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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zMe Dec 21. 2020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무비에게 인생을 묻다. 14

구름을 감싸는 빛, 실버라이닝이네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면 어떤 인생을 담고 있는 걸까요? 찬란한 인생일 것 같은 예감입니다.

빛이라기보다 그 앞에 있는 구름에 가까운 이야기예요.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아 치료 중인, 아픈 사람들의 인생을 나눠볼까요.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았다. 그렇다면 신체적 질병은 아니겠네요. 마음의 병이겠군요. 

그렇죠. 약간의 상처는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치유될 때도 있는데, 간혹 너무 감당하기 큰 상처가 생기게 되면 그 누구에게도 말조차 못 할 때가 있어요.     



진짜 있습니다. 정말 아무하고도 만나는 것 자체가,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다 부질없고 싫을 때가 있어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그 상처가 절대로 내 잘못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중에는 '내가 뭔가 부족했을까?', '내가 뭔가 잘 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나?' 괜스레 내 탓을 하고 있던 걸 깨닫게 됐죠. 왜 이럴까, 어째서 내 마음이 이렇게까지 무너져 내렸을까, 를 인지하며 참 힘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그렇죠.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경험들이 다 있으실 거예요. 사람이요, 갑자기 너무 큰 상처를 받게 되면, 도무지 그 상황을 인정할 수 없어서, 내 탓을 하면서까지 그 상황을 납득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대요.

그렇군요. 오늘 주인공 역시 너무나 큰 사건을 당하게 되는데요. 사건을 일으킨 사람은 오히려 멀쩡한데, 정작 당한 본인이 무려 8개월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에요.


 

8개월이나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면 굉장히 심각한 사건이었나 봐요. 충격이 아주 컸다는 얘기네요.

남자 주인공 팻솔리타노를 브래들리 쿠퍼가 맡았는데요, 팻솔리타노는 평소와 다름없이 귀가합니다. 그리곤 아무런 예감도 없던 무방비 상태에서, 자신의 부인과 부인 상사와의 불륜 장면을 여과 없이 목격하고 말죠. 너무 놀라고 끔찍한 상황이라 믿기지 않았지만, 눈 앞에 두 사람이 놀란 모습으로 서 있으니, 부인할 수도 없는 거였죠. 혼란 스런 마음에 거의 이성을 잃게 되는데요, 그 날 이후로 감정을 조절하기가 힘들어졌어요. 감정 조절이 안 되니 일상생활이 어렵죠. 직장에서도 온전히 있지 못해 결국 직장을 잃게 되고, 가정도 끝내 파탄에 이릅니다. 이후로 감정 제어가 계속 안 되자 팻솔리타노는 결국 정신과 치료를 선택하게 되죠.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아. 너무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네요. 내 잘못도 아닌데, 팻솔리타노는 그저 부인을 사랑해서 결혼한 것 말고 대체 무슨 잘못인 겁니까. 잘못한 사람이 고통받는 게 아니라 왜 당한 사람이 고통을 받아야 할까요.

이런 상황에서, 사건을 일으킨 사람은 잘 살고, 피해자 삶이 망가지는 경우가 실제로 훨씬 더 많다고 합니다. 심지어 병원에서 알려준 대로 긍정적인 마인드로 있다 보면, 언젠가 떠나간 부인이 돌아오지 않을까, 기다리기까지 하는 팻솔리타노예요.


           

무슨 말입니까. 아니, 돌아온다고 해도 용서가 안 될 상황에 얼마나 이 상황을 인정하기 싫었으면, 자신의 잘못도 아닌 일에 오히려 스스로 긍정적이 되어야 부인이 돌아온다고 자신 탓을 하는 겁니까.     

사람이 너무 큰 일을 당하게 되면, 그 충격으로 인해 분별력이 저하된다죠. 팻솔리타노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고, 오직 부인과 갑작스레 헤어진 아픔만을 생각한 거 같아요. 그저 예전으로 돌아가고픈 생각만 하는 중이어서, 의사가 권유한 대로 일단 매일 지속적인 운동을 시작합니다. 동네에서 코스를 정해 조깅을 하는 중이에요.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그건 맞습니다. 마음의 상처인데도, 운동하면 회복 효과가 좋다.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아도, 운동을 하면 신기하게 마음까지 빨리 회복된다더군요. 그런데 원래 상처를 너무 크게 받으면 의욕 저하가 와서 운동도 굉장히 귀찮거든요. 그런데 팻솔리타노가 일단 운동이라도 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에요.       

우연한 기회로 한 여성을 알게 되는데, 이 여성 티파니도 얼마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상처를 회복하는 중에 있어요. 티파니 역할에는 제니퍼 로렌스가 출연합니다. 티파니는 평소 정숙하게 살지 않아서 주변으로부터 나쁜 평판을 오래 들어왔는데요. 사람들의 말에 상처를 많이 입은 상태예요. 그런 티파니와 팻솔리타노가 마주치며 두 사람의 트러블이 시작되죠.


           

팻솔리타노는 정작 자신의 다친 마음은 돌아보지 않으면서 상황만을 회복하려 하고 있고, 티파니는 남편이 사망한 그 상황을 어떻게 할 순 없으나 주변에서 날아드는 화살 때문에 마음을 다치는 중이군요. 묘하게 반대네요.     

맞습니다. 그래서 티파니는 말 한마디마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트라우마가 생겼죠. 항상 트라우마로 인해 대응 태세를 갖추다 보니 아주 공격적이에요. 반면 팻솔리타노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 긍정 마인드라는 틀을 스스로에게 씌우다 보니, 공격적인 티파니를 마주칠 때마다 겨우 컨트롤 중인 긍정마인드가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이 느껴져요. 그래서 티파니를 보면 깜짝 놀라며 피하게 되죠.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그런데 자꾸 그렇게 마음을 덮거나, 힘들어지는 상황으로부터 도망가고, 누군가를 피해서는 결국 진짜 상처가 회복되지 않을 텐데요.

그렇죠. 영화에선 결국 티파니와 팻솔리타노가 마주치며 서로의 상처를 더 후벼 파도록 만들어. 상처가 되는 말들로 수많은 화살이 입을 통해 나가 정곡을 찌르고 찌르고 또 찌르게 되죠.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그렇게 속에서 곪았던 것들이 다 터져 나온 후에야, 비로소 회복으로 갈 수 있을 영화는 보여줍니다. 미묘하고 예리한 심리를 드러내야 하는 스토리라 배우들의 연기력이 매우 중요던 작품인데요. 소름 돋을 만큼 날카로운 두 남녀의 연기를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여주인공 제니퍼 로렌스는 이미 유명했지만, 당시 그녀에 비해 인지도가 낮았던 브래들리 쿠퍼는 팻솔리타노 캐릭터로 트라우마 연기를 한 이후, 연기 인생에 날개를 달았다고 하죠. 그의 눈빛 연기 하나만 보아도 감동과 치유가 느껴지실 거예요.




상처를 받으셨나요.

지금 힘드신가요.

마음이 아프시다면 주저 없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입니다.

영화 속 명대사죠.

부정적인 생각을 연료로 태워서 구름 뒤에 있는 햇살을 찾는 거예요.


구름의 테두리에 보이는 가장 밝은 부분을 실버라이닝이라고 하죠.

묵직한 습기로 뭉쳐진 구름이라 할지라도

그 뒤의 태양 빛으로 인하여, 구름의 테두리를 둘러싸고 있는 건 결국 빛이라는 뜻이죠.

참 의미 있는 제목이네요.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 그리고 상처 받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었습니다.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포스터



author, S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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