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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루 Jan 24. 2018

Day 83 화천 - 이기자 부대

산천어축제로 유명한 화천! 오늘의 봉송지다. 고등학교 학생회 선배 중에 화천에 있는 유명한(?) 부대인 이기자 부대에서 군복무를 한 선배가 있다. 화천에 있는 부대인 것도 잊고 있었는데 T맵이 안내한 길로 가다 이기자 부대가 레펠 훈련을 하려고 기다리던 곳까지 들어가게 됐다. 여기였구나~ 이기자 부대에서 무슨 친구 초청 행사를 한다고 해서 학생회 여럿이 가려다 못 갔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장선배님 보고 계신가요? 그때 그 행사에 갔더라면 우리 정크 우정은 지금보다 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진득해졌을 것 같네요. 화천이 이렇게 멀고 외진 곳이었다니... 그 때 못 와서 지송...!


화천에 도착해서는 CP에 가기 전에, 수십 년간 영업을 했다는 식당에서 외도리탕이라는 이름의 음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일반적인 닭볶음탕보다 국물이 좀 더 많은 음식이었는데, 닭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어있었고, 닭 간과 똥집도 들어있었다. 호기심에 간을 먹어봤는데 생김새도 맛도 순대 먹을 때 먹던 돼지 간과 똑같았다.


산천어등이 빼곡히 달린 화천 시내


색색깔의 산천어등이 화천 시내를 더 활력있어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어느 잡지에서 보니 산천어등은 2003년에 첫 산천어축제가 열린 해부터 전통 등을 만드는 기술을 가진 화천군의 노인들이 만들어온 것이라고 한다. 밤에 보았다면 색달랐을듯!


시내에서 벗어나 CP로 가던 길에는 얼어버린 폭포와도 마주쳤다. 폭포가 이렇게 얼다니, 상상도 못했다.

얼음 폭포


드디어 도착한 CP는 산천어 축제장 바로 앞이었다. 그냥 얼음에 구멍 뚫고 산천어를 잡게 해놨을 줄 알았는데 봅슬레이, 썰매, 스케이트 등 다양한 것들을 즐길 수 있게 꾸며져 있었다.

전국 5대 축제라 할만 하다


근처 부대의 군인들이 외출을 나와 축제에 왔는지 군복에 스케이트를 신고 신나게 노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신이 난 군인들


주자들을 내보낸 뒤 CP 안에만 있기 갑갑해서 다리를 건너가보기로 했다. 흔들 다리였는데 갑자기 눈보라가 쳐서 몸은 휘청거리고 얼굴은 눈발이 뺨을 때려서 괴로웠다. 그렇지만 콧바람을 쐬니 신났다!


이에 눈 맞으며 한 컷


썰매가 너무나도 타고 싶었다. 아마 주자들이 복귀하기까지 2시간만 여유가 있었더라도 난 썰매를 탔을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봉송로가 CP에서 가까워서 주자들이 나갔다 들어오는 시간이 짧았다. 시간만 있었더라면 초딩의 기분으로 썰매를 신나게 탔을텐데!


널찍한 스케이트장과 썰매장


다리를 건너가보니 봉송로라서 한두 개 슬랏만 함께 응원을 하기로 했다. 일단 주자들이 오기 전 스탭들끼리 신나게 한 컷!


기호 10번(?)


주자가 적은 날인지라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해가 지기 전에 오늘은 퇴!근! 나와보니 그 사이에 눈이 꽤나 많이 쌓여있었다. 운전을 정말로 조심해서 해야 할 것 같아서 평소 야생마라 불리는 (ㅋㅋ) 스탭에게 모두가 한 입을 모아 천천히 운전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 분이 처음에는 천천히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닌가? “어차피 제설하니까 천천히 갈 필요 없어요.”라고. 겁에 질린 나와 룸메는 다른 차를 타려고 했으나 다른 사정이 생겨 야생마님의 차에 탈 수밖에 없게 되었고, 다행히도 다른 분이 야생마님에게 계속 무섭다고 해서 아주 천천히 갈 수 있었다. 산길에서 차 한 대가 전복된 것도 목격했다. 운전석 쪽 문이 아예 바닥에 선 모양으로 고꾸라져 있었다. 정말 간담이 서늘해졌다. 이제 쭉 강원도고 눈길이 많을텐데 걱정이다.


이동 거리가 150km가 넘어서, 초반에는 걱정을 하다 중반부터는 모두 감성이 터져버려 숙소로 복귀하는 길에는 눈에 관련된 노래를 한 곡씩 선곡하며 감상에 젖었다. 캬


눈 쌓인 나무

다행스럽게도 안전하게 숙소에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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