를 구성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다. 물론 매체 믹스는 각 매체의 특성과 잠재 고객, 임팩트 파워 등을 고려해야 한다. 각 매체는 서로 간의 상관계수가 낮을수록 다양한 고객에게 도달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잠재고객이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모든 걸 연금술사처럼 고려해, 뿅 하고 환상의 비율을 도출해 내는 게 과연 가능한가 싶긴 한데. 이 분야에서도 다양하고도 방대한 선행 연구가 존재한다. 또한 실제로 기업에서는 우리 기업에 맞는 조합을 찾기 위해 고객조사와 도달률 추적을 실행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TV광고와 유튜브 광고의 최적 조합을 시뮬레이션해 제안해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각 매체 집행 비율은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고 최선을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봐주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매체에 광고를 하는 방법 말고, 훨씬 더 정밀한 방법도 있다. 정확하게 유튜브 프리미엄을 쓰고 있는 고객을 찾아내 그들에게만 우리 광고를 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예컨대, 안드로이드 폰의 경우, AD ID를 통해 모바일에서의 온라인 활동을 추적할 수 있다. AD ID 란, 안드로이드 단말에 부여되는 고유 식별자(식별 ID)인데 이를 통해 사용자의 모바일 사용 패턴을 분석해 볼 수 있다. 웹브라우저에서 쿠키를 통해 유저의 행동 패턴을 추적하고 분석해 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이런 원리를 활용해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를 추정해 볼 수 있는데,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는 대부분 유튜브 뮤직 어플을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한다. 그러니까 유튜브 뮤직 앱을 깔고 사용하는 AD ID가 있다면, 이 ID는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라고 추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추정된 AD ID를 대상으로 우리 광고를 노출할 수도 있다. 이런 AD ID를 활용해, 유튜브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해당 고객에게 광고를 노출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구글에서는 앞으로 이런 방식을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제 3자(3rd Party)가 쿠키나 AD ID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정책을 통해 말이다. 구글은 2024년 말 까지는 크롬브라우저에서 쿠키 사용을 금지할 예정이며, AD ID 대신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개인정보보호 이슈와 맞물려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앞으로 3rd Party 플랫폼이 쿠키나 AD ID를 활용해 타깃광고를 지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생각해 볼거리



지금까지 유튜브 생태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의미, 그리고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세 가지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유튜브 생태계에서 유료 구독자는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는 유튜브가 광고매체로써 매력도가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케터인 우리는 세 가지 전략을 취할 수 있다. Owned Media 전략, 콜라보 전략, 유튜브 밖 광고 전략이 그것이다. 각 전략은 분명한 장점이 있지만 한계도 있다. 그렇기에 장단을 이해하고 우리 브랜드의 목표와 상황에 맞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우리를 둘러싼 비즈니스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면, 대체 그 변화는 어떤 모습인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변화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해석을 통해 우리는 어떤 전략을 취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글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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