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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원 Jun 19. 2023

퇴사를 해도 될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1

최근 나는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퇴사를 자주 했다. 약 13년 경력동안 총 7개의 회사를 경험했으니 퇴사 경험도 무려 6번이나 된다.(그밖에 프리랜서, 단기 계약 근무 등도 했다.) 퇴사가 매우 익숙하다.

하지만 지금 내가 고민하는 퇴사는 지금까지와 결이 매우 다른것 같다.

그동안 내가 왜 퇴사를 왜 했는지 다시 회고해 보자.(이해를 돕기 위해서 적어보자면 나의 직업은 개발자다.)


첫 번째 회사는 대기업이었다. 라떼는 대기업 공채를 통해서 개발을 못해도 취업할 수 있던 시기였다. 한 번도 코딩을 해본 적 없던 나는 회사에서 배우면 된다는 마인드로 용감하게 지원하고 운 좋게 합격했었다.(정말 아무것도 모르면 용감하다.)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여 일을 잘할 날만 생각하고 버텼다. 약 4년 차 정도가 되니까 눈이 뜨였는지 종종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던 것 같다. 5년 차가 되던 해에 개발자는 대기업에서 (잘) 성장하기 어렵다고 느꼈다. 개발자라면 최신 트렌드를 계속 따라야 하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디지털 노마드를 꿈꿨다.)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커리어를 스스로 정하려면 대기업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당시의 선배들을 바라보면서 10년 후에 다르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결국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두 번째 회사는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크게 받은 스타트업이었다. 당시 나는 연봉을 깎더라도 어떻게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정말 열심히 일했고 무엇이든 배우려고 했고 잘하려고 했다.(그 회사에서 일을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모든 환경이 너무도 달랐다.) 그 회사에서 퇴사하게 된 이유는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었다. 이 글에서 밝힐 수는 없지만 인간적으로 매우 실망했었다.

 

세 번째 회사도 역시 스타트업이었다. 한국인이지만 외국에서 자라서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또래 분이 창업한 회사였다. 근무지도 집에서 매우 가까웠고 분위기가 자유로웠다. 게다가 동료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아서 더 재미있게 일을 했다. 하지만 경영상의 이유로 급여를 정상적으로 받기 어려워서 2개월을 무급여로 3개월을 프리랜서와 병행하면서 버텼지만 나아지지 않아서 퇴사를 결심했다.(위기를 이겨내고 지금 순항하고 있다고 한다.)

 

네 번째 회사 역시 스타트업이었다. AI를 걸고 서비스를 시작한 회사였다. 대우도 회사의 성장성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곧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이유는 경영진(사수)을 따를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나랑 맞지 않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나만 옳다고 생각했고 더 넓은 관점을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 이전 회사에서 너무 자유롭게 일해서 그런 것일까? 나는 열심히 일을 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으면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 없으니 무조건 출근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이야기하는 분위기에 나를 맞추기 싫어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직접적으로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다섯 번째는 새로 창업하는 회사였다. 대표와 내가 전부인 2인 회사였다. 처음부터 시작하고 무엇이든 혼자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해서 서비스 출시까지 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고객의 유입이 없었고 2차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대표가 점점 신경을 안 쓰는 것이 느껴졌다.(당시 대표의 본업은 따로 있었다.) 더 이상 희망고문을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이직을 결심했다.

 

여섯 번째 회사는 역시 스타트업이고 친구가 소개해준 곳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였다. 어려운 시기에 합류했지만 경영진의 신뢰를 받았고 또 좋아하는 분야라서 그런지 곧 빠져들어 열심히 일했다. 다행히 성과도 나타나서 PM으로 시작했지만 CTO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었다. 또 약 13명의 좋은 팀원들과 몰입돼서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빙하기가 찾아오게 되었고 팀원들을 경영상의 이유로 내보내야 했다. 나는 그것을 견디기 힘들었다. 직접 채용을 했고 성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애정을 쏟았던 팀원들이 나가야 하는 모습과 회사의 불안한 자금 상황이 나를 견디기 힘들게 했다. 벌써 두 번째 경험이었기에...

 

일곱 번째 즉 현재 회사는 스타트업이면서 중소기업이다. 일반 스타트업과 다르게 재정이 안정되어 있고 투자 없이 매출로 성장하고 있는 회사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진행 중이고 나는 그 분야에서 점차 영향력을 발휘해 보자는 대표의 설득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는 잘 다니고 있다.


나의 퇴사 사유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스스로는 떳떳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그렇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좋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나의 퇴사 사유를 종합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성장하고 싶어서(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어서) - 1회

2. 경영상의 이유 - 2회

3. 함께 일하는 사람이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 2회

4. 회사의 발전 의지가 없어 보여서 - 1회

 

나는 지금은 왜 퇴사를 고민하고 있을까? 지금까지 했던 이유와는 분명 다르다.

경영상의 문제도 없고 권한도 충분하다. 사람들도 좋고 대표의 열정이나 의지도 충만하다.


나는 얼마 전까지 "불안장애"로 매우 힘들었다. 덕분에 처음으로 정신과도 다녀왔다. (나의 다른 글에 적었다.)

갑자기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것에 자신이 없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밀려왔다. 

지금까지 나는 정말 주도적으로 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더 이상 자신이 없어지고 일해왔던 분야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자녀(2명)에 대한 양육 걱정, 불안한 경제상황, AI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잦은 이직으로 인한 끊임없는 긴장, 새로운 회사에서의 적응, 이사에 대한 걱정등 많은 생각들이 갑자기 나에게 감당 못할 정도로 밀려와서 그런 것 같다.


지금은 다행히 회복되었지만, 이 일을 통해서 다시 퇴사에 대한 생각이 자라고 있다.

내가 직장인으로 일하는 한 결국 은퇴를 해야 하는데 그때 내가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어떻게든 밥값을 하려고, 생존하려고, 인정받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노력과는 별개로 점점 더 불안해지고 걱정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우연히 과거에 읽었던 "전념"이라는 책을 다시 꺼내보았고 거기서 힌트를 찾을 수 있었다.

"오늘날 대부분 청년이 그렇다. 추상적인 기술을 습득하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개인적인 발전을 위한 도구를 넘치도록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가 가장 원하는 단 한 가지, 무언가에 애착을 갖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책에서는 현재 많은 이들이 무한 탐색 모드에 빠져있고 한 가지에 전념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정말 내가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떳떳하다고 생각하는 잦은 이직이 사실 무한 탐색 모드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선택지를 넓히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나를 잃어버리고 지치게 하고 불안하게 하는 원인인 것 같다는 확신이 들게 되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바뀔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이 "지금이라도 나의 일을 찾고 전념해야지" 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 같다.

즉 "퇴사"를 하려는 이유는 정말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 의해서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자신은 없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무한 탐색에서 벗어나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봐야겠다.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버텨보고 싶다. (언젠가는 포기할 때가 있더라도 쉽게 포기하지는 말자.)

이런 생각을 갖게 되니 새로운 삶의 의욕이 생기면서 자신감이 다시 생기는 것 같다.


지나간 세월을 회상하면 정말 위기가 기회였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하는 순간을 깨닫고 변화를 주었던 순간들이 꽤 있었다.

그리고 그런 변화는 시련과 성취를 가져주었다.


확신할 수 없지만 지금 나의 인생에 변화를 주어야 하는 순간이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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