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7 당진 서산 - 휴무 같은 날

by 베루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시던 곳인 당진. 그리고 옆 동네 서산이 오늘 성화봉송 지역이었다. 하나의 구간으로 이뤄진 당진, 그리고 그 구간에 우리 주자는 네명뿐. 나는 자진해서 당진으로 배치를 받았다. 이유는 주자를 보내고 주자가 복귀하기 전에 당진에 사는 사촌언니와 점심을 먹기로 약속했기 때문!


오늘은 사연이 있는 주자들이 있었다. 몇 개월 전 업무 중 화상을 입어 지금도 병원에 있다는 분의 부인이 대신 스토리를 작성해 성화봉송 주자 신청을 했다. 며칠 전 운영사무국에서 통화했을 때, 주자의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져 못 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었는데 다행히 나아져 병원에서 하루 외출을 받아 봉송을 하러 오셨다. 세살, 다섯살 남짓한 아들 둘을 가진 아빠로, 폐의 70% 이상이 손상되었다고 한다. 병동 중에서 화상 병동에 특히 소리치는 환자들이 많다고 알고 있다. 그만큼 화상이 고통스럽기 때문이겠지. 이 주자는 불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오늘 봉송을 잘 마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아주 멋지게 뛰시고 웃으며 병원으로 복귀하셨다. 얼른 회복하셔서 아들들과 여기 저기 놀러다니시기를!


또다른 주자 한 분은 아이 둘을 혼자 키우는 싱글맘이었다. 발랄하고 활기찬 어머님이었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올 수 없어서 너무 아쉽다고 연신 이야기했다.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는 싱글맘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주자 스토리를 뒤져보니 홀로 씩씩하게 아들 둘을 키우고 계신다고 쓰여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우리 해시태그를 검색해서 올라온 사진들을 보다가 이분의 인스타그램도 발견했는데, 아들 둘에게 더 맛난 것을 먹이고 더 좋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시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이분이 원하시는대로 아들들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컸으면 좋겠다.


주자 교육을 시작할 때쯤, 베루씨 있냐고 누가 물어서 고개를 들어보니 사촌언니였다. 두 손에 빵 봉지를 한가득 가지고. 딱 봐도 한 봉지에 꽈배기가 10개는 넘어보였는데 그걸 다섯 봉지나 가져왔으니. 손도 크다. 팀에게 먹으라고 전달하고는 언니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간단히 먹을 줄 알았는데 언니가 회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회라니! 회라니! 오랜만에 신선한 회를 먹고 탁 트인 곳에서 커피까지 한 잔 때리고 복귀를 했다.


복귀를 하고 얼마 안 있어 아까 내보냈던 주자들이 봉송을 마치고 CP로 복귀를 했다. 환송을 마치고 당진조는 부여 숙소로 퇴근! 어제 자느라 구경 못한 숙소 앞 롯데 아울렛을 보러 나섰다. 출장이 재밌긴 한데 개인 생활이 없고 집에 잘 못 간다는 점이 마음을 허하게 한다. 그래서 돈쓰기로 허한 마음을 채워볼까 했는데 참 살 게 없었다. 아울렛 구경도 역시 같이 해야 재밌다. 옆에서 잘 어울린다고, 이거 보러 가자고, 저거 사자고 부추겨줘야 쇼핑할 맛이 난다.


숙소에서 바라본 부여 롯데아울렛


터벅 터벅 숙소로 돌아와 짜장범벅을 먹으며 마치 집에서 혼자 잉여롭게 보내는 주말 저녁처럼 하루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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