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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 Jan 16. 2020

리뷰) The Two Popes

<The Two Popes>.  그대로 두 교황에 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다. 살아있는 교황이 물러나고 전임 교황으로 자리한 건 가톨릭 역사상 두 번째며, 700여 년 만의 일이라고 해서 더 화제가 되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데, 그들이 나눈 대화는 허구다. 허구이지만 참 그럴듯해서 마치 두 주인공과 그걸 지켜보는 3자가 대면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영화는 더 친숙하고 내밀하다.


영화의 출발은 왜 베네딕토 16세(앤소니 홉킨스)가 살아서 교황직을 내려놓으려 했을까이다. 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조너선 프라이스)이 말했듯 교회 사제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교황직은 권력의 정점이 아니라 희생과 헌신이 필요한 크나큰 십자가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교황은 사랑과 존경만을 받는 자리는 아니며, 수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회의 또한 감당하는 직이다. 예수님이 그러하셨듯 그 고통을 내려놓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사제들의 반응이었을 것이다.


세속적으로 봐도 그것은 후임 교황에게 권력교체와 같은 낙인을 주며 가톨릭 조직의 내부 암투나 비리 등으로 해석될 여지를 주기 때문에 또 다른 분열과 갈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베네딕토 16세는 물러났다.


영화는 베네딕토 교황이 하느님과의 일대일 대화를 끊임없이 시도했음을 보여준다. 극에서 그는 어느 순간부터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 없어, 영적 보청기가 필요한 지경이라고 호소한다. 그리고 극의 말미에 하느님은 침묵하셨지만 곁에 계셨고 그 침묵의 의미를 이제는 알겠다고 고백한다.


하느님은 베네딕토를 자신의 뜻을 구현하는 도구로 삼았고 그러했기에 사제로 주교로 교황으로 세웠지만 그를 그곳에서 내리고 옷을 벗기는 것 또한 주님의 뜻이라는 순명이다. 베네딕토는 자신을 '프란치스코가 교회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주님의 뜻을 전하기 위한 도구'라고 자인한다. 이는 교회적 신앙적 언어일 것이다.

 

세속의 언어로, 베네딕토는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성향을 가진 인간임을 성찰한 후 자신보단 프란치스코가 위기에 빠진 교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전 세계인을 화합시키는데 적합한 인물이라고 여겨, 사임과 이임의 뜻을 관철시킨 것이라는 말.


베네딕토가 이러한 결심을 하기까지 그의 고독한 사유는 몇 장면(꺼진 촛불의 연기가 위로 오르지 않는 기이한 현상 등)과 대사로 처리되고, 극은 프란치스코와의 대화를 통해 이양 과정을 전개해나간다.


고독한 사유만이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과의 접촉 또는 대화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그가 인간이며 인간이 신을 대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다수의 인간은 신의 음성을 듣고 모습을 볼 수 있지 않다. 두 교황조차도 인간적인 눈으로 그들은 신비를 영접하지 못했음을 인정한다. 자신들도 특별하지 않은 존재들이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왜 신을 느끼고 신의 뜻을 따라왔을까.


계시와 현시라는 초월적인 힘에 의해서라기보단, 사랑과 헌신이 옳음을 알고 끊임없이 추구한 구도자였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삶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를 망망함 앞에서 그들이 택하고 받아들인 삶은 내 옆에 있는 작고 슬픈 이웃을 돌보며 살아가는 일상이었다.


그 인간적인 길에는 비겁함과 소심함 나약함과 눈 감음도 있었다. 그것은 그들에게 자책감을 주면서 겸손함 또한 불러일으키는 고통이었다. 그래서 두 교황은 인간적인 고해성사를 하기에 이른다. 신이 아니고, 신이 될 수 없는 각자의 '나'를 인정하고 거기에서부터 무릎을 꿇는 낮은 자세로 높은 곳을 바라본다.


비록 하나의 인간으로서 나는 부족하지만, 나를 통하여 영적인 영감을 얻고 고통스러운 일상에 신의 뜻을 따르려 노력하는 숱한 선한 의지들에게 모범과 상징이 되겠음을 다음 교황은 받아들인다.


베네딕토가 사임한 것이 정녕 신의 뜻이었는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그는 느꼈을 것이다. 그가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이 교회에는 필요한 것들이며 그것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람이 있음을... 그리고 그를 앞에 세워줄 수 있는 사람 또한 바로 자기 자신임을.


지극히 종교적이며, 인간적인 영화였다. 앤소니 홉킨스의 카리스마와 조너선 프라이스의 익살스럽고도 관대한 표정, 풀이 무성한 교황의 별장 정원과 빛으로 환한 성 시스티나 성당 배경이 인상적이다. 관용과 용서, 그리고 겸손에 관한 이야기이다. 위트가 섞여 미소짓게 한다. 마치 신의 선물 것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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