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이런 적 있으시죠? 분명히 내가 알았던 것인데 갑자기 말하려니 단어가 기억 안 나서 답답할 때 말이에요.
많죠. 나이 들어가면서 그럴 때도 있고, 무언가 한꺼번에 여러 가지로 바쁜 때에도 그런 적이 있었죠. 학생들은 보통 시험 칠 때 그런 경험이 많을 텐데요? 분명히 공부했는데, 시험지 앞에서 기억이 안 나는 법이잖아요.
어디선가 근거를 알 수 없는 내용의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기억에 오래 남아있는데 무슨 내용이냐, 보통 인간이 뇌의 10%만 활용한다는 주장이었죠. 그리고 이어서 아인슈타인은 뇌의 15%를 사용했다고 되어있었죠.
보통 인간이 10%의 뇌를 활용하는데, 뛰어난 아인슈타인도 단 15%의 뇌만 활용했다? 그러면 인간이 뇌를 100% 다 이용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런데 <리미트리스>에서 두뇌를 100% 활용하는 방법이 등장합니다. 뇌의 100%를 온전히 활용하는 한 남자의 인생을 지금부터 만나게 될 거예요.
영화 <리미트리스> _ 출처:네이버
뇌를 100% 활용하는 방법. 이게 진짜라면 꼭 배우겠지만, 당연히 픽션이겠죠?
픽션이죠. 시작과 동시에 몰입도가 굉장한 영화였어요. 2012년 개봉작입니다.
Limitless. 제목에서부터 느낌이 옵니다.
브래들리 쿠퍼가 남자 주인공 '에디' 역할을 맡았어요. 에디는 작가인데요, 마감날이 다 되었지만 한 글자도 못 쓰고 영감을 얻으려 멍하니 앉긴 앉았는데 잘 떠오르지도 않죠. 얼마나 오랜 날을 그러고 살았는지 집도 엉망, 행색도 지저분합니다.
영화 <리미트리스> _ 출처:네이버
작가는 오랫동안 그러고 있다가도 영감이 딱 떠오르면곧장 줄줄 써 내려가기도 하지 않나요? 뭐, 오랫동안 그런 생활을 유지해 왔다면 함께 지내는 사람의 고통은 클 것 같지만요.
그래선지 전 부인과 결혼 후 두 달 만에 헤어졌고지금은 혼자 살아요.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너무 오랜 기간 경제력 없이 지내다 보니 도와주던 여자 친구 역시 에디를 떠납니다. 에디는 방금 이별을 선고받고 집으로 가는 길이죠. 거리를 걸으며 무능력한 자신을 비하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까지 만나게 되죠. 바로 전처의 남동생이에요.
영화 <리미트리스> _ 출처:네이버
대체로 남자들은 말입니다. 나의 무너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단 말이죠.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전 부인 남동생과 마주쳤다. 참 불편한 상황입니다. 심지어 행색마저 초라하다면서요?
움찔하던 에디는 이내 자포자기 상태가 됩니다. 방금 이별 통보까지 받았겠다, 에라, 이제 모르겠다, 싶었나 보죠. 낮술을 권하는 처남을 무작정 따라갑니다. 처남은 건전해 보이거나 신뢰 가는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마약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그런 그의 눈에도 에디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작은 비닐에 들어있는 알약 하나를 내밀어요.
영화 <리미트리스> _ 출처:네이버
"이게 뭐지?"
"뇌를 100퍼센트 자극하는 약을 개발했어. 먹고 놀라지나 마. 뇌를 100퍼센트 활용하게 될 거니까. 한 알에 800 불 짜리니, 먹는 게 좋을걸?"
영화 <리미트리스> _ 출처:네이버
800 불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고작 한 알에 무려 89만 원이나 한다는 건데, 차라리 에디의 지금 같은 형편에는 그 약을 먹기보다 파는 게 낫지 않을까요? 딱한 사정이니 적게나마 금전적으로 도움이 될 텐데요?
저도 같은 생각을 했는데요. 아마 에디는 처남을 못 믿었기 때문에, 그 약을 팔 정도로 정직한 약은 아니라고 생각했나 봐요. 뇌 어쩌고 하는 말도 믿지 않았을 것이고, 고작 알 약 하나가 800불이라는 말도 전혀 믿지 않았겠죠. 의심하는 표정으로 주머니에 약을 넣어 버려요. 귀가하던 중 세 들어 사는 집 바로 앞에서 그만 집주인과 딱 마주치죠. 집세는 언제 낼 거냐 다그치기 시작하는 주인 앞에서 우물쭈물 대답을 못하던 에디가 문득 알약 생각을 해냅니다. 믿기엔 찝찝하지만 먹는다고 해도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죠. 속는 셈 치고 약을 쏙 입에 넣습니다.
영화 <리미트리스> _ 출처:네이버
오호. 두뇌를 100프로 활용하는 약이라 해도 효과가 그 즉시 나타날까요?
