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봉송 마지막 날! 오늘의 봉송지는 연천이었다. 성화봉송을 하면서 처음 가본 도시가 여럿 있는데, 연천도 그 중 한 곳이다. 누가 연천에서 군 생활을 한다더라, 할 때만 연천을 들었지, 정말로 이렇게 와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이제부터는 강릉에 가기 전까지 대부분 오후에 봉송이 시작된다. 그래서 오늘도 10시 반까지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다, 캐리어를 맡기고 차에 올라탔다.
가는 길에 동두천에 들러 부대찌개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미군부대 앞에서 부대찌개를 먹다니! 그것도 백종원의 3대천왕에 나왔던 집이라고 하여 무척 기대를 하고 갔는데, 햄이 실하다는 것 외에는 아주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내 입맛에는 놀부 부대찌개가 더 나았다.
뉴스에서만 들어본 Camp Casey 앞도 지났다. 미군 부대 앞이어서인지 대부분의 가게들이 영어로 된 간판을 달고 있었다. 아~ 미국 가고 싶다! 요즘 틈만 나면 미국에 가고 싶은게, 미국병 도졌다.
Camp Casey 앞
연천에서는 2개 구간에 걸쳐 10여명의 삼성 주자가 있었다. 80일대에 들어서니 일사분란하게 주자를 맞이하고 보냈다가 다시 환영하고 환송하고. 기계처럼 움직인다.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인 김기정 선수도 주자로 왔다 갔다. 도쿄 올림픽에서 선전 기대할게요~
퇴근길 CP 앞에서 마주친 곰!
오늘 숙소는 한반도 통일 미래 센터라는 곳이었다. 통일부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곳이라면서 숙소 내 흡연과 음주가 엄격히 금지된다는 공지가 내려왔다. 발각 시에는 성화봉송단 전체를 퇴소시키겠다는 엄포와 함께. 일단 숙소에 도착해서 건물을 보고 느낀 점은... 통일부 예산 줄여야 한다는 것(! 이런 말 하면 잡혀가나?). 청소년 교육이 그리 자주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엄청난 규모의 건물을 세워놨다. 고등학교 땐가, 학교에서 몇 명을 통일 교육이라는 데에 보낸 적이 있었다. 고대 북한학과 교수를 비롯해 통일 또는 북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와서 강연을 했었는데 별 감흥은 없었다. 그런 교육을 요즘은 여기서 하는 걸까?
으리으리한 외관에 비해, 숙소는 아주 소박했다. 매우 좁은 방에 이층침대를 두 개나 들여놨다. 숙소에 짐을 풀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38선 구경을 했다. 한반도 통일 미래 센터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의미 있다고 느껴지는 곳이었다. 사진을 찍으려는데 40~50대 취객들이 숙소로 들어가면서 얼큰한 말투로 시덥잖은 말을 걸었다. 숙소에서 술을 안 마셨다 뿐이지 완전히 숙소 분위기를 저해하는데 저런 사람들이야말로 퇴소를 시켜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설마 교육 온 공무원들인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38선을 건너 말어?
남과 북
38선 표지판
난데 없이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게 된 이산가족들은 안타깝지만 지금 같은 대북 정책은 결사 반대라는 나의 입장을 또 한 번 밝히며 연천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