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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Jul 30. 2017

교사도 동료가 필요하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얼마 전, 쉬는 시간에 갑자기 동학년 선생님께서 찾아오셨다.

잠깐 시간을 내달라는 부탁에 내 주위를 둘러싼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복도로 나갔다.

아이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자 선생님께서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말씀하셨다.

"오늘은 좋은 일로 찾아왔어요. A가 달라졌어요."


A는 우리반 B의 쌍둥이 형이다.

그런 인연으로 A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선생님의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작년에야 발령받은 선생님으로서는 점점 A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이건 아닌데 싶으면서도 점점 A와의 관계가 수렁으로 빠져든다고 느끼는 선생님을 다독거려줬다.

그리고 A의 마음이 어떨지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선생님께서 어떤 점을 고려하며 교육하면 좋을지를 조언해드렸다.

이후 시간 날 때마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도 지나가며 A를 볼 때마다 칭찬의 말을 건네거나 관심을 표현하였다.

그러기를 한 달째, A의 변화가 눈에 띌 만큼 진행된 것이다.


결정적인 계기는 A가 모범적인 학생에게 주는 상을 받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선생님이 A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했고 그에 따라 A를 대하는 것도 점점 달라지게 된 것이 가장 핵심적인 이유라 생각한다.

예전에는 의무감으로 건성건성 그 아이의 말을 받아주었다면 이제는 정말 그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됐다는 선생님의 표현에 그 모든 게 담겨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신이 나서 하시던 선생님께서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셨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 조언은 그저 말에 불과하다고, 그걸 실천한 건 선생님이니 고마운 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자신이라 생각해달라고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교육에 대해서 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며 기뻐하셨다.

그래, 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는 같이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동료일 것이다.

각자 교실에 따로 떨어져 지내지 않고 함께할 수 있다면, 무명의 교사들이 최고의 학교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갓 전입한 교사인지라 아직 교실을 넘나드는 일이 조심스럽다.

도움은 그 사람이 원할 때에야 진정한 도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 덕분에 2학기에는 서로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해주는 모임으로 발전할 예정이다.

부족한 점이 많은 우리 학교지만, 여전히 희망은 교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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