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호텔에서 나오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한 외국인을 마주쳤다. 굿모닝이라고 가볍게 인사를 나눴는데 나보고 운동 선수냔다. 파란 잠바와 더플백 때문이겠지?! 외모 때문은 아니겠지? ㅋㅋㅋ 물론 운동 선수처럼 보이고 싶긴 하다. 이렇게 쓰면서 헤아려보니 마지막으로 운동한지 근 한 달 반이나 됐다. 아...
오늘은 두 개 지역을 도는 날이고, 나는 오전 조에 편성 되어 일찍 밀양문화체육회관으로 갔다. 밀양의 슬로건은 “해맑은 상상 밀양”으로, 어지간히 붙일 말 없었나보다 생각했는데 풍경을 보면서 해맑은 상상이라고 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 난간 때문에 올려 찍어서 안 나왔지만 강물에 단풍이 그대로 비춰 너무 아름다웠음
삼성에서 선발한 주자들 중에는 앞서 밝힌 바 있듯 거래선도 있고 해외 법인에서 초청한 인플루언서도 있지만, 스토리를 써서 응모해 선발된 소비자가 제일 많다. 뛰고 싶다는 열망을 길게 적은 주자들도 있지만, 남다른 사연을 적어 낸 주자들도 있다. 오늘 온 주자 중 한 명은 낮에는 삼성의 한 계열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밤에는 무형문화재 동래학춤을 전수 받는 분이었다. 보통 스승 아래에서 생업 없이 전수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전 직장을 다닐 때 부장님들에게 나는 나중에 은퇴하고나면 무형문화재 전수자가 되고 싶다고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는데 은퇴하지 않고도 열정만 있다면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아테네 올림픽 때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지금은 마이애미 로스쿨에서 스포츠 중재 전문가의 꿈을 키우고 계신 분도 있었다. 성화봉송을 위해 4일 일정으로 한국에 들어오셨다고 해 깜짝 놀랐다.
오늘도 한 명의 노쇼가 발생했다. 차라리 연락이라도 주고 안오면 좋을텐데, 주자 집결 시간까지 전화를 계속했는데도 안 받았다. 기사에서 보던 부끄러운 노쇼의 전형이다. 결국 우리 주자 운영팀 동료 중 한 명이 대신 뛰었다. 원래 주자는 집결 시간이 한참 지나고서야 결국 전화를 받았는데, 일말의 미안함이나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하게 회사 때문에 못 가는데 어쩔거냔 식으로 답변했다고. 할 말은 많지만 속으로 삭인다.
노쇼 주자를 대체해 급히 뛰게 된 우리 동료를 응원하러 나갔다. 배우가 되기 위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분이라 현수막도 특별히(?) 배우용으로 제작해서 들고 나갔다.
주자를 기다리며
주자가 슬랏에 도착하기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 떡볶이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근처 초등학교 앞으로 갔다. 역시 떡볶이집이 있었고, 학교 앞 떡볶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학교 앞 떡볶이는 슬러시와 먹으면 더 꿀맛인데 손이 시려워서 슬러시는 포기.
떡복이..... 복이......
한 컵의 행복을 즐긴 후 본격 응원에 나섰다. 재미있고 감동을 주는 연기를 하겠다는 고배우님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배우 지망생인데도 유니폼 입은 모습이 다른 일반인과는 달라보이는 건 그냥 기분 탓일까?
“오빠 달려”라고 썼다가 클럽 H.O.T 세대냐고 쿠사리 먹음 ㅋ
밀양은 돼지국밥이 맛있다던데 못 먹고 가겠구나 하며 아쉬워했는데, 마침 점심 도시락이 창녕 주자 집결지에만 배달 된대서 밀양팀은 집결지 정리를 끝내고 돼지국밥을 먹었다. 뽀얀 국물에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가득 들어있고, 밥까지 적당히 말아져있었다. 돼지국밥 한 술 먹고 쌈장 찍은 풋고추 한 입 베어 물면 딱 좋다.
먹고 나와서는 내일 휴무일을 맞아 서울에 잠깐 다녀올 수 있게 되어서 룰루랄라 밀양역으로. 수능일에 맞추어 봉송 휴무일도 내일로 정한 건데, 밀양역에 도착한 순간 카톡방이 난리가 났다.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 때문에 창녕에 집결지를 차린 조는 주자들과 함께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고. 돼지국밥을 먹은 배부름이 진동도 못 느끼게 한 것인가?! 지진 여파로 기차는 20분 가량 늦게 출발했고, 천천히 달려 서울에는 예상 시각보다 40분 이상 늦게 도착했다.
예쁜 밀양역에서
간혹 “서울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 살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으면 당연한 걸 왜 묻냐고 대답했었다. 지방에서 자라서일까? 서울 서울 고집하는 사람들을 서울 촌닭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고작 보름 남부 지방을 돌아다녔을 뿐인데,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두근두근 세근세근 내가 이렇게 서울을 좋아했었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전국 일주도 좋지만, 2월에 서울에 돌아가면 서울에서의 일상을 만끽할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