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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기 Oct 25. 2020

우울, 명상, 글쓰기

지금의 나를 알아차리는 방법 - 명상, 글쓰기


요즘은 명상을 하고 있다.

명상을 하고 나서는 일단 잠을 잘 잔다. 

예전에는 약을 먹더라도 안 좋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잠을 이루기 힘들었는데 명상을 하면서 현재 나의 상태 나의 감각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면서 생각을 좀 덜하게 되었다. 생각을 없애는 게 아니라 생각이 이어지면' 아 내가 또 생각의 늪에 빠지려고 했구나' 친절하게 그런 나를 수용해주고 다시 현재의 호흡이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인다. 아직 서툴다.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어느 정도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을 체험했다. 나의 마음이 힘들 때면 스스로 나의 몸 나의 감각에 기대어 쉴 수 있다는 것 그런 곳이 한 군데 생겼다는 것으로도 좀 든든한 기분이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늪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고 떠있는 것을 상상한다.


해는 기울어 상념에 잠겼고 

길어지는 그림자가 회한에 닿는다.


나의 우울을 널어놓고  

말리고 일광 소독도 하는 

하지만 바람에 날려갈 수도 

바닥에 떨어질 수도 있는  

우울 빨랫줄 


우울을 치유하는 과정은 

베란다의 빨래건조대에 널어둔 것보다

마당의 바지랑대로 걸친 빨랫줄에 빨래를 말리는 것에 가깝다.

실내 건조대보다 햇살과 바람에 더 뽀송뽀송해지고 소독도 되지만 

바닥에 떨어져서 다시 더러워질 수도,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젖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빨래는 언젠가는 다 마르게 된다


약을 먹고 호전이 되다가도 부작용으로 힘들기도 하고

안 좋은 일을 겪으면  마음의 에너지가 훅 떨어져 회복하는 데 정상일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래도 

그래도

그래

세 번 숨을 쉰다.


명상, 글쓰기. 빨래를 차근차근 잘 펴서 빨랫줄에 너는 행위와 같다.

떨어진 빨래가 있으면 주워서 

팡팡 털어서 다시 널고.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려 한다. 

있는 그대로라고 함은 우울이나 슬픔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 

흘러가고 있는 나를 보는 것이다




이 기록은 지금의 나와 시간차가 있다 

생방송이 아니라 녹화방송이다 


하지만 그때 그때 메모했던 걸 거의 생 날 것으로 옮겼다 

글을 더 신경써서 다듬고 할 정신적 에너지가 부족해진 것도 있지만 (우울증 이후 집중력과 기억력이 감퇴했다.)이게 더 있는 그대로의 나다운 우울이라고 생각도 된다. 우울에 대한 오해나 환상을 가급적 배제하고 전달하는 방법이기도 한 것 같다. 


지금은 처음에 비하면 제법 호전된 상태이다 

항우울제를 두 알에서 한 알 반으로. 한 알 반에서 한 알로 차츰 줄여나가고 있다 

수면제도 줄이고 있고 잠도 바디스캔 명상을 하면서 더 잘 자고 있다. 

명상은 지금 여기 알아차리는 것이지 자는 게 목적은 아닌데  

바디스캔은 너무 잠이 잘 온다 


최근 진료에서 의사는 약을 조금 더 쓰면 어떨까 싶기도 하지만 부작용을 겪으시니 일단 유지하면서 가보자고 하셨다. 

흐름이 괜찮다고 한다. 

언제 또 상태가 더 안 좋아질 수도 있겠지 

조울증으로 이어질까봐 걱정되기도 한다 (요즘 잠을 안 자고 자꾸 뭘 한다.)  

그래도 앞으로도 계속 기록할 것이다.


누구든 아프고 싶어서 아픈게 아니다.

우울증은 또한 내가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게 아니니까 다른 병처럼 그저 치료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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