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기 전에 먼저 보스턴에 있는 외딴섬부터 소개해드릴까 해요. 그리고 이 영화를 아직 못 보신 분들은 결말을 모르고 보셔야 함에도 주인공의 인생을 이야기하기 위해, 모든 내용을 포함하여 말씀드리려고 해요.
좋습니다. 일단 외딴섬으로 가네요. 요즘 뭐 가족 단위로 캠핑도 많이 하니까요. 일상을 벗어나면 섬도 색다른 재미가 있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섬에는 정신병원 건물만 덩그러니 있어요. 그래서 삭막하게 느껴지는 이 섬의 이름이 바로 셔터 아일랜드이고 섬의 이름 그대로 영화 제목도 셔터 아일랜드입니다.
정신병원을 그 먼 외딴섬까지 가서 지어야 했다는 것은 조금 심각한 상상을 하게 하네요. 멀리 떨어뜨려 격리시켜야 하는 다소 위험한 환자들이 가는 곳으로 생각해도 될까요?
네. 정신질환으로 인해서 중한 범죄를 지은 죄수들만이 이 병원에 갇히게 됩니다. 정부에서 많은 감시 인력을 동원해 철저하게 격리를 시켜둔 것이었죠. 이 섬은 사방이 전부 절벽으로 되어있고, 헤엄을 쳐서 도망칠 수도 없게 망망대해 한가운데 있어요. 병원 건물도 철벽 보안이 되어있는데, 운 좋게 건물을 탈출한다 할지라도, 이 섬 자체를 탈출할 수 있는 확률은 제로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섬에서 탈출자가 한 명 발생하게 되었고, 신고를 받은 두 명의 보안관 테디와 척이 육지로부터 이 섬까지 배를 타고 오게 됩니다.
영화 <셔터 아일랜드> 스틸컷
셔터 아일랜드에서는 탈출 확률이 제로인데, 철벽 보안이라고 하는 병원 건물에서는 빠져나올 확률이 있는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감시 인력이 너무나 많고 철저하게 동선마다 지키고 있기 때문에, 거쳐야 하는 어느 곳 한 곳에서라도 들키게 되어있습니다. 아예 탈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테디와 척은 탈출자가 지나갈 수 있는 모든 동선에 배치되었던 관계자들에게 질문을 하게 되죠. 그러나 거점에 있던 모든 관계자들이 마치 입을 맞춘 듯 동일하게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합니다.
그럼 뭐죠? 허위 진술인가요? 만약 허위 진술이라면 애초에 신고를 하지 말지, 탈출자가 발생했다는 신고는 하면서 왜 거점에서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고 하는 거죠? 협조를 안 하는 상황인가요? 조금 이해가 안 가네요.
연방 보안관 테디와 척도 정말 이상하게 여깁니다. 이 섬은 수용된 환자들도 탈출을 못 하지만, 실은 섬에 들어온 이상 정부에서 배를 보내주지 않는다면, 테디와 척도 이 섬을 빠져나갈 수는 없었던 거죠. 테디와 척은 서서히 이런 상황을 인지하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이상한 소문이 들리죠. 이 곳에서 갇힌 환자들을 대상으로 허가받지 않은 뇌수술을 시행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됩니다.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적인 뇌수술을 몰래하고 있다면, 방해가 될 보안관들을 애초에 안 불렀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게 말입니다. 계속 의문 투성이인 상황이 이어져요. 어느 날은 테디가 척과 함께 한 여성 환자를 심문하게 되는데요. 잠시 척이 자리를 뜨자, 갑자기 여성 환자가 다급히 테디를 향해 글을 적습니다. 어서 섬에서 도망치란 내용이었죠. 계속 뭔가 수상하다고 여기고 있었던 테디는 비로소 결단합니다. 섬을 탈출하기로 결심한 거죠.
어? 그런데 셔터 아일랜드는 탈출할 수 있는 확률이 제로라고 하셨잖아요.
네. 그래서 테디는 합법적인 방법을 택합니다. 이곳에서 뇌수술이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본인이 안다는 부분에 대해 서서히 병원 관계자들에게 어필하는 거죠. 뇌수술에 대한 언급을 시작하자 예상대로 병원 관계자들이 뜨끔 놀라며 반응을 하기 시작하죠. 테디는 결심합니다. 반드시 뇌수술에 대한 비리만큼은 막고 이 섬을 나가겠노라는 의로운 각오를 다지게 되죠. 그리고 뇌수술이 시행되는 장소가 어디인지 조사를 시작합니다. 마침내 이 섬의 절벽 아래쪽, 우뚝 솟은 등대 안에서 수술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많은 간부들과 병원 인력이 똘똘 뭉쳐서 말과 행동을 맞추고 있는데, 테디와 척 두 사람만으로는 수사가 참 쉽지 않았을 텐데도 놀랍게 등대 안이라는 사실까지 알아냈네요.
