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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KI Dec 24. 2017

프롤로그 - 내 결혼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내 결혼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극히 사적이며, 내게는 더없이 특별하다 못해 속이 다 울렁거리는 신비로운 체험이었지만 남들이 보기엔 또 그렇고 그런 흔해 빠진 5만 원짜리 주말 스케줄이었을지 모르겠다. 처음 결혼에 대한 얘기를 꼭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그 다이내믹함이 내가 생각했던 바를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대체 왜 이런 얘기를 아무도 안 해준 거지?” 예비신부와 난 두 눈이 동그랗게 질려서 몇 번이나 외쳤다. 남들 다 하는 결혼, 때가 되고 마음 맞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렇게 나도 자연스럽게 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그리 만만치 않더라.   


"결혼은 집안 행사야."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아무리 그래도 주례는 꼭 있어야지." 

장모님이 말씀하셨다.


"결혼은 근데 교회에서 하는 게 좋지."

장인어른이 말씀하셨다.


"그래도 집안 어른들한테는 미리 돌면서 인사하는 거다."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안타깝게도 우리 모두는 독립된 개체로 평생을 살아왔다. 각자 가치관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며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반응한다. 비극의 출발은 바로 이 지점부터 아닐까. 우리는 각자 저마다 다른 이유로 손꼽아 기다려 온 이 일생일대의 인생 이벤트에, 각자의 바람과 각자의 낭만과 또 각자의 현실적인 이유들을 가지고 참여하기 때문이다. 


"아니 근데 지금 이게 내가 하는 결혼식 이잖아요. 내가 행복해야지!” 


이렇게 심플한 대전제와 대명제를 부인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그러나 우린 같은 단어를 두고도 다르게 해석하며 그것들 실현하는 방식 또한 제각각이다. 예비신부와 맞춰가는 것만도 보통일이 아닌데, 갑자기 내 인생에 주주권을 행사하려는 사람들이, 인생 주주총회에 나타나 거부권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건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


결혼 준비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 한 번 들으면 소화가 안 되는 말. 그러면서도 계속 들었어야 했던 말 바로, '원래 다 그렇게 하는 것!'이다. 원래 폐백은 이렇게 드려야 하며, 원래 예단은 이렇게 준비해야 하는 것. 원래 이 부분은 부모님께 맡겨야 하며, 원래 첫째 날은 처가에 가서 자야 한다는 것. 대체 그놈의 ‘원래’의 시작은 어디일까. 


사랑이 강요된 세상에서 진짜 사랑을 찾아 도망치는 사랑꾼들 / 영화 '더 랍스터'


"오빠. 근데 우리 이러다가 결혼할 수 있는 거 맞겠지?"


예비 신부가 말했다. 각자의 회사에서 각자의 밥값만 하기도 만만치 않은 우리. 그런 미생 같은 우리가 고민의 탑을 쌓아가며 결혼 준비까지 하려니 현실이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결혼 준비만 하기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에, 양가 어른들의 기분도 최대한 상하지 않게! 그리고 한정된 예산을 최대한 조율하며 한 발 한 발 내딛으려니 기가 쭉쭉 빨린다. 결혼 준비하고 나면 백화점 VIP가 된다고 하던데. 빠듯한 예산을 쪼개고 쪼개 손바닥만 한 전셋집이라도 구하려 하니, 백화점 VIP는커녕 퇴근하고 백화점에서 주차 알바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길바닥 위해서 예비신부는 펑펑 울어 버렸다. 신부를 위로해줘야 하는 나는 인생 한복판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 같아 속으로 더 크게 울었다. 그렇게 눈물 콧물 번벅된 한쌍의 바퀴벌레 같은 우린, 강남대로 어느 길바닥 한복판에서 야반도주를 꿈꿨던 것 같다. “그냥 튈까?” 빈말이 아니었다. 한국이란 나라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합리적인 결혼을 준비하기보다는 이민을 준비하는 편이 훨씬 더 수월해 보였으니 말이다. 


이미 결혼한 친구들 말로는 결혼은 시작에 불과하다던데. 육아에, 내 집 마련에, 양가 부모님들과의 복잡 미묘한 관계까지. 그렇게 정신없이 일터에 내몰리다 보면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다는 얘기였다. 쫓기듯 살고 싶지는 않았다. 불평만 하면서 살기는 더더욱 싫었다. "아니, 내가 어떤 소설 보니까 호주로 이민 가서 시민권만 따면 그렇게 좋다던데! 사회 보장도 그렇게 빵빵하고 말이야!" "호주? 갑자기? 대출받은 건 어떻게 하고?” “아.. 대출..." 현실에 멱살 잡힌 우린 도망칠 여력도 그 정도 배포도 없었던 것일까. 


