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8년 동안 운영해 온 제 심리카페를 정리하기로 결심을 하였습니다. 결심만이 아니고 철거 업체와 철거 날짜도 30일로 정한 상태입니다. 사실 저는 아직 저의 이야기를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글을 쓸 마음의 상태는 아니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한번 조심스럽게 저의 심리카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지금이 아니면 언제 지금만큼 저의 이야기를 하게 될까 싶고, 그동안 이곳에서 보낸 시간과 있었던 이야기들이 변화와 시작을 꿈꾸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입니다. 그래서 폐업과 철거를 10일 앞둔 시점에서 10개의 글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제 심리카페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냅킨이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우시거든요. 남자분들도 우시는 경우들이 꽤 있죠.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제 심리카페에 대해 '눈물을 쏙 빼는 곳이라고 얘기되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제 심리카페에서 상담을 받고 가신 분들이 후기를 남겨주신 글들에서 우셨다는 글들이 많아지면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분들은 자신은 절대 울지 않을 거라고 결심하고 왔다는 말을 하시는 분들도 있었죠. 마치 무슨 매운 돈가스 먹는 챌린지 하듯 제 심리카페에서의 시간을 울지 않는 챌린지처럼 생각하는 것만 같았어요.
저는 상담을 해드릴 때 오신 손님이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오르시거나 눈물을 흘리시면 "잠깐만요"라고 말을 하고 자리에 일어나 음료를 만들어 드리는 테이블식 냉장고 위에 놓아둔 냅킨을 몇 장 집어서 갖고 와 건네드린답니다.
이게 좀 필요하실 것 같아서요.
라는 말과 함께요. 저는 제 심리카페에 오신 분들이 좀 더 편안하고 마음껏 우실 수 있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 편히 울어볼 수 없는 시간을 보내오셨을지 느껴질 때가 많거든요.
저는 상담을 해드릴 때, 오신 분이 살아와야 했었던 시간들에 대해 섬세하게 읽어드려요. 그럴 수 있는 것은 상담 시간 1시간 중 반에 가까운 시간이 30분 정도를 그림검사들과 컬러 테라피, 어렸을 때 어떤 경험과 환경을 살아왔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질문들을 하고, 어떤 모습과 방식으로 표현하고 설명해 주는지를 세심하게 수집하고 조합을 합니다.
마치 매번 책 한 권씩 읽는 것과 같아요. 은유적으로 쓰여 있는 책들을요. 쉽게 파악되는 분들도 있지만, 어떤 분들은 마틴 부버의 <나와 너>라는 책처럼 읽었지만 정돈된 말로 읽어드리기가 쉽지 않은 분들도 있으세요. 어떤 시간을 보내셨는지는 알겠는데, 언어로 표현하기가 너무 깊고 섬세해서 너무 조심스러운 분들이 시기도 하죠. 이런 분들일수록 더 많이 눈물이 차오르시거나 우시게 되곤 하세요. 그리고 생각보다 이런 분들이 많이 오시죠.
그래서 저는 냅킨을 주문할 때 업소용 대용량으로 8천 매 정도를 주문하곤 해요. 그렇게 주문을 하면 냅킨이 한 뭉치씩 비닐로 포장되어 있거든요. 그것의 반 정도 양을 테이블식 냉장고 위에 올려놓고 필요할 때마다 쓰죠. 대부분이 눈물을 닦는 용도이고요. 그런데 마지막 남은 냅킨 뭉치를 테이블식 냉장고 위에 꺼내게 되었죠. 이제 며칠이면 이 냅킨도 다 쓰이겠죠. 이번 달 마지막 예약 손님을 맞이할 때까지 냅킨이 남아 있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냅킨 뭉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게 되었어요.
어쩌면 무엇보다도 제 심리카페에서의 8년 시간에 없어서는 안 되었던 것이 냅킨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수많은 분들은 수많은 눈물들, 그리고 수많은 분들을 위해 필요했던 수많은 냅킨들, 그런 시간을 만들어드렸던 공간. 그런 공간을 정리하고 폐업을 하려고 하니 뭔가 붙잡고 있는 감정의 문 손잡이를 놓으면 한없이 눈물이 날 것만 같아서 더 붙잡고 있게 됩니다. 지금 그런 식으로 울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건 제가 바라는 애도의 모습은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 이곳에서의 상담자로서 있어야 하고, 글을 써야 하니까요.
폐업을 생각하게 된 것은 결정적으로는 경제적 적자 때문이었죠. 결정적이지는 않지만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곳에 쌓여 있는 여러 순간들과 기억들이 저를 힘들게 하고 있어서도 큰 이유였었습니다. 과거를 자꾸 추억하고 있게 될 때가 있는데 그때가 너무 힘들고 울적해지곤 합니다. 그리고 너무 무리하게 상담을 많이 하다 보니 목 상태가 안 좋아져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죠.
나: 제 카페 철거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 거 같나요?
철거 업체 사장님: 하루면 될 것 같아요.
나: 원래 상태로 만드는 데에 하루면 되나요?
철거 업체 사장님: 네, 사용하실 것 가져가시고 폐기할 것들 놓고 가시면 이 안에 있는 것들 전부 버려드리고 철거해 드릴 거예요. 커피머신과 냉장고, 제빙기 등은 오늘 가서 중고 매입가 파악해서 알려드릴게요.
하루면 끝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