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구간 주자 집결 시간이 7시 10분, 숙소에서 태안 CP까지 소요 시간은 2시간. 5시에 출발해야 해 4시 30분경 일어나 고양이 세수를 하고 나갔다. 그런데 나의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한 통의 문자.
“천안에서 태안까지 운전 해서 가야 하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도저히 갈 엄두가 안 나네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불참해도 될까요?”
안돼 안돼 안돼!!! 불참이란 없단 말예요!!! 하고 싶었지만 목숨 걸고 성화봉송 올 일은 아니므로 점잖게 알겠다고 답장을 했다. 보통 새벽 일찍 이동하는 날엔 운전하는 사람을 빼곤 모두 탑승 10분 내에 잠이 드는데 (ㅋㅋ) 오늘은 노쇼가 발생한데다 정말 이번 겨울 처음 겪는 폭설로 모두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긴장 상태였다. 2km 남짓한 거리를 가는데 10분 이상 걸렸으니.
해가 뜨긴 할까? 싶었던 새벽
엉금엉금 기다시피 움직이는 차 안에서 나머지 주자들에게도 전화를 돌리며 오고 있는지 확인을 했다. 전화를 건 선배가 “예, 오고 계시다고요?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할 때마다 모두들 안도의 한숨 한번씩. 그러다 큰 도로에서 제설차를 만나 제설차 꽁무니를 졸졸 따라서 속력을 냈다.
태안 도착!
며칠전 휴무 때 조직위 차량들은 스노우 타이어로 교체한대서 ‘벌써?’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들의 선택이 잘 한 선택인 것이었다.
안개 너머에 CP 있는 것 맞나요
태안군 종합운동장이 오늘의 CP. 네비는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말했지만 건물이 전혀 보이지 않아 제대로 온 것이 맞는지, 네비가 고장난 건 아닌지 두리번 거리고 있었는데 저 멀리 불빛이 보였다. 새벽 댓바람부터 비상 걸리게 한 날씨였지만 그덕에 영화 포스터 같은 사진도 건지고.
남극 느낌 >.<
주자들을 교육장에 들어보내고나서는 어디까지가 눈이고 어디부터가 안개인지 모를 운동장에서 다들 인생 사진을 건지기도 했다. 찍어준 동료가 우유니 사막이냐고. 어떻게 보면 남극 같기도 하고. 추운 날씨에 굳어버린 몸뚱이 때문에 토네이도에 휩쓸려가는 사람처럼 보이긴 하지만 배경이 열일했다.
응원 준비 끝
태안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예비주자 (=스탭)에게 전화를 돌려봤으나 휴무라 다른 일정이 있어서, 폭설 때문에 자기 일을 대신 해줄 사람이 없어서, 등의 이유로 타 파트 스탭들 섭외에 실패했다. 게다가 전화를 돌리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버려 CP에 시간 맞춰 도착할 수 있는 스탭이 우리 주자 운영팀 말고는 없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리 팀원 투입. 태안으로 출근한 선발대 모두가 주자들이 나간 직후 바리바리 현수막을 싸들고 봉송로로 나갔다.
마침 디지털 프라자 앞에서 시작하는 슬랏이었다. 태안에서는 이색 봉송에 이어 2번째 슬랏. 얼마 전 어떤 도시에서 신천지 신도들이 대거 봉송로에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ㅎㅎ 팀원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돌아다니니 “그 사람이 누구유~? 유명한 사람이유?” 질문 세례를 받았다. 제 직장 동룝니다 ㅋㅋ
태안 셀럽 느낌 ㅋㅋ
태안의 경찰 아저씨, 모범 운전자 아저씨가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하셔서 여기서도 찍고, 저기서도 찍고, 태안 마스코트 인형탈 앞에서도 찍고. 같이 응원 나간 동료들이 나보고 태안 셀럽이냐고 놀렸다. 거기에 동조하며 경찰 아저씨가 나보고 방송 타면 좋을 외모라고 (?!?).
왕자 도련님 미래 희망...ㅋㅋㅋ
웃고 떠드는 사이 봉송 시간이 가까워졌고 우리 주자님(ㅋㅋ)이 주자 셔틀버스에서 내렸다. 폭설로 카라반이 태안에 오질 못해 황량한 봉송로일 것 같아 걱정을 했는데 카라반 저리갈만큼의 인파가 몰려 도련님 - 어린 시절 사진을 보고 우리가 어제 붙여준 새 별명이다 - 은 놀라면서도 좋아하는 눈치.
팀원과 함께 200m를 달리고, 다른 삼성 주자들 응원도 하고나서 CP로 복귀했다. 귀가하는 주자들 환송을 해주고 숙소로 복귀.
작품사진
숙소 바로 옆에 아울렛이 있어 구경을 갈 생각이었는데 새벽 4시반 기상은 아무래도 무리였나보다. 잠이 쏟아져서 잠깐 눈을 붙이고 저녁 무렵에 일어나 데이터 작업을 했다. 아울렛 구경은 내일을 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