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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양수 Aug 25. 2024

[Volvo] 그래서 혁신은 비주류에서 피어난다

(Case Study #1) 생성형 AI는 마케팅을 어떻게 바꿀까

생성형 AI는 광고 산업을 어떻게 바꿀까.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뜬구름 잡는 AI 이야기가 아닌, 실제로 콘텐츠 마케팅에 적용되고 성과를 만들고 있는 사례를 살펴보자. 그렇게 다양한 브랜드 사례를 시리즈로 엮어가 보고자 한다. 하나씩 사례를 따라가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저마다의 통찰을 길어 올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이제부터 AI를 활용한 광고 시리즈 그 첫 번째 사례를 소개한다.







순도 100%의 생성형 AI 영상



얼마 전 공개되어 이슈를 모았던 볼보의 광고가 있다. 100% 생성형 AI로 제작되었음에도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업계 사람들이 있던 단톡방에서는 “이거 봤어?!” 라며 적잖게 링크가 돌았다.


영상의 시작은 이렇다. 황량한 도시. 회색빛 도로를 질주하는 볼보 XC60이 등장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거침없이 해당 차량을 따라간다. 그러다 볼보가 지나가는 길마다 작은 변화가 시작된다. 바로 새싹이 자라나고 있다. 그러다 나무들이 자란다. 급기야 볼보가 지나간 길은 숲이 돼 버린다. 볼보가 추구하는 친환경의 가치를 시각화 한 방식이 탁월하다. 게다가 이 모든 걸 촬영 하나 없이 만들었다니!


* 생성형 AI로 만든 Volvo 콘텐츠





그런데 이 영상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어 있다. 실은 볼보가 제작한 영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 누굴까. Laszlo Gaal이라는 개인이다. 그는 이걸 만드는데 고작 24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바로 생성형 AI를 사용해서 말이다.


통상 광고를 기획하고 촬영한 후 후반작업까지 마무리하는 데는 최소한 4주가 걸린다. “이건 긴급 건이에요!”라는 말이 업계에서 두루 사용되는 인사말 같은 것이긴 한데. 아무리 긴급건으로 처리하더라도 촬영 스케줄을 잡고 편집을 하는데 몇 주가 호로록 가버리는 건 예삿일이다. 게다가 벽에서 피어나는 새싹을 CG로 심으려면? 하… 광고 대행사를 아무리 재촉해 봐야 “차장님 잘 아시잖아요”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알긴 뭘 아는가. 여기저기에서 시사보고는 언제 하냐고 물어올 때면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 그러다 보면 ‘내가 다시는 CG 많은 광고 하나 봐라!’고 혼잣말을 하며 어금니를 깨문다.


