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강연은 좋은 청중이 만든다

김정운 소장의 강연일화

by 오상익

전작 <강연의 시대>에 김정운 소장의 글을 인용해 “능력 있는 강사는 청중의 정서를 잘 반영한다.”라고 썼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강사만 일방적으로 청중의 반응을 살펴야 할까? 언제나 청중의 평가를 수동적으로 기다려야 하는 것이 강사의 숙명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강사도 날카롭게 청중을 평가한다. 단지 말을 않을 뿐이다. 웬만한 프로들은 강연장만 들어가도 회사의 분위기가 어떤지, 직원들의 열망은 어느 정도인지 바로 가늠한다. 그리고 그 회사에 대한 이미지는 강사를 통해 코로나19처럼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대학원에서 강사와 청중의 관계는‘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시종일관 떠드는 강사와 일방적으로 들어야만 하는 청중의 관계를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에 빗댄 것이다. 그래서 가해자(강사)는 피해자(청중)를 최대한 고문하지 않도록 강연을 잘 하라는 소리다, 내가 보기에 절반만 맞는 말이다. 왜냐하면 좋은 강연은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작용이 필수다. 거기에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좋은 강연은 좋은 청중이 만든다고.”



언젠가 통신회사의 강연을 주선한 적이 있었다. 총 2명의 강사가 투입되었는데 강연 후 청중의 피드백을 나는 수집하였고, 그 피드백을 두 강사에게 전달하였다. 그 후 내가 두 강사들에게 받은 청중에 대한 평가다.


A.강사의 피드백

“그날 강연 들으신 분들의 집중력에 놀랐습니다. 제가 의도한 적재적소에서 팡팡 반응하며 큰웃음 터트리셨을 때 놀랐습니다. 강연 리뷰를 보니 류현진의 제구처럼 분석이 정교하고 다채로워 감동하며 놀랐습니다. 덕분에 제가 그날 좋은 기운을 받고 왔습니다. 답례로 7월 10일쯤 출간되는 책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B 강사의 피드백

”보내주신 피드백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어보았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았을텐데도 이렇게 좋은 피드백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또한 핵심인재 워크샵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비슷한 또래의 분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깊었으며 그 어떤 강연에서도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집중력과 몰입에 강사인 제가 오히려 많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처럼, 강사도 청중을 평가한다.

좋은 강연은,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인식을 모두가 가진다면 강연 기획가로서 큰 보람을 느낄 것 같다.


끝으로 다시 김정운 소장의 일화로 마무리하겠다. 아침방송에 김정운 소장이 출연한 적이 있다. 알다시피 아침방송 객석의 청중들은 거의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부들로 이루어진다. 김정운 소장이 무대에 서자, 청중은 강사를 쳐다 보지않고 엉뚱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다름 아닌 카메라 감독이었다. 왜? 감독의 신호를 기다리며 리액션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사 입장에서는 얼마나 김빠질까?

(여담 :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하는 비대면 강연이 엄청 늘었다. 나는 청중없는 강연을 강사들이 무난히 해낼 것이라 여겼는데 이게 웬걸. 상당수 강사들이 이 불경기에도 강연을 고사했다. 아직은 청중 없이 벽보고 하는 식의 강연에 익숙치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리액션 전문가(?)들답게 카메라 감독의 사인에 맞춰“와우~”,“아하~”,“깔깔깔”등 적절한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그 반응에 김정운 소장은 조금씩 신이 났다. 평소 “인간은 감탄 받으려고 산다”가 지론인 그답게 청중의 거짓(?) 감탄에 반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강사가 신이 나니 덩달아 강연도 재미가 붙는다. 청중들도 서서히 카메라 감독이 아닌, 무대 위의 강사를 쳐다본다. 그리고 감탄하며 반응한다! 그 과정에서 더욱 더 신명이 난 그는 평소보다 몇배나 성공적으로 강연을 마쳤다고 소회했다. 이제 알겠는가. 좋은 강연은 청중이 만든다.




글쓴이 : 오상익 (오간지프로덕션 대표)

저서 : <강연의 시대>, 제3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 본 글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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