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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ndol Jan 15. 2020

1월의 나뭇잎

원래 있던 그 자리에 연둣빛으로 태어날 거야


어깨를 움츠리고 동네 공원을 걸을 때마다 나뭇잎이 무성했던 계절을 생각한다. 참 많이 다르다. 머지않아 고스란히 복원될 것임을 의심치 않으면서도, 자연의 변화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다.  


3월의 나뭇잎은 무슨 생명의 징표라도 되는 듯 피어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4월의 영광을 피어나는 꽃에게 돌린 후, 5월쯤에 나뭇잎은 신록의 푸른 신앙으로 모두에게 순간 젊음과 희망을 되찾아 주었다. 기온이 오르자 나뭇잎은 불평 없는 노동자처럼 공장을 돌리는 데 집중했다. 쉼 없는 근력운동으로 갑빠를 키우는 체육관 트레이너처럼, 7월이 되자 과감하게 부피를 키우는 일에 더 열중했다. 뻘뻘 땀나는 힘든 나날이었겠지만, 나는 종종 그 짙푸른 초록의 정열에 압도되곤 했다. 그다음에 알다시피 가을의 나뭇잎은 크게 변심했다. 숨기지 않고 변한 낯빛을 그대로 드러내는 나뭇잎은 멋있고 조금은 두렵기도 했다. 온 산, 온 세상을 싹 다 바꾸어버리겠다는 듯이 붉었기 때문에. 성공하리라고 생각했을까?


지난가을에서 겨울 동안 동네 공원길에서 종종 쓸어놓은 낙엽을 봤다. 낙엽을 쓸어다 마대에 담았는데 엄청난 양이었다. 요즘은 특별한 처리를 통해 재활용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는데... 그렇게 치워도 낙엽은 군데군데 남았다. 대대적으로 쓸어 담아 치운 후에 떨어진 거겠지. 아님 적당량은 부러 남겨둔 건지도. 어쨌거나 다행이다. 그걸 밟아본다. 푹신한 게 좋다. 경험한 바로는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좋아하고 재미있어한다.  바스락거리는 이 소리는 수렵채집인이었던 호모 사피엔스의 본능을  자극하는 건가?


가을날 아이들한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낙엽 아래서 이름도 잘 모르는 곤충의 알이 무사히 겨울을 지내는 거거덩" 그런데 모르는 게 없는 요즘 아이들이라 대부분 다 아는 사실이었다. 나는 어쩌다 그걸 진짜 목격할 때는 뭔가 지저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가끔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곤 한다.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알은 봄이 오면 깨어나 살아갈 거니까, 나름의 미래를 담고 있다고나 할까.


바닥에 떨어진 물 빠진 나뭇잎이라고 다르지 않다. 몰라서 그렇지 거무퇴퇴한 나뭇잎 저게 다 하나하나 저만의 시간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생각해 보시라. 얼었다 녹았다 하는 동안 겨울이 지나면 이것들이 다 부스러져 사라질까. 썩어 없어질까. 그럴 테지만 그다음에는 원래 있던 그 자리에서 연둣빛으로 태어날 것이다. 물론 그건 다 썩은 낙엽이었고 다 갖다 버렸고, 이건 새 잎이라고 누군가 말하겠지. 그러면 나는 "아니라니까 이게 그거라니까"

목련, 신갈나무,신갈과 자작나무, 복자기나무, 벚나무와 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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