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왜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을까
고양이가 차에 치였다. 바로 내가 보는 앞에서. 회색 아반떼가 아파트 언덕을 오르는데 갈색 바탕에 흰색 줄무늬 고양이가 그 앞을 뛰어갔다. '어? 잠깐만, 안되는데?' 아슬아슬했다. 타이밍이 잘 맞는다면 바퀴 사이로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반대로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바퀴에 깔릴 수도. 다행인지 바퀴에 깔리진 않았다. 고양이는 바퀴와 바퀴 사이를 지나쳤다. 그렇다고 부딪히지 않은 건 아니다. "후드득"과 비슷한,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소리가 분명히 났기 때문이다.
그 고약한 소리를 내고도, 고양이는 그 자리에서 죽지 않았다. 아반떼가 아주 잠깐 브레이크 등을 깜빡였으나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간 것처럼 고양이도 별 일 아니었다는 듯 길을 건넜다. 마치 길 가다 크게 넘어졌으나, 누가 봤을까 봐 멀쩡한 척 툭툭 털고 일어나는 것 같았다. 그런 적 있지 않나, 사고 당시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돼서 안 아프다가 나중에 고통이 찾아오는 것.
아마 그 고양이는 크게 다쳤을 거다. 그 고약한 소리로 미뤄 봤을 때 목뼈가 어떻게 됐거나 등뼈가 잘못됐을 것 같다.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 고양이는 건너편 갈색 수풀 어딘가에서 춥고 고된 밤을 보낼 것이다.
나는 왜 그 순간 고양이가 바퀴에 깔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까. 괴상한 소리로 미뤄보아 고양이가 크게 다쳤을 거라고 확신했음에도. 그저 내 눈앞에서 고양이가 터지는 꼴을 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뜻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