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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기 Nov 20. 2020

항우울제 복용을 줄이다.

Ep.11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 전의 글들은 브런치북 우울 빨랫줄에 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elanki 여기



9/27

아침에 커피 사러 자전거 타고 나갔다 오기

짐볼을 가지고 운동이라기보다 놀기에 더 가까운 활동 -짐볼 위에 앉아서 오래 버티기, 짐볼 깔고 큰 대자로 스트레칭, 짐볼 안고 뒹굴거리기, 영화 엽문에서 나오는 견자단의 주먹질처럼 짐볼 때리기, 짐볼 발로 차서 벽치기 하기 등 -이 나의 기분을 좋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짐볼은 아내가 스트레칭하려고 중고마켓에서 7000원 주고 샀는데 내가 더 잘 가지고 논다

아내는 이미 벌써 7,000원 뽕을 뽑고도 남았다고 한다. 내가 부르는 짐볼의 애칭(?)도 있다. 간츠다.

'간츠! 야! 너 일루 와!' 이렇게 부르면서 시작된다.

간츠는 일본 만화인데 본 사람은 짐볼과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9/29 진료받은 날

아침 약 한 알로 줄였다.

파피온서방정 (Bupropion Hydrochloride 부프로피온염산염) 150mg 한 알만 처방하고

http://www.health.kr/searchDrug/result_drug.asp?drug_cd=2016083100009 


부작용으로 사정 지연을 일으켰던  

파마벤라팍신서방캡슐37.5mg (벤라팍신염산염서방과립 125mg (벤라팍신(으)로서 37.5mg))

http://www.health.kr/searchDrug/result_drug.asp?drug_cd=A11AKP08J0042 

을  뺐다.  


취침 전 약도 줄였다.

기존 먹던 졸민에  

더하기 브로마제팜정 3mg

http://www.health.kr/searchDrug/result_drug.asp?drug_cd=A11ABBBBB0634 

색깔이 예뻐서 마음에 든다



9/29

추석.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다.

코로나가 주된 이유지만

한편으로 우울증에 대해 가족들이 알게 될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어서 편하다

가면 약도 챙겨 가야 하고 약 먹는 거 보면 무슨 약이냐고 물어볼 거고

내가 우울증은 걸린 거 알게 되면 모두 마음 아파하고 안타까워하겠지만  

혹시나 가족이 아내를 원망할까 봐 (어째서 내 아들 우울증에 걸리게 두었냐) 걱정도 되었었다.


외부 다른 사람에게 우울증이라는 걸 밝히기 꺼려지는 게

물론 내가 이상하게 보일까 봐 넌 마음도 약해서 우울증까지 걸리냐라고 할까 봐 겁이 나는 게 제일 큰 이유지만

아내를 함부로 (앞에서 그러진 않겠지만) 평가하지는 않을까 걱정되고 싫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버티고 호전이 될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주고 옆에서 함께 해주는 사람인데,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그러한 게 걱정이다. 괜한 걱정일까? 부정 편향의 사고 탓인 걸까? 푸훗



9/30 
어제 오후부터 계속 한 번씩 좀 어지럽다
머릿속에서 셰이커를 흔드는 느낌과 소리?
아주 작은 모래알 같은 쇠구슬들이 챡챡 하는 느낌이 든다 쉭쉭쉭 하는 느낌이 귀에서 앞머리까지 든다. 
눈알에 힘주면 귀에서 스치는 소리도 나고
소리에 예민해진다


10/1
계속 힘이 없고 띵하고 멍하고 어지럽다.
수면제를 더 약한 걸로 바꿨는데
왜 이렇지?
병원도 추석 연휴기간이라서 휴진이고
아 힘들다
약 때문인가?
새로 먹는 약 정보를 다시 검색해본다

http://www.health.kr/searchDrug/result_drug.asp?drug_cd=A11ABBBBB0634
브로마제팜정 3mg
색깔은 이쁜데......



*주의사항
4) 정신신경계 : 졸음, 휘청거림, 어지러움이 나타날 수 있다.
12) 골격근 : 피로감, 무력감, 근긴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4. 일반적 주의
1) 졸음, 주의력·집중력·반사운동능력 등의 저하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 약을 투여 중인 환자는 자동차 운전 등 위험을 수반하는 기계의 조작을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2)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정신병의 1차 선택 약물로 사용하지 않는다.
3)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우울증이나 우울성 불안에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자살경향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신중히 투여한다.



너무 멍하고 어지러워서 누워있다가 잠들었다 
잠결에 무심코 창가에 걸려있는 샤워 가운을 보고 식겁했다. 갑자기 너무 무섭게 보였다. 일어나서 다른 데로 옮겨놓고 다시 잤다. 왜 그렇게 무섭게 보였지?

낮잠을 엄청 자고 일어났다 3시간 잤나?
멍한 게 덜하다.
머릿속에서 셰이커를 흔드는 느낌은 한 번씩 난다. 
밤에 또 못 자면 어쩌나 걱정되지만 컨디션이 조금 회복되어서 좋다.



10/1 밤 
새벽 3시 잠이 안 와서 졸민만 먹어본다. 


10/2
어지러움이 
새로운 약의 부작용인지
이번에 뺀 약의 금단증상인지
뺀 약은 벤라팍신염산염인데

뺀 약 정보를 다시 검색해본다
http://www.health.kr/searchDrug/result_drug.asp?drug_cd=A11AKP08J0042


 이 약의 금단증상에 대해 전체적인 평가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감량 기간 동안과 투여 중단 후 후향 조사에서 3% 이상 환자들에게서 발생하였으며, 위약군에 비해 2배 이상 발생한 이상반응으로는 경조증, 불안, 흥분, 신경과민, 혼란, 불면증 또는 수면장애, 피로, 졸음, 감각이상, 어지러움, 두통, 발한, 구갈, 식욕부진, 설사, 구역, 구토 등의 증상이 보고되었다. 이러한 금단증상은 경미한 것으로 치료 없이 회복되었다. 감량에 필요한 기간은 투여용량, 치료기간, 그리고 환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고 한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것 중 하나가

몸의 변화와 불편함이 생기는데

이것이 새로운 약을 먹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먹던 약을 줄여서 그런 것인지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음 진료를 받는 날까지 2주 동안 그런 애매한 불편함을 거쳐야 한다.

약을 계속 조절하고 다른 약 처방을 시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기서 건드리고 저기서 건드리는 부작용들의 장난 또한 계속 받아줘야 한다 다른 환자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이런 상황이 곤혹스러웠다

새로운 약의 부작용인지

뺀 약의 금단증상인지

계속 힘이 없고 띵하고 멍하고 어지러운 증상은 5일 정도 지나서 괜찮아졌다.

다음번 진료에서 먹던 약을 빼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놈의 약! 먹을 때는 사정 지연으로 당황하게 하더니만 빼고 나서도 며칠을 고생하게 하는구나.

그래도 새로운 약 때문이 아니라 뺀 약 때문이라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새로운 약 때문이라면 또 약을 바꿔봐야 할지도 모르니까.


10/2
영상 보다가 양동근 고복수 연기 장면 나왔는데 보고 참을 수 없는 눈물이 나왔다. 
슬퍼 ㅠㅠ
그런데 그 전에도 좀 눈물이 찡한 느낌이 있었다. 


10/4
난 우울증 환자다
약물 중심 치료를 받고 있다
나는 보통(?) 사람보다 (보통이란 게 있나?)
나는 과거의 나보다
자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생각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니 내가 날 죽이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을 이것저것 해보자.
뭐 그게 다야. 대단한 것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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