그런데 위 영상을 제작한 Laszlo Gaal 은 이 정도 완성도의 결과물을 24시간 안에 해치웠다고 한다. 물론 자서 다 한건 아니고, 5명이 한 팀이 되어 매달렸다고는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속도는 놀랍다. 놀라운 점은 이 영상이 일반인에게도 공개된 생성형 AI '런웨이'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런웨이'로 말할 것 같으면 TTV(Text To Video)가 가능한 플랫폼인데, 쉽게 말해 텍스트를 치면 영상으로 짠 하고 변환해 준다. 그러니까 고등학생도 프롬프트만 잘 입력하면 그럴싸한 영상을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소라도 TTV가 가능하지만, 일부 사용자만 사용할 수 있었고 완성도 면에서는 조금 떨어진다는 평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런웨이에 12달러를 결제하고 프롬프트만 잘 넣는다면, 볼보 영상과 유사한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단, 엄밀히 말하자면 위 볼보 광고는 텍스트를 입력해 영상을 만든 것은 아니라고 한다. 고품질의 이미지를 먼저 생성해 내고 그걸 런웨이에서 영상화시킨 것이다. 실제로 런웨이 3.0을 사용해 보면, 텍스트를 영상으로 만드는 것보다, 미드저니로 고품질의 이미지를 먼저 만들고 런웨이에서 이미지를 영상으로 전환하는 게 훨씬 더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실은 그것도 하나의 클립 길이가 길어질수록 점점 영상이 기괴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클립 하나당 1초 정도로 짧게 끊어 쓰는 게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얻어내는 지름길이다. 위의 볼보 영상도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것이다.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볼보의 영상에 영감을 받았는지 이번에는 디올 광고가 등장했다. 마찬가지로 100% 생성형 AI로만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역시나 디올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프로덕션에서 제작했다. 세르비아에 있는 다빈치 프로덕션(Davinci Production)이라는 곳에서 제작되었는데, 해당 업체의 링크드인에 The Ascendance라는 제목으로 처음 공개 됐다. 영상을 보면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디올만의 고급스러움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연출을 CG를 통해 표현해 내려면 오랜 시간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것 같다. 물론 생성형 AI로 만들었다고 해서 프롬프트 몇 개 쳐서 뿅 하고 만들어낸 건 아니다. 이 짧은 영상에는 50여 개의 클립이 사용되었고  AI 생성한 클립은 13,0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이 영상만의 분명한 차별은 바로 사람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사람이 등장하면 시선을 맞추게 된다. 그래서 구글에서는 ABCD원칙이라는 것을 발표하며 영의 도입부에 클로즈업 된 사람의 시선을 통해 주목도(Attention)를 높이라는 가이드를 한다. 또한 매력적인 여성은 동물, 아기함께 3B(Beauty, Beast, Baby)라고 하여 광고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전통적 요소로 사용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보가 사람을 등장시키지 않았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AI가 만들어낸 사람은 웬만한 퀄리티로는 조악해 보여서이다. 어딘가 모르게 어색할 뿐만 아니라 사람과 어설프게 닮은 모습은 '불쾌한 골짜기'에 이를 정도로 부정감정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기존의 볼보 영상에는 사이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디올 영상은 분명히 다르다. 시종일관 사람의 모습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어색함도 거의 없다. 생성형 AI의 한계로 꼽히는 등장인물 일관성의 문제도 해결하고 있는 듯 보인다. 아마도 이 영상을 제작한 프로덕션에서는 자사의 스킬과 기술적 진보를 직접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상에는 논란이 될 부분이 분명 있다. 바로 광고에 등장하는 사람이 실존인물이라는 점이다. 바로 Rihanna와 배우 Emilia Clarke 인데, 이들의 모습을 AI로 재현해 낸 것이다. 모델과 사전 협의는 없었다. 이런 시도는 법적 리스크 때문에 잘하지 않는 방법인데, 이런 무리수를 둔 것은 다빈치 프로덕션이 관종이라서 자사의 기술력을 돋보이고 싶어서 인 듯한다. 그리고 꼭 법적 리스크가 아니더라도 유명인의 모습을 생성해 내면, 완성도가 떨어질 경우 사람들이 바로 알아챌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다빈치 프로덕션을 바로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생성형 AI 파인튜닝 기법(LoRA)을 활용해 인물을 보정했다고 한다. 그렇게 어색함을 최소화하며 인물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상당한 완성도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물론, 모델 초상권 관련 이슈가 붉어질 경우 법적, 윤리적 책임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도는 현재의 AI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도전이자 도발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앞으로 광고 업계에서 AI기술을 어떻게 적용시켜 나갈지 하나의 담론을 제시하고 있 것으로 보인다.




기존 질서 허무는 혁신의 서막


이렇게 누구나 접근 가능한 생성형 AI를 활용했다는 점은 분명 그 의미가 남다르다.


사실 기업이 AI의 힘을 빌려 제작한 영상들은 과거에도 많았다. 그런데 모두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 자체적으로 머신러닝을 진행하며 많은 리소스를 쏟아부어 제작한 영상이었다. 비슷한 영상을 개인이 재현해 볼 수는 없었다. 영상하나 만들자고 기업을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런데 생성형 AI ‘런웨이’는 다르다. 한 달에 12달러~76달러면, 볼보 영상 같은 걸 지금 바로 나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이 플랫폼은 그야말로 개인 크리에이터에게 마술봉을 쥐어준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우리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생기고 나서 유튜브 스타의 등장을 지켜봤다. 방송국의 도움 없이 개인의 매력이나 개인의 능력 하나만 가지고 스스로 스타가 돼 버린 사람들. 그들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알고 있다. 같은 방식으로 온라인 쇼핑몰이 생긴 이후 패션 산업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규모의 자본투입 없이 개인 쇼핑몰로 시작해 스타 브랜드로 성장해 버린 사례를 정말로 많다. 심지어 온라인 쇼핑으로 시작된 개인 브랜드가 프랑스의 글로벌 브랜드에 6000억에 팔린 것도 벌써 수년 전의 일이다.


이렇듯 기술의 발전이 기존의 산업 구조를 흔들어 버린 사례는 역사 속에서 셀 수 없이 많다.



그야말로 혁신을 통해 기존의 산업 권력이 무너지고 신흥 강자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생성형 AI의 등장이 마케팅 업계의 기존 질서도 무너트리는 중이라고 본다. 그리고 신흥강자를 탄생시키는 중이라고 본다. 볼보의 사례는 그중 한 가지 일뿐이다.

