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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라반 Oct 23. 2021

직장인

내 직업은 기자다. 흔히 기자라고 하면 어떤 사회적 의무감 같은 것을 떠올리기 쉽다. 실제로 동료들 가운데는 그런 고귀한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을 많이 봤다. 흔하게 혼나는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가 '너 그냥 직장인이나 될래?'일 정도다.


나는 솔직히 내가 그냥 '직장인'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좀 다른 업무를 맡았을 뿐이다. 지금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기록하는 일이다. 가끔은 권력자들의 어두운 면을 들춰보기도 한다. 나는 그런 업무를 맡은 직장인이다.


숭고한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면 더 좋은 기자가 될 수 있을까. 오히려 그런 생각이 이 일을 방해하지는 않을까. 그런 마음이 집요함을 낳아 악착같은 기자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불꽃이 언제까지 활활 타오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회적 책임감만큼, 혹은 그보다 더, 늘 꾸준히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직장인의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독립운동가'가 되기보다는 나 같은 '민초'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오랫동안 기록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건 내가 실력이 없기 때문에 자위하는 말일 수도 있어서 부끄럽다. '워터게이트' 같은 특종 쓸 줄 알면 이런 생각 안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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