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40대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이는 60~70대라 하였고, 어느 여류 소설가는 <여자의 전성기>라는 글을 통해 여자 전성기는 40초반에서 50후반이라고 하였다. 강사들은 나에게 묻는다. “강사의 전성기는 언제입니까?”그럴 때 내가 하는 답변은 이렇다. “강사는 40대가 전성기다. 인생 경험이 적당히 쌓였다고 제도권에서 인정하는 나이이고, 지성이나 실천력도 마흔이 최정점에 속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미안한 소리지만 나이 많은 강사들을 젊은 교육담당자들이 영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경영 전문가인 딜로이트 컨설팅 김경준 부회장은 <마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할까?>란 에세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20대는 패기는 있으되 사리분별이 안 되고, 30대는 경험이 쌓이지만 아직 사물의 본질을 포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40대는 경험도 풍부하고 체력도 튼실하다. 역할도 커지고 역량도 비례해 발전하는 나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설 패기도 있으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커다란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연륜도 쌓인 황금기이다.”
한편, 극소수이기는 하나 일부 젊은 강사들은 강연기회를 좀 우습게 여기기도 한다. 특히 유튜브나 온라인마케팅 기반의 강연, 컨설팅으로 돈 좀 번 친구들이 그런 경향이 있는데 그들 생각은 대략 이렇다.“강연 한번 가면 100만원 정도 주던데 멀리까지 가야하고, 힘도 빠진다. 그런데 유튜브는 방구석에서 수십 배나 되는 돈을 더 빨리 벌기 때문에 굳이 강연할 생각이 없다.”뭐 그들은 그들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존중한다. 하지만 내가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실시간 댓글이나 이모티콘 같은 것 말고, 현장에서 청중과 눈빛으로 주고받는 감동,감탄,눈물,깨달음 등 인간의 감정이 담긴 상호작용을 느껴보기는 했을까?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zoom, 시스코 같은 강의가 인기다. 수업 들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직접 참여해보니 아직은 개떡 같더라..)
세계적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랜선공연같이 관객이 없는 것보단 있는 게 긴장감이 들어서 좋은 결과를 만든다.”라고 하였다.“좋은 강연은 좋은 청중이 만든다” 글에도 밝혔듯 관객(청중)과의 상호작용으로 최고의 작품(강연)을 만든다는 점에서 강사와 예술가는 비슷하다는 것은 지나친 나의 비약일까? 어쨌든 현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참고. 좋은 강연은 좋은 청중이 만든다 https://brunch.co.kr/@sangickoh/277 )
다시 돌아와서 현재 2~30대 강사들은 불투명한 미래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어떤 무기들이 강사시장의 개척과 생존에 유리할지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하라. 지금부터 준비하면 40대에 기회를 만난다는 것을 철썩 같이 믿고 겸손하게 실력을 쌓아나가라. 나 역시 마흔을 앞두고 어떤 준비를 할지 고민이다. 일단 단기 계획으로는 40초반까지 박사 학위를 받고, 강연 부문에서 지금까지 쌓은 Street Smart(실전 지식)와 Book Smart(이론적 지식)를 바탕으로 최고의 강연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면 돈은 알아서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
5~80대 강사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40대가 강사의 전성기다”라는 말에 선배 강사님들은 주눅들 것 없다. 100세 시대란 말답게, 80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분들 정말 적지 않다. 존경스럽다. 가수 현미(1938년생), 전원주(1939년생)님과도 일 많이 했는데 전원주 선생님과의 일화. 함께 이동 중 선생님과 나, 그리고 기사 셋이 식당에 들어갔다. 내가 말했다. “오늘 제가 식사 대접하겠습니다.”그러자 전원주 선생님의 대답. “너 나보다 돈 많아?” “아...아니요..” “그럼 조용히해.” (크...이것이 진정 걸크러쉬...-_-;;)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나이 들수록 강연 횟수는 줄이고, 댓가를 높이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못하셔서 안타깝지만.. 故 이영권 박사님도 작고하시던 2015년 1월 나에게 이런 메일을 주신 적이 있다.
“나는 환갑이 된 해이기 때문에 인생을 크게 한번 정리하고 정상에서 가급적 소프트 랜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해의 시작이 되도록 하려고 한다. 정상에 한없이 오래 있을 수는 없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기 때문에 너와 같은 좋은 제자들을 잘 도와주어 성장 시켜서 맥을 이어나가기를 희망하는 바가 더 커진다고 할 수 있지..”
또 다른 시니어 강사는 서재에 대한민국 지도를 걸어두고, ‘이 정도 거리까지는 내가 직접 움직이고, 그 이상의 거리는 ktx를 타거나 주최 측에 배차를 요구한다. 그리고 월 몇 회 이상은 강연 일정은 잡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도 보았다.
그리고 나이 불문하고, 이 사례는 모두가 공유했으면 좋겠다. 살면서 돈이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사람을 가르치고 일깨우는 강사들은 반드시 이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언젠가 김형석 교수가 S그룹 강연과 지방 교사 연수 강연 요청을 동시에 받은 적이 있었다. 당연히 S그룹 강연료는 고액이었고, 가까웠고, 차까지 보내준다고 하였다. 노철학자라 하더라도 갈등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방 강연은 직접 기차를 잡아타야 하고, 수고비도 S그룹의 1/10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노교수는 미련두지 않고, 지방의 후학들을 만나러 갔다. 돌아와서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얼마나 더 살겠나. 그렇게 보았을 때 어떤 자리가 나에게 더 의미가 있을지 따져보니 크게 고민할 것이 없었다.”
끝으로 내 글을 읽는 당신이 너무나 바쁜 사람이거나 잔여 기대여명이 길지 않다면 아래 빌 게이츠의 강연 수락 원칙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아래 글은 딜로이트 컨설팅 김경준 부회장이 빌 게이츠를 대표연사로 초빙하려 했던 책임자에게 자세한 경과를 물어 정리한 글이다.
“빌게이츠의 연락처를 확인해 정중하게 초대 요청서를 보냈다. 세계 최고의 부자라서 강연료 등은 의미가 적다고 생각했다. 아애 따라 행사 취지, 참석 의의 등에 중점을 두어 설명하고 비서와 연락을 여러 번 주고받았다. 역시 상대측의 주요 관심사는 취지와 의의에 있었고 빌 게이츠 본인의 의사에 따른 행사 참석 여부 결정 기준이 독특했다.
50대 초반인 빌게이츠의 잔여수명, 향후 활동 가능 기간을 설정하고 남은 인생에서 추구할 가치를 대입시킨다. 세계 각지에서 들어오는 각종 요청을 활동 가능 기간 내에서 추구할 가치의 우선순위에 따라 시간을 배정한다. 일단 가치기준에서 의미가 없으면 금전적 보상, 만나는 형식과 무관하게 거절이다. 가치가 동일하면 시간의 변수를 대입해서 투입 시간이 적은 방향으로 결정한다. 이 기준에서 금번 초대는 선정되지 않았다.” < <마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할까?> 中
글쓴이 : 오상익 (오간지프로덕션 대표)
저서 : <강연의 시대>, 제3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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