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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ndol Feb 18. 2018

"이번 겨울은 최악, 이제 그냥 봄이라고 박수 쳐"

우리의 사랑과 희망이 피어나는 버드나무에 대한 생각

방심하기에는 아직? 그래도 이제 곧 3월이다. 바닥을 친 이 겨울의 기온을 생각하면 지금 봄이 왔다고 우겨도 토 달지 말지어다. "이번 겨울은 최악, 이제 그냥 봄이라고 박수쳐"

연휴에 공원을 찾은 사람들의 표정에도 봄이 그려진다. 아직 한겨울의 패딩을 걸치기는 했지만, 벗어던질 날도 얼마 안 남았다. 꽁꽁 얼었던 호수의 얼음도 햇살에 한층 물렁해 보인다. 그 얼음판을 배경으로 축축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 가까이서 보니 오돌토돌하게 눈이 빼곡하다. 

식물의 눈이란 게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그 식물이 모아둔 모든 기운이다. 특유의 부드럽고 가는 가지에 어긋나기로 달라붙듯 난 버드나무의 겨울눈. 길쭉하고 날렵한 잎으로 피어날 텐데,  하나하나에 봄을 품고 말이다. 이것들이 모두 연둣빛 잎으로 피어날 것 아닌가. 봄의 햇살을 받으며 피어로른 수많은 작은 잎들을 상상해 보니 벌써 그 풍경이 그려진다. 보잘것없는 상상력으로도 쉽게 봄을 그려낼 수 있다. 호수 주위를 둘러싼 버드나무 가지에 물이 올라 멀리서도 알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이제 가지는 라푼젤의 긴 머리카락처럼 자라날 것이다. 

머지 않아 눈에서 연둣빛 작은 잎들이 터진다. 

호수의 얼음이 녹으면서 버드나무는 본격적으로 물을 빨아올린다. 원래 물을 좋아해 물가 양지를 찾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 나무 아닌가. 강가 버드나무의 꺾어진 나뭇가지가 물을 따라 내려가다 하류 어디쯤에 꽂이면 싹이 트고, 위에 있던 그 나무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놈이 자란다는, 그렇게 물가에서 계속 번식한다는 그런 연구도 있단다. 

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하늘 대는 게 연약하고 유약하단 지적에다 '화류계'란 말도 있고, 봄철 솜털처럼 날리는 씨앗에 알레르기를 걱정해도, 과학적인 근거도 희박할뿐더러,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우리는 버드나무 곁에서 해빙을 실감하고, 겨우내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도 풀어내고, 봄의 희망을 말하기도 한다. 버드나무 아래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탄생하는 이유도 이유일 테다. 누구에게는 이런 희망의 봄이 수없이 남았을 터이고, 누군가는 몇 번의 봄을 더 맞이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기도 하겠지만.  


어느 시골 우물가에서도 마찬가지로 물오른 버드나무 아래서 사람들이 봄을 맞이하고, 계곡에는 버들강아지 꽃이 봄을 피어내겠지. 여유가 된다면 우리 사랑과 희망도 피어나기를.  


아, 끝으로 김용택 시인 <수양버들> 


너를 내 생의 강가에 세워두리 

바람에 흔들리는 치맛자락처럼 너는 바람을 타고 

네 뒤의 사랑과 네 생과 또 내 생 그리고 사랑의 찬연한 눈빛,

네 발 아래 흐르는 강물을 나는 보리

너는 물을 향해 잎을 피우고

봄바람을 부르리, 하늘거리리.


나무야, 나무야!

휘휘 늘어진 나를 잡고 너는 저 강 언덕까지 그네를 타거라. 

산이 마른 이마에 닿는구나. 산을 만지고 오너라. 

달이 산마루에 솟았다. 달을 만지고 오너라. 

등을 살살 밀어줄게 너는 꽃을 가져 오너라. 

너무 멀리 가지 말거라 

하눌거리는 치맛단을 잔물결이 잡을지라도 

한 잎 손을 놓지 말거라. 

지워지지 않을 내 생의 강가에 너를 세워두고 

나는 너를 보리




위 왼쪽부터 물향기수목원, 경북도립수목원(용버들), 경기도 파주, 창경궁, 벽초지수목원 

버드나무 

버드나무, 버들강아지, 갯버들, 수양버들, 능수버들, 키버들, 개키버들, 왕버들, 용버들.... 백두산에는 바닥을 기며 자란다는 콩버들도! 우리나라만 36종, 세계적으로 300종가량이나.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보는, 축축 늘어지는 그 모습만이 다가 니다. 만일에 산에서 식물원에서 용버들을 본다면 아마 당신은 "이게 버드나무라고?"할 테죠. 경기도 파주 벽초지수목원 호수 주변에서 두 아름이 넘는 버드나무를 마주한다면, 아무리 잘 자라는 나무라지만 대체 나이가 몇일까 하는 생각도 들 테고. 봄에 버드나무를 보면 가지를 조금 꺾어 씹어보시도록. 농약이 걱정되면 씹지 마시고. 쓴 맛이 날 텐데 그게 진통작용을 가진 성분으로 그 유명한 아스피린의 최초 원료. 그걸 화학적으로 합성해 진통제로 사용하는 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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