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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루 Jan 24. 2018

Day 84 양구 - 볼이 떨어져 나갈듯한 추위

오랜만에 보는 쾌청한 하늘과 함께 양구로 출근을 했다. 숙소에서부터 보이던 울산바위가 출근길에는 더 크게 보였다. 왜 고성(? 속초?)에 울산바위가 있는지 아냐는 누군가의 물음에 전혀 답을 가늠도 못한 채 있다가, 어느 봉우리가 가장 멋진지 겨루기 위해 전국의 봉우리들이 금강산을 향해 가던 도중, 이쪽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울산바위가 잠깐 쉬었다 가려다 아예 주저앉아버렸다나 하는 전래동화를 들었다.


양구에 도착해서는 양구의 번화가 같은 곳에서 커피를 마셨다. 와보기 전까지는 양구가 아마도 성화봉송 지역 중 가장 오지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철원과 화천보다 더 번화한 느낌이었다. 국대떡볶이도 있고, 고봉민 김밥도 있고, 아리따움과 스킨푸드도 있고, 뚜레주르와 파리바게트는 무려 바로 옆에 붙어있었다!


상쾌한 겨울 아침 출근길 그리고 울산바위


오늘 CP는 양구문화복지센터. 최북단 주민들은 통일을 엄청나게 바라나보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나는 급하게 이루어지는 통일은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현수막을 보면 마음 속으로 난 반댈세,를 중얼거리게 된다.


평화올림픽 그만...


양구문화복지센터에 들어서면서 양구의 슬로건을 보았다. 청춘양구! 군부대가 많아서일까? 청춘양구라니 ㅋㅋㅋ 양구에 오면 10년이 젊어진단다.


어제 밤 늦게 한 주자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었다. CP에 기저귀 갈이대와 모유수유실이 있냐는 질문이었다. 나도 CP를 당일에나 가보는 상황이기 때문에 재빨리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지만 참고할만한 결과가 나오질 않았다. 불편하겠지만 당일 확인해봐야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 CP에 도착해서보니 모유수유실은 찾기 힘들었고 화장실에 기저귀 갈이대는 없었다. 여성 대상 강좌 목록을 쭉 적은 엑스배너는 있었다. 복지센터라는 곳에도 모유수유실과 기저귀 갈이대가 없으면 대체 어디에 그런게 있길 바랄 수 있을까? 애가 없으니 평소에 그런 시설 유무를 신경 쓰지 않고 지내는데, 유심히 보면 참 그런 시설들이 부족하다. 애엄마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백화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 외에는 없다고 생각하는게 편하단다.


20대 초반으로 돌아가봅니다


주자들 등록을 받고, 교육장을 어슬렁 거리다 잠깐 객석에 앉았는데 앞에 앉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셀카를 찍으시길래 - 엄청나게 신식이시네! - 쓰윽 나도 얼굴을 들이밀어보았다. 그런데 그걸 또 누가 찍어놨다 ㅋㅋ


교육 받고 있는 주자들, 셀카 찍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나


갑자기 발생한 노쇼로 오늘은 콘보이쪽을 담당하는 프로님이 대체주자로 투입되었다. 주자를 빛내주며 봉송로로 나가기 전 사진도 찍고,


프로님과 함께


프로님을 포함한 주자들이 봉송로로 나가고 난 다음에는 나도 재빨리 응원을 하러 나갔다. 삼성 주자들이 뛰는 4-5개 슬랏 중 오랜만에 3개 슬랏을 뛰기로 했다. 슬랏 시작점을 잘 찾지 못하고 있던 주자 가족들에게 안내도 해주고, 어드밴스팀이 오기 전까지 봉송로에 어기적 어기적 걸어다니던 학생들에게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도 걸고, 지역축하행사장을 찾아간다는 아주머니를 붙잡아 성화봉송은 봉송로에서 보는게 제맛이라고 이야기도 해드리고, 추위를 잊기 위해 처음 보는 사람들과 수다를 엄청 떨었다.


그리고 어드밴스팀이 도착했고, 우리 주자팀 선행대가 왔고, 주자가 내렸고, 카라반이 왔다. 스탭 중 한 명이 뛰는만큼 가능한 모든 스탭이 나와서 응원하고 즐겼다.


짠!


그리고 몇 개 슬랏을 본대와 함께 이동했다. 미디어 1 - 주자 바로 앞에 있는 차량으로, 뒷문을 연 봉고차. 중계 카메라와 미리 신청한 미디어 또는 PP사 홍보주자 또는 스탭이 타고 주자를 정면에서 촬영한다 - 에 우리 주자팀 한 명이 타고 있다가 주자를 찍는 중간 중간에 나도 찍어주었다. 머리를 묶고 귀마개를 하고 시저 플립까지 끼우니 얼굴이 엄청나게 빵빵해보인다.


오랜만에 봉송로 나와서 신났다


토치키스를 하느라 멈췄을 때에는 우리도 포즈를 잡고 사진을 한 장 건지고!


에구 쏘리


3개 슬랏에 기다리던 시간까지 합해봤자 고작 20~30분을 야외에 있었을 뿐인데 정말 볼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았다. 그래도 봉송로에서는 추위도 잊은 채 너무 신이 나서 독사진도 한 장 건지고!


춤 추듯이!


급히 CP로 복귀해 돌아온 주자들에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마지막 인사도 하고 기념 촬영도 해줬다. 친구가 여자친구처럼 다 챙겨주고 따라와준 주자, 똘망똘망한 아이들과 함께 온 주자, 신도림에서 부모님과 함께 온 주자 모두 모두 좋은 추억 갖고 가셨기를 바랍니다요~


내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주자들


대체 주자로 투입된 프로님에게 서비스는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주자에게 몰아주기 샷으로 열심히 서비스 해드리고 모든 업무를 마무리 했다.


얼굴이 찌그러졌더


셀카 타임

그나저나 요즘 얼굴이 엄청나게 빵빵해보인다. 내일부터는 간식 절대 안 먹고 밥도 두숟갈씩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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