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ke Aug 19. 2020

문장 수집가의 책 일기 16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아는 사람 중의 하나는 '맘 맞는 사람들하고 일하기도 바쁜데, 안 맞으면 안 보면 되지'라며 아예 안 만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연이 그렇듯 악연도 언젠가는 만나게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감상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해관계 충돌은 사회 안에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나는 혼자주의자이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관계를 맺고 사회를 이루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아니 사실은 나도 누군가와 함께이고 싶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답답하고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나?' 싶고, 싸우기도 많이 싸웁니다. 그러다가 '굳이 내가 이해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요즘에는 가능하면 피하려고 합니다. 그래도 마음 한편으로는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려 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일까요? 얼마나 크고 중요한 것이길래 거짓과 반칙까지 동원해야 하는 걸까요? 무서운 건 바이러스나 홍수가 아닙니다. 그저 사람이 두렵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야'라는 문장은 참 어렵습니다. 문제와 답의 관점에서도 맞는 말인지, 틀린 말인지 판단이 잘 안 서고, 감성으로 받아들이려 해도 왠지 아쉬운 기분이 듭니다. 혼자 있어도 누군가와 같이 있어도 애매합니다. 아침에 다르고, 저녁에 다릅니다. 10년 전과 지금이 다르고, 10년 후에는 또 다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문장은 아마도 영원히 존재할 것입니다. 

어느 땐가 인문학이 갑자기 떴습니다. 이제 이미 일상화가 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트렌드였을 뿐인지, 아니면 한 순간의 히트 상품일 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엔 좀 잠잠하다 싶습니다. 어쩌면 이마저도 예능화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인문학의 출발은 자존감과 그게 근거한 관계 맺음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다만 이 기본 전제가 조금 더 일찍 갖추어져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문장은 그것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존감이 없는 관계의 아니러니라고 할까요?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야'의 그늘이라고 할까요...

[이제야 언니에게]는 제겐 좀 힘들었습니다만, 3개 정도의 문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마도 이게 세 번째 일 듯한데... 이로서 당분간은 좀 멀어질 것 같습니다. 최진영 작가의 이전작에서도 등장한 '소중'이라는 단어가 연속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었습니다.


'좋은 것을 위해 애를 쓰는 것'이라는 부분은 한 걸음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올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서 좋습니다.

가끔씩 제 분신 같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브런치에서도 몇몇 분은 신기할 정도로 제 자신을 들여다보는 듯한 분들이 계십니다. 고미숙 작가님(?)도 딱 그렇습니다. 취향이라고 하기에는 생각의 내용이 너무 같습니다. 뭐 알고 보면 우리가 공부하는 것이라는 게 다 비슷한 것이라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는 작년에 사서, 딱 서문만 읽었습니다. 사실 거기에 모든 내용이 다 있고, 나머지는 굳이 말 안 해도 알만큼 통한다고 생각했죠. 며칠 전에 밀린 숙제 한다 생각하고 다 읽긴 했는데, 여전히 그 정수는 서문에 잘 요약되어 있습니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열하일기]를 읽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책이 아닌 노래에서 글을 뽑았습니다. 뭐 일종의 반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라는 하덕규 작가님의 시집이 간행된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 '풍경'도 실려 있으리라 99% 확신하기에... 그래서 연도 표기는 애매합니다. 막판에 이왕 이럴 거면 음반이 발표된 연도로 가자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게 출판 연도로 되어 있는 것을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한 때 야구 즐겨 보던 시절에는 이 구절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 놀려먹는 드립으로도 사용했었는데, 지금은 또 다른 의미로 남용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날도 있겠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