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충청도 입성이다. 부여에 간다고 했더니 혹자는 “아직도 부여가 있냐”는 망언(ㅋㅋ)을 하기도 했지만. 그분이 알고 있는 것처럼 무려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가 오늘의 봉송지였다. CP는 부여여성회관이었는데 너무 협소해 대부분의 우리 스탭은 봉송로에 나가기로 했다. 우리 주자들이 뛰는 시간까지 여유가 아주 많아서 부여 시내를 구경했는데 부여 시내는 미로, 아니 뫼비우스의 띠 같은 느낌이랄까... 돌아다니다보면 봤던 데가 또 나오고, 다른 방향으로 가도 또 나오고.
가수 소유
봉송로에 응원을 나가는 길에 우체국에 들렀다. 우체국 직원들이 소유는 언제 오냐고 묻길래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려던 찰나에 경찰로 둘러싸인 주자가 뛰어오는게 보였다. 길가에 사람도 많이 없어 주자에게 관중이 뛰어드는 돌발 상황도 전혀 없을 것 같은데 경찰은 왜 그렇게 동원된건지. 소유는 역시 셀럽 주자를 많이 부르는 코카콜라의 주자였는데 어떤 이유로 부여에서 뛰게 된걸까? 고향은 제주라던데. 옆에 있던 우체국 아주머니 직원은 “소유다 소유! 소유 왔어!” 하고, 그 옆의 아저씨 직원은 “누군디? 누군디? 소유가 누군디?” 하는데 웃겼다.
나이트?
시간이 좀 남아 한시간 남짓 자유 시간을 갖기로 했다. 할 것도, 살 것도 없어 룸메와 나는 시내를 한바퀴 돌기로 했다. 요약하자면 “문 닫기 직전의 상점들이 늘어져있는 시내”랄까. 언제 흥했을지 감도 안 오는 나이트부터 시작해서, 어원을 알 수 없는 독특한 상호의 백화점 (백화점!!), 학생들이 많이 갈법한 팬시점인데 화요일은 휴무라고 써둔 가게까지.
“뼝뼝”백화점. 내 눈을 의심
거리에는 나이든 사람들이 드문 드문 돌아다니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간혹 보였다. 20~30대는 눈을 씻어도 비벼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술 먹고 싶으면 집에서 마셔라
그런데 청소년에게 술을 팔아 영업이 정지된 맥주집을 발견했다. 안 그래도 장사 안 될텐데 영업 정지까지 당했다니. 내가 다 분하다.
Lovely 부여. 무슨 생각이지?
이전 포스팅들에서 언급한 바 있듯, 도시를 다니다보면 그 도시의 슬로건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부여는 Lovely 부여였다. 뜬금포.
플레임 서포터의 자전거
주자들이 뛰기 전 후에 가스통을 열어주고 잠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타는 튼튼한 자전거는 볼 때마다 탐이 났는데 오늘 봉송로에서 만나 한번 핸들만 잡아보았다. 다음에 여유가 있을 때 꼭 타봐야지.
전국체전 카누 2연패에 빛나는 김진솔 선수와
응원을 마치고 마지막 구간 주자들을 내보내려 CP에 들어왔더니 조직위가 뽑은 부여 마지막 주자가 대기 중이었다. 귀엽게 생긴 중학생. 어떤 스토리로 주자가 되었는지 물어보니 카누 선수란다. 이미 전국체전 2연패를 한 훌륭한 선수라고. 같이 사진을 찍자고 요청한 후 나중에 세계 무대에서 유명한 선수가 될 때까지 간직하겠다고 했다. 진솔양 파이팅!
충청도 입성 첫째날도 이렇게 무사히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