어렸을 적 보면 전래동화엔 꼭 결혼으로 해피엔딩의 정점을 찍었다. ‘그 후로 왕자님과 공주님은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현실은 좀 다른 곳에 있다. 그러니까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마침내 결혼을 결심하기 까지. 이 드라마틱한 로맨스의 정점에 전래동화가 있다면, 현실은 바로 그다음 부분! 연인에서 부부로 가기 위한 험난하고도 지난한 준비 과정에 있다. 


'그 후로 왕자님과 공주님은 전세대출을 받기 위해 눈알이 빠지도록 자금 융통 방법을 고민했답니다’로 이어지는 이야기나, ‘결국 왕자님과 공주님은 예단과 예물 준비 때문에 부모님과 사이가 틀어지고 말았답니다.’라는 이야기가 현실과 가깝지 않을까. 더욱이 우리처럼,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셀프'로 해보자고 마음먹은 이상 상황이 그리 간단치 만은 않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양가 부모님들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은 전혀 받지 않기로 결심한 이상 상황은 더더욱 간단치 않아지는 것이다. 

 

결혼으로 해피엔딩의 정점을 찍는 하트뿅뿅 동화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아! 또 의미도 있고 말이야. 흐흐."


그렇지만 우린 야반도주 대신 우리 앞에 놓인 이 인생 이벤트를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돌이켜 보면 예비 신부가 까르르 웃으며 의욕을 앞세웠기에 가능했던 일인 것 같다. ‘재미', ‘의미', 그리고 ‘예산'이라는 거창한 말을 목표로 앞세우고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땐 미처 몰랐던 것 같다. 그 말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고민의 탑을 쌓아 올려야 하는 것인지 말이다. 힘겹게 탑을 쌓다 허리를 펴 보면 닿을 수 없이 저만치 높은 곳에 ‘셀프’라는 단어가 찡긋 웃고 있었다. 더욱이 미생 같은 나와 예비신부는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 저당 잡혀 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너무도 당연하게, 팍팍한 결혼 준비 과정 속에서 분명 우리가 배우게 되는 것이 있으리라 확신했다. 무모하게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남들 하니까 한다는 말이 제일 무식해 보여.” “그러게,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된다는 말은 또 어떻고.”


그렇게 우리는 돈과 겉치레로 점철된 결혼이라는 독재세력에 맞서 혁명을 꿈꾸는 반란군처럼 분연히 일어났다. 은밀한 우리의 계획을 실현시키려고 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직접 만들어 가보자며. 그렇게 남들과는 다른 결혼식을 꿈꿨다. 그리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차곡차곡 그 날을 준비했던 것 같다. 혁명 동지 그녀와 함께 말이다. “오빠 이거 봐 봐. 재밌지? 하하” 퇴근 후 자정이 넘긴 시각까지 셀프 촬영 컨셉사진을 찾던 그녀가 물었다. 


그녀는 불의에 곧잘 분노했지만 그만큼 또 자주 웃었다. 

가끔 울었고 또 가끔은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 


결국 그래서. 우리의 혁명이 성공했냐고?


바로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그냥 사랑할 수 있게 해주세요’를 외치는 사랑꾼들에게. 아니면 은밀한 곳에서 반란을 꿈꾸는 수많은 혁명동지들에게. 작은 영감의 씨앗이 라도 될 수 있길 기대하며 말이다. 어찌 되었건, 치열한 사랑의 현실 속에서 발버둥 치는 당신들의 모든 일상에 건투를 빌며. 이 '위클리 매거진'을 시작해 보고자 한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 체 게바라 








안녕하세요~ 지금 읽고 계시는 '위클리 매거진'이  
아래와 같이 예쁜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연재한 글 중 일부는 불가피하게 비공개 처리를 했습니다. 


책 내용에 관심이 가시는 분들께서는 

아래 링크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계신 분부터  

결혼이 고민이신 분에게 

결혼 말고 그저 사랑만 하고 싶으신 분부터 

결혼보다 소중한 것들을 찾고 계신 분들에게 


여기 이런 결혼 이야기도 있다는 걸 얘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결혼이 부담으로 다가가기보다는 두근거리는 인생 이벤트가 되길 기대하며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준비하는 나만의 축제가 되길 바라며


자신 있게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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