네. 수사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와 긴장으로 인해 테디는 편두통이 심해져요. 병원 측에 이야기를 하니 진통제를 줍니다. 그런데 이 진통제를 먹으면 먹을수록 이상하게도 편두통 찾아오는 횟수는 더 잦아지고, 이 섬에 온 이후로 환상을 자주 보았었는데, 그 증세도 더욱 심해지죠. 테디는 진통제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껴요. 그리곤 척과 함께 등대를 가기로 하죠. 가는 길은 험난하고 심지어 도중에 척마저도 실종되어 결국 테디 혼자 수사를 진행합니다.
와. 그들이 이상한 약을 사용해서 서서히 테디를 정신 질환자로 몰았다가, 결국 감금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네요. 외딴섬이니까 그들끼리 얼마든지 조작해도 아무도 알 수가 없지 않습니까.
테디도 그 사실이 두렵습니다. 힘겨운 과정이었지만 마침내 등대에 도착하죠. 갑자기 등대를 지키는 경비가 나타나자 본의 아니게 총으로 그를 쏘아 버립니다. 쓰러진 경비를 뒤로 하고 등대에 들어서죠. 계단을 올라가 조심스레 문을 열자 예상대로입니다. 뇌 수술하는 의사가 그곳에 있어요. 테디는 비장한 표정으로 얘기합니다. 이곳에서 시행되고 있는 뇌 수술에 대해 알고 있노라고. 그때 어디선가 동료 척이 등장하죠. 중간에 사라졌던 척이 예상치 못 한 곳에서 나타나니 테디는 어리둥절해요. 척이 이상한 말을 합니다.
"테디. 의사는 바로 나야."
두서가 없고 이상한 말들을 그들이 이어가죠. 급기야 불안했던 예감대로 그들은 병원에서 탈출한 한 명의 사람이 바로 테디라며 몰아세웁니다. 이제 더 이상 혼자서 다수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테디가 총을 겨누고 그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죠.
영화 <셔터 아일랜드> 스틸컷
그러나 총에 맞은 그들이 쓰러지기는커녕 멀쩡하게 서 있죠. 무언가 많이 잘 못 됐다고 여긴 테디의 귀에 그들의 침착한 말이들려오기 시작하죠.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총마저 환상이라는 그들의 말이 사실인 것을 깨닫습니다. 서서히 테디는 진실과 직면하게 돼요.
진실과 직면한다고요? 약 때문에 환상을 보았던 것인가요? 서서히 진실과 직면한다니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진실이 아닌 거죠?
사실은 셔터 아일랜드에 갇힌 환자 중 가장 위험한 인물이 한 사람 있었습니다. 위험한 중범죄자인 그의 이름은 래디스.래디스가 어느 날 퇴근하고 집으로 오니, 우울증에 시달리던 부인이 자녀들을 죽여버린 상태였어요. 놀란 그는 통탄하며 자녀의 시신을 끌어안고 울다가, 차오르는 분을 이기지 못해 그만 부인을 살해하게 되죠.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용서 못해 괴로워해요.엉망진창인 감정과 자신의 상황을 극복 못한 래디스는 결국 상태가 이상해지죠.이후 셔터 아일랜드에 갇히며 가장 위험한 인물로 분류되죠. 그 래디스가 바로 테디 자신이었던 겁니다. 보안관 테디라는 의로운 가상 인물을 만들고, 자신을 그 안에 가두며, 서서히 래디스였던 자신을 망각해갔던 겁니다.
이제 진실과 직면한 래디스에겐 선택만이 남았어요. 힘겹지만 래디스가 본인임을 받아들이고 괴로움에 맞서며 진짜 래디스로 살아 갈지, 고통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만들어 낸 의롭고 선량한 보안관 테디가 되어 뇌수술을 받을지 기로에 선 것인데요, 타이타닉으로 최고 스타의 반열에 오른 디카프리오가 테디 역을 너무도 실감 나게 연기했고, 영화 보시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지만, 나아가 사람 내면에 대한 근원적 철학을 담은 명작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진짜와 가짜,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누군가를 만날 때 어느 시점부터 듣고 볼 것인가, 누구의 말을 들을 것인가에 따라 진짜와 가짜는 달라집니다. 전체를 보느냐 부분을 보느냐에 따라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구분도 달라지겠지요.
우리의 시선을 더욱 높게 들고, 더욱 멀리 향하라는 메시지를 조용히 던지며, 더욱 신중히 사고해야 할 것에 대하여도 울림을 주는 작품이었어요.
더불어 스릴러인 듯 하나, 비정상적인 사람의 시선을 통해 그 내면의 어지러움과, 사람의 방어기제에 대하여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결국은 치유를 위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