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비랑 식비를 지원해 주는 게 있더라고요.
제 심리카페에 상담을 받으러 오셨던 분이 지나가는 말로 하셨던 얘기가 계기였으니까요.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지금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던 저에게는 지나치고 싶지 않은 말이었습니다.
지금 나의 현실이 아닌 곳이 필요했던 것이었기에 어디든 상관은 없었죠.
'SUPER 이끌림'이 아니어도 되었던 낯선 곳으로의 떠남
벗어나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가득 차 있으면, 계기는 지나가며 접한 작은 것이어도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어디든, 뭐든, 나를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나게 만들어줄 계기만 주어지면, 얼마든 충분히 넘어가고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었던 거였죠.
저는 그날 그분의 말을 흘려보내지 않고 검색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지역 지자체들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더군요.
모집 공고를 보니, 저는 크게 걸리는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최소 5박은 해야 한다는 것>으로, 심리카페를 5일 넘게 비운다는 것도 그렇고, 집에 있는 고양이가 혼자 5일 있는 것은 무리였으니까요.
두 번째는 <참가자 SNS를 통한 홍보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 세부 내용을 확인해 보니,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SNS에 사진과 영상을 올리는 것을 얘기하고 있었는데 전 네 가지 모두 해당사항이 없었죠. 있기는 하지만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았으니까요.
여행, 그냥 갈 수도 있기는 하죠. 그런데 나를 위한 지출과 선택이 여전히 익숙하고 자연스럽지 못한 저에게 있어서 혼자 떠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필요한데 필요한데...' 하면서 미루게 되는 것이었죠.
그래서 더 찾아보기로 했죠. 그리고 운이 좋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것이 있었는데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던 것처럼, 저에게 맞는 곳이 있더라고요. 바로 그곳은 '서산'이었습니다.
경남 쪽 지자체에서는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기에 최소 체류기간이 5박 이상이었던 것과 다르게, 충남에 위치한 서산시에서는 그 기간을 일주일로 잡고 최소 2박만 해도 되는 것으로 되어 있었죠. 더욱이 경남과 달리 서산은 제 집에서 차로 운전해서 가기 부담스럽지 않은 2시간 거리에 있는 곳이었죠.
사실 '서산'이라는 곳은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된 곳이었어요. 들어보지도 못한 정말 말 그대로 낯선 곳이었죠.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그런 곳이요.
그런데 그래서 더 좋았어요. 익숙하고 뻔한 곳이 아닌, 정말 전혀 어떤 곳인지를 모르는 낯설고 새로운, 그리고 비도심의 새로운 곳이라는 점이요. 나의 일상과 현실에서 벗어나 있고 떠나 있고 싶어 하던 저에게는 너무도 매력 있는 곳이었죠.
운이 좋게 서산시에서 모집하는 '서산에서 일주일 살기' 프로그램은 신청 마감일이 하루가 남아 있는 시점에서 찾아낸 것이었죠. 지원해 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3월 14일이었거든요.
서산시에서 요구하는 참가 신청서에는 <여행 계획>, <홍보 계획>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루라는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있는지도 몰랐던 곳의 여행 계획을 짠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흰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 같은 기분이더군요.
그런데 운이 좋게도 서산시에 관해 검색해 보니, 꽂히는 곳이 한 곳 있더군요. 간월도라는 곳에 있는 간월암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이 표현이 인상적으로 느껴졌었거든요.
간조시에는 육지와 연결되고 만조시는 섬이 되는 신비로운 암자
마치 우리네 출퇴근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지금 제가 겪고 있는 상황과 제금 제가 바라고 있는 것을 표현하고 있었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상담을 해드리며 지내는 시공간과 그러한 시공간에서 완전히 벗어 나와져 있고 싶어 하는 저. 언젠가부터 전화와 메시지 알림음이 반갑고 즐거운 것이 아닌 긴장되거나 신경이 쓰이는 것이 된 일상을 살고 있었으니까요. 이 여행을 찾게 되었던 이유이기도 했고,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했죠.
그래서 저는 서산시에서 제시한 지원조건인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의 계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글을 써왔던 '다음 브런치'와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채널을 바탕으로 지원을 해보고자 했어요.
지자체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목적이 그 지역 홍보라면,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로 새로운 형태와 내용의 글로 그 목적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과 그런 바람을 갖고 지원 신청서를 작성해 나갔죠.
신청서를 보내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저는 '안녕하십니까'로 시작해서 '감사드립니다'로 마무리되는 문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정말 된 것이었습니다. 뭔가 혼자만의 생각과 바람을 갖고 시도한 것이 심사를 거쳐 최종 통과되고 최종 선발에 들어간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은 언제나 일상에 활력을 가져다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반가움과 들뜸 다음으로 떠오르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다음 주에 서산으로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주말 예약 손님들을 받고 월요일 시간이 가능해서 잡았던 여행 기간이 4월 1일이었기 때문이었죠. 막상 다음 주에 가는 것이라는 것에 약간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신기하고 두근거리는 느낌이 더 컸었죠.
저는 이렇게 저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떠나는 순간을 찾고 만나게 되었고, 그렇게 벗어남과 일탈에 대한 바람은 '4월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여기에 담아보기로 하겠습니다.
갈증에 귀를 기울이면, 작은 계기 하나로도 움직이게 되고 마법이 일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