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행복을 위한 나만의 일상
이 동네로 이사를 온지 3년이 넘었다. 언제나 나의 계획은 신선한 채소와 갓 지은 밥으로 저녁을 먹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하고, 글을 쓰거나 책을 읽다가 잠에 드는 그런 하루였다. 그러나 현실은 차가운 음식을 데워 먹고, 핸드폰을 하다가 씻지도 않고 잠들어 버리는 일상이었다. 내 마음은 산책길을 달리고 있지만, 지친 몸은 변함없이 쇼파와 침대에 있다. 결국 집 근처 체육문화센터에 등록을 했다.
그렇게 운동을 시작하지 세 달이 넘었다. 처음에는 온몸이 쑤시고, 조금만 뛰어도 지쳤다. 여전히 흘끗흘끗 시계를 보지만 그래도 몸이 가벼워진 기분이다. 운동이 끝나면 나온 김에 신선한 채소를 구입하러 동네 마트까지 한 바퀴 돌고 온다. 운동량도 늘어나고, 신선한 식품을 먹는 횟수도 늘어난다. 몸의 근육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생활의 작은 변화였다.
몸의 근육을 만드는 데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마음의 근육을 만드는 것은 오죽할까. 치매 가족이 된 지도 3년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부모님을 돌보는 일은 여전히 낯설고 익숙하지 않다. 별것도 아닌 일에도 화가 나고, 별것도 아닌 일에 긴장한다. 도대체 쓸데없는 물건은 왜 주워 오시는지, 주간보호센터는 왜 자꾸 빠지려고 하시는지, 아무것도 아닌 일로 화를 내시는 까닭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전에 보았던 법륜 스님의 영상을 몇 개 시청한다. 영상의 질문자들은 나처럼 치매 부모님을 어떻게 행복하게 해드려야 할지를 질문한다. 그러자 스님은 자신의 마음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떻게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겠냐고, 연로하신 부모님은 늘 보살펴야 하는 분들이지 걱정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고 하신다. 허를 찌르는 질문이었다.
부모님을 이해하거나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달린 문제였다. 부모님을 돌보는 내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 환자이시니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화를 내셔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내 마음이 행복하면 그냥 해결되는 문제였다.
나의 경우를 생각해 보니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좋은 글을 쓰겠다고 머리를 쥐어짜서 쓰던 글보다 다른 일을 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풀어낸 글이 더 마음에 들었던 기억, 좋은 사람을 만나보겠다고 노력했지만 가까운 동료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난 기억이 떠올랐다. 문제의 해답은 먼 곳이 아닌 늘 가까운 곳에 있었다.
오늘도 평소와 같이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음식을 준비하여 부모님 댁에 방문한다. 주간보호센터에서 돌아오시기 전에 도착하여 청소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세탁기를 돌린다. 내 마음의 행복을 위한 나만의 일상이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드시며 아늑한 집에서 편안하게 생활하실 부모님을 위해서 오늘의 일상을 완료한다. 세 달간의 도전으로 몸의 근육을 만들며 생활의 작은 변화가 생겼듯이 그거면 내 마음의 근육은 이미 단단해졌다고 믿는다. 내 마음이 행복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