보통 우리가 먹는 약은 복용 후 30분 정도 지나야 효과가 나지만, 이 희귀한 약은 30초만 흐르면 효과가 나타납니다. 집주인의 잔소리가 30초보다 길게 느껴진 에디는 실망하죠. '뭐야, 30초가 지나도 효과가 없잖아.'
바로 그 순간입니다.시야가 놀랄 정도로 맑아지며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죠. 형광등을 켠 듯 머리가 개운해지며곧 이 건물의 건축구조가 한눈에 보입니다.자신이 이 건물 넓이와 높이 중 어디쯤 위치하였는지, 주인과 자신의 물리적 거리는 얼마이며, 햇빛은 어디서 들어오고 바람은 어디로 불며 주인 가방 속에 슬쩍 보이는 책 제목은 무엇이고 어떤 내용이며, 주인의 의상으로 미루어 볼 때어떤 목적지를 향해 가려던 것인지, 1초도 안 되어 모든 것을 파악하게 되었죠. 에디는 곧 주인 가방 속 책에 대한 이야기로 주인을 구워삶고 위기를 모면합니다.
영화 <리미트리스> _ 출처:네이버
굉장한 효과군요? 그런데 단 한 알이었잖아요? 한 알만 먹으면 평생을 그런 상태로 살 수 있는 약인가요?
그것을 알 수 없었던 에디는 순식간에 더러운 집을 청소하고 못 썼던 원고도 곧 완성해버리며 출판사로 보내죠.
영화 <리미트리스> _ 출처:네이버
잠시 외출을 한 후 돌아오자, 출판사로부터 작품에 감탄했다는 메시지가 와있죠. 흡족한 맘으로 에디가 오랜만에 단잠에 빠져들어요. 그리고 다음 날 눈을 뜹니다.
영화 <리미트리스> _ 출처:네이버
효과는 사라졌어요. 원래 에디로 돌아와 있죠. 약 효과를 잊지 못한 에디는 처남 집으로 달려갑니다. 처남은 웃으며, 샌드위치를 사다 주면 약을 주겠다, 하죠. 에디는 허겁지겁 샌드위치를 사러 갑니다. 그러나 샌드위치를 사서 다시 들어선 처남의 집에는 처참하게 살해당한 채 쓰러진 처남만 보일 뿐이었죠. 에디는 놀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은 필요합니다. 가까스로 처남이 어딘가에 숨겨둔비닐에 한가득 들어있던 약을 결국 손에 넣죠.
영화 <리미트리스> _ 출처:네이버
이제 새 삶을 살게 됩니다. 세계 경제 흐름까지 예측 가능한 아이큐 네 자리 사람으로 거듭났으니 주식은 식은 죽 먹기죠. 유능한 에디 곁으로 온갖 대단한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스스로 찬란한 날이 이어진다고 느끼던 무렵, 에디는 약에 부작용이 있음을 깨닫게 되죠. 기억이 한 무더기씩 사라져 버리는 부작용인데요, 약 복용자들을 찾아내 조사한 결과, 몇 명은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에디의 뒤에서는 약의 행방을 찾아 처남을 살해했던 자들이 추적해오고 있고, 앞에는 약의 부작용이라는 장애물이 놓여있는 상황이죠. 에디는 이제 남은 생을 어떻게 버티게 될까요. 한 알에 89만 원가량인 약을 잔뜩 가진 에디라면, 그런 방해 요소에 대처법이 있는 것일까요.
영화를 통해 확인하시면 스트레스도 훅 날려버릴 만큼 흥미진진하실 거예요. 물론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지는 작품이죠.
남 보다 많이 아는 것이란 이토록이나 중요한가 봐요?
남 보다 똑똑하다는 것은 최소, 한 알로만 따져도 벌써 89만 원 정도의 차이는 나는 거잖아요?하루에 89만 원씩의 격차라는, 지극히 편협한 결론도 재미있지 않아요?
긴 렌즈로 어둡게 촬영하다가, 똑똑한 에디를 표현하기 위해 순식간에 360도 카메라로 사방을 탁 트이게 보여주었어요. 컬러가선명해지고 화면이 환해졌죠. 그가 대단해 보이도록 사용한 기법들로 인해 굉장히 후련한 느낌이 들었고, 아이큐 네 자리 수로 등극한 에디가 반짝이는 시선으로 여유롭게 지식을 논할 때는, 뭐랄까, 지성과 품격이 극에 달했달까. 상당히 멋있어 보였죠.
생산성이 높은 인간이 멋있어 보이는 것은 세뇌인가요, 본능인가요.
둘 다일까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욕망?
약을 포기할 수 없는 에디처럼?
또한 에디를 추격하는 그들처럼?
영화 <리미트리스> _ 출처:네이버
그런 약이 진짜 있다 해도, 89만 원하는 그 약을살 수 있는사람들만 더욱 똑똑해지겠군요.
신기한 알약으로 뇌의 100%를 활용해 아이큐 네 자리가 된 에디 덕분에지식의 경지에 오른 인생을간접 경험했습니다. 평범한 삶 보다 더 좋은지더 고달픈지 어렴풋이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