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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KI Oct 27. 2024

Prologue. 마케터가 놓쳐선 안될 AI 이야기


옛날 옛적 인도한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는 사원 근처에 살았다. 그리고 구루가 예배 준비를 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났다. 특유의 발랄함으로 아슈람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주위는 산만해지고 사람들의 신경은 예민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고양이는 자기 할 일을 할 뿐이다. 처음에는 그 녀석을 쫓아내 보려 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고양이는 사람 말을 듣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구루는 고양이를 나무 기둥에 묶었다. 그 덕에 무사히 예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사원에서는 예배 시작 전, 고양이를 묶어 두는 것이 루틴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나 구루가 죽었다.


그가 죽고 나서도 고양이를 묶는 루틴은 계속됐다.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이 지나 고양이도 늙어 죽게 되었다. 사람들은 고민했다. 어쩌지? 이제 고양이가 없는데? 어쩌긴, 적극 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그들은 옆마을까지 가서 다른 고양이를 구해왔다. 그리고 성실히 루틴을 실행했다. 언제나처럼. 예배 전 고양이를 나무기둥에 묶었다.  


더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는 첫 번째 고양이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도 없었다.


그리고 구루의 제자 중 한 사람이 다음과 같은 논문을 썼다고 한다. ‘모든 예배의 필수 요건으로서 고양이에 관하여’. 이제  고양이는 예배를 위한 의례가 된 것이다. 고양이가 없다면 예배를 시작할 수도 없었다. 고양이를 왜 나무에 묶어 두기 시작했는지, 관심을 갖는 이는 없었다.






두 가지 통찰



제자들의 어리석음에 헛웃음이 나왔나?


치즈냥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 나는 고양이가 얼마나 발버둥칠지 뻔히 그려지는데. 끙끙거리며 고양이를 묶고 있는 제자들을 상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와버렸다. 그래도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 이야기는 불편하지만 결코 피해서는 안 되는 두 가지의 시사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본질은 우리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고민해야 알 수 있다. 하던 대로 그대로 반복을 하다간, 본질을 잊기 십상이다. 제자들 역시 같은 우를 범했다. 본질을 망각한 채 늘 하던 대로 자기 일을 했다. 그것도 성실히 말이다. 우리가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 일을 왜 하는지 기억하고 고민하는 것, 즉 본질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힘이 된다. 그리고 길을 잃었을 때 나침반이 된다.   


둘째로, 세상의 '변화'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이 변했다면 그에 따른 대응 전략도 변해야 한다. 제자들은 고양이가 죽어서 ‘바뀐 상황’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제 사원에서 조용히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찬스였는데 그걸 놓쳤다! 그리고 현상만을 좇아 과거의 상황(고양이 묶기)을 그대로 복원하는 데 집중했다. 무엇이 변했는지, 대체 이 변화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이 없었기 때문 아닐까.


이 두 가지는 바로 이 책에서 다룰 핵심적인 내용이다.


‘본질’에 대한 이야기는 각 챕터별로 한편씩 구성해 (Insight)라는 소제목 말머리를 붙였다. 지금 마케팅 씬에서 일어나고 있는 핫한 이슈들을 살펴보고 그것의 의미를 해석해 보려고 했다. 그래서 본질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글을 구성했다. 신념을 바꾸는 설득의 기술, 유튜브 생태계의 변화, 쿠키리스 시대의 디지털 마케팅, AI 노출 알고리즘, 콘텐츠 제작의 ROI 등의 내용을 담았다.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 시대의 가장 큰 변화인 ‘AI’를 주제로 정했다. 실제로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성과로까지 연결시키는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이다. 케이스 스터디라고 봐도 좋겠다. 총 12개의 브랜드 케이스를 엄선했다. 도브, 하인즈, 나이키, 버거킹, 코카콜라 등 마케팅이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글로벌 리딩기업들의 사례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변화에 대응하는 마케팅 전략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본질과 변화.

그것은 얼핏 보면 정반대를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 추상적인 것이고, 세상의 변화는 계속해서 바뀌며 눈앞에 실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질은 변화 속에서 어떤 것이 중요한 것인지 가르는 기준이 된다.

 그리고 변화는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래서 다시 인도 고양이 얘기로 돌아가자면, 예배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고  고양이의 죽음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는 제자는 전혀 다른 솔루션을 찾았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



이 책이 그러한 솔루션을 찾는데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


이 책을 쓰기 시작한 이유다. CES2023 토론회에서는 2년 내에 웹에 존재하는 콘텐츠 중 90% 이상이 AI를 이용해 제작될 것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그러나 화려한 전망과는 달리, 업계에서 실제로 다양한 마케터를 만나보면 AI를 광고 제작에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정말로 많지 않다. 이게 진짜 현실이다! 일부 활용한 곳이 있다 하더라도, 이슈화를 위해 일회성으로 이용한 게 전부다. 팬데믹 시절 야외 촬영이 불가해 AI로 후반작업을 진행한 광고 사례를 처음 봤을 때 업계는 술렁였다. 이제는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광고 제작 환경이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 덕분이었다.


2023 칸 라이언즈에서 소개된 AI 제작 솔루션



하지만 기대가 현실로 이루어 지기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업계의 마케터들을 만나보면, 아직도 제작환경에 생성형 AI를 적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많다. 누군가는 아직 AI는 현업에 적용하기 완성도가 부족하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하며 다른 누군가는 비용이 이중으로 들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게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DOVE는 Chat GPT의 인종적 편향성과 스테레오 타입을 역으로 이용해 완성도 높은 캠페인을 만들었다. Nike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불가능한 스포츠 매치를 성사시켰다. 민트모바일은 Chat GPT의 엉성한 스토리와 뜬금포 같은 카피를 그대로 읽으며 위트 넘치는 광고를 만들었다. Cadbury는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칸라이언즈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다룬다. 그렇게 우리 브랜드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지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자 했다.


마케팅의 본질은 바로 고객의 관심을 끌고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변화를 인식하고 그 변화를 활용해 마케팅의 본질에 다가가는 사례들을 파헤쳐 보자.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있을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


AI는 콘텐츠 마케팅을 어떻게 바꿀까.
아이디어와 통찰을 나누는 자리에 지금 여러분을 초대한다.








* 글쓴이의 저서 소개



* 글쓴이의 EBS방송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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