앞으로 제2의, 제3의 볼보 영상은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영상 제작방식을 바꿀 것이다. 어떤 기업은 기존의 종합광고대행사가 아닌, 생성형 AI를 활용한 개인에게 영상 제작을 의뢰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중 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탄생하는 스타 제작사의 모습을 곧 마주하게 될 것 같다.


이것이 바로 볼보 영상이 가진 남다른 가치다.


하지만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한계점도 분명히 있다. 볼보 영상을 만든 Laszlo Gaal은 45초의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총 46개의 컷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46개의 컷을 뽑아내기 위해 500개의 영상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원하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프롬프트를 수정하고 수정해서 다시 뽑아낸 것이다. 그리고 같은 프롬프트를 써도 랜덤으로 나타나는 결과도 있다. 그래서 반복이 필요한 것이다. 심지어 결과물의 디테일한 수정은 불가하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단점으로 각 씬별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주인공의 모습을 한 사람의 모습을 다른 각도에서 다른 씬으로 재현해 내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번 볼보 영상의 경우, 로고나 자동차의 디테일한 부분은 애프터이펙트로 세부 수정을 했다고 한다. 아 그럼 100% 생성형 AI 제작물은 아닌 건가? 


게다가 볼보 XC60의 일부분이 사실과 다르게 표현되었다고 한다. 얼핏 보이는 인테리어 또한 자세히 보면 실제와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브랜드가 100% 생성형 AI만 활용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볼보 영상이 보여준 완성도는 깜짝 놀라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혁신은 비주류에서 일어난다



사실 볼보와 비슷한 사례가 작년에도 있었다. 바로 해리포터 발렌시아가 밈으로 알려진 영상이다. 해리포터의 주인공들이 발렌시아가 패션쇼 현장에 등장한 듯한 영상이었다. 해리포터가 실사 형태로 등장한 것도 재미있고, 명품 브랜드와 연결시킨 것도 재미있어서 온라인상에서는 밈이 되었다. 그렇게 다양한 변주를 낳았다. 국내에서는 유재석이나 박명수가 등장하는 발렌시아가 영상이 나왔는데. 당시 그걸 보면서 낄낄 거렸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발렌시아가 영상 또한 브랜드가 직접 만든 게 아니었다. 볼보 영상처럼 개인 크리에이터가 만든 것이다.


* 생성형 AI로 만든 해리포터 발렌시아가 영상


* '발렌시아가 밈'으로 만들어진 영상



브랜드가 아닌 곳에서 이렇게 그럴싸한 광고가 만들어지고 있는 게 흥미롭다. 이쯤 되면 이걸 보고 있는 볼보 마케터의 기분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Ad Age 기사를 보면, 볼보 담당자에게 이 영상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던데, 답이 없었다고 한다. 훗. 당연한 것 아닐까. 같은 상황에서 우리 부서에 혹은 나에게 그런 질문이 온다면 뭐라고 답할까. “음…. 예??” 굳이 핑계를 대자면, “우리도 하고 있었다?” 당연하다. 그렇지만 브랜드 에셋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고려요소가 있고, 디테일을 살려야 하고, 브랜드 세이프티와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또 여차저차 의사결정 과정을 밟아야 하다 보니… 미안하다.


그래서 혁신은 언제나 비주류에서 일어난다.

이건 정말 중요한 포인트다. 주류가 스스로를 파괴하고 혁신하는 게 정말로 힘든 건, 당장의 달달한 편안함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외 없이 마케팅 업계에서도 혁신은 외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기획-촬영-제작-후반의 과정은 너무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든 결과물을 고객이 좋아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볼보의 영상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아직 불완전해 보이는 요소들은 수년 안에 극복될 것이다. 그런데 마케터의 안일함은 수년 안에 변화할지 의문이다. 아니 나 스스로 그렇게 변화에 맞서 당차게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 돌아보면, 글쎄다. 참회하는 심정으로 이렇게 케이스 스터디 시리즈를 한 자 한 자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자 여러분들도 함께 공부하는 마음으로 이 시리즈를 따라가 보면 어떨까.


스스로 다양한 실험을 하며 이토록 반짝이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는 재야의 크리에이터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마케터를 위한 팁

- 혁신은 외부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음

- 생성형 AI는 기존 질서 허물고 개인 크리에이터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는 중  

- TTV 생성형 AI '런웨이'는 꼭 사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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