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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zMe Dec 21. 2020

플로리다 프로젝트

무비에게 인생을 묻다. 12

무비님. 이번 영화는 제목만으로 뭔가 유추하기가 쉽지 않네요.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플로리다 주에 사는 어린 엄마와 어린 딸을 소개할게요.



어린 엄마요? 플로리다 주면 세계적인 리조트가 모여있는 곳 아닌가요?

세계에서 가장 큰 월트 디즈니월드 리조트가 있죠.     



오호. 저는 아직 못 가본 곳인데, 영화 속에서 대신 가게 되려나요?

환상의 디즈니월드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아이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 아이들이 과연 디즈니월드에 갈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습니다.     



디즈니월드 근처에 살면, 친구들이 정말 부러워할 것 같은데요. 저도 어릴 때 놀이동산 근처에 사는 친구들 무지 부러워했거든요. 왜 그 아이들이 디즈니월드에 가는 게 의문스럽죠?

손꼽히는 관광지에 디즈니월드 근처라 호화로운 삶일 것 같지만, 사실 매직캐슬이라는 허름한 모텔에 거주하고 있어요. 이 작품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버려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버려진 사람들? 갑자기 디즈니월드의 화려함과는 너무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데요.      

그 지역에 월트 디즈니월드 리조트가 들어서긴 했지만, 바로 뒤쪽으로 빈민가가 있어요. 사실 <플로리다 프로젝트>라는 제목은 당시 국가의 플로리다 빈민촌 지원제도 명칭입니다.


         

플로리다 빈민가를 돕는 지원제도 명칭이 <플로리다 프로젝트>였는데, 그것을 그대로 영화 제목으로 사용했다는 거네요.      

네. 2017년 미국에서 개봉 후, 국내는 2018년 봄에 개봉했었죠. 이 영화를 보신 분이 많지는 않으나 보신 분은 모두 감동받은 작품이에요. 여섯 살 무니라는 맑은 여자아이가 등장하는데, 무니는 미혼모인 엄마 핼리와 모텔에서 살고 있습니다.



버려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셨는데, 엄마 핼리도 미혼모라고 하니, 어떤 측면에선 상대에게 버림받은 삶이라고 할 수 있네요.

작품 보시면 알겠지만, 사실 무니라는 딸만 없다면 핼리도 너무 어려요. 어리다기보단 너무 젊죠. 아직 한창인 20대라 남자 친구도 사귀고 싶어 해요. 그런데 무니를 데리고 있으니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무거움이 따르고 있죠. 일을 하려고 해도 마땅한 자격증도 없고, 모텔 숙박료는 지불해야 하고, 생활이 막막하죠.

 



쉽게 말해 애가 애를 키운다고 하나요, 이런 경우에 생계유지는 진짜 어떻게 하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겨우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 정도예요. 하지만 그것으로도 두 사람이 생활하기엔 무리가 있죠.


          

무니가 여섯 살이라고 했으니, 아직 어려서 혼자 두고 장시간 노동도 못 하겠네요. 최소한의 생계유지만 하고 지출을 아예 안 하는 방법 말고는 없겠는데요.     

영화를 보면서 빈민가 사람들의 선택 폭이 굉장히 좁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요. 우리는 보통 무언가를 선택할 때, 이게 더 좋을까, 저게 더 좋을까를 놓고 고민하잖아요. 하지만 그곳 사람들은 이것은 나쁘고, 저것은 더 나쁘니, 둘 다 나쁜 것 중에서 조금 덜 나쁜 게 낫겠지. 하는 선택을 합니다. 심지어 그런 모습이 너무 오래 지속된 듯 자연스럽고 익숙해 보여서 마음이 아팠어요.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엄마도 어린 나이니까 악조건 속에서 선택이라는 기로에 많이 섰을 테고, 그때마다 힘들었겠지만, 가난에 찌들었을 무니도 아직 여섯 살 밖에 안 되었는데 기가 많이 죽어있지는 않을지. 참 안타깝네요.      

그런데 뭐랄까. 반전은 아니지만 엄마도 철이 없다고 할까요. 무니랑 침대에서 같이 뛴다거나 집을 엉망으로 만들며 베개 싸움도 하고, 너무나 친구처럼 지내고 있죠. 그러다 보니 무니가 너무 밝고 예쁩니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젯트> 친구의 아이스크림 한 입 씩 나눠먹는 무니


구석구석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삭막한 빈민가와 화려한 디즈니월드가 맞닿아 있는 곳이지만, 바로 옆 디즈니월드에 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아이들 형편인데요.

그렇다고 과연 이 아이들의 세상이, 디즈니랜드보다 환상적이지 못할까? 하는 질문을, 영화에서 던지는 것 같았죠. 그리고 하나 더, 디즈니월드보다도 더 무궁무진 재밌는 생각과 놀이로 행복한 아이들의 세상에, 어른이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은 진정 디즈니월드 같은 것 말고는 없는 것이야? 하는 질문도 던지고 있죠.

아이들이 등장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보는 영화는 아닙니다. 다만 우리를 실제로 그 빈민가로 구겨 넣어서 그 속에도 햇빛이 비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영화죠.


좁은 창문을 통해 보는 햇살은
 더 간절했고, 더 강렬했습니다.


오랜만에 훌륭한 영화 만났구나, 하는 생각 드실 테니 꼭 보세요.



영화 속 질문이 가슴을 두들기네요.

아이들의 순수한 세상은, 어른이 만든 환상의 디즈니월드보다 훨씬 더 환상적일 텐데, 어른들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아이들.

그들에게 지금 해 줘야 하는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물려주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어른이 더욱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먼저 저부터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 빈민가에 비추이는 햇살 안에 저도 들어가서 공감해 봐야겠네요.

<플로리다 프로젝트>였습니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포스터


    


author, S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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