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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남동 심리카페 Oct 26. 2024

8년 전, 심리카페를 만들었던 진짜 이유


그 당시 제가 원했던 것은


홍대입구 역에서 5분 정도 경의선 숲길을 따라 내려오면, 중앙에 분수대가 있어요. 바로 그 분수대가 있는 곳에 한 3층 높이의 작은 건물이 건물 전체를 천막으로 감싼 채 공사를 하고 있었죠. 오래된 주택을 뼈대만 남기고 허물고 고 상가 건물로 만들고 있던 중이었죠.



공사하고 있는 건물 옆이 퓨전 레스토랑이었는데, 2층 자리에 앉아서 분수대를 보며 그곳의 분위기를 느껴보았어요. 여름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던 시점이어서 분수대에서는 분수가 나오고 있었고, 창 밖으로 분수의 물소리가 너무 기분이 좋아지고 편안해지는 느낌을 주더라고요.



막상 마음에 드는 곳을 만나고 나닌 걱정이 되더라고요. 적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카페라는 것을 해본 적도,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도, 장사라는 것을 해본 적도 없었던 지라. 그리고 막 그렇게 시도하고 도전하고 일을 저지르고 보는 성격 또한 아닌지라 카페를 한다는 것에 두려움과 망설임, 걱정과 염려가 저를 감쌌었습니다.



제 심리카페 위치를 잡을 때에도 1층과 2층 모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2층을 선택했던 이유도 1층은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들어오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2층을 선택했었을 정도로 누군가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경계와 두려움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가 원했던 것은 사실 제가 있을 수 있는 요양원이나 휴양원이었습니다.



당시 저의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 누더기가 되어 있었죠. 그냥 막연하게 '그랬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실제로 너무 필요했었습니다. 그런데 시골의, 외진 곳, 산속에 있는 곳들은 치유보다 외로울 것 같더군요. 사람에게 괴롭힘 당하고 고통을 받고 무섭고 질렸는데 여전히 마음 한편에는 외로움에 대한 마음 약하게 만드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보자.', '이젠 그냥 막살아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결혼 자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돈으로 카페라는 공간을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죠. '에라 모르겠다', '이젠 못할 것도 없을 것 같다'의 심정이었습니다. 카페를 장사할 곳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저만의 공간을 만들어 그 안에서 생활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었습니다. 그런데 나 혼자만 있으면 외로우니깐 나와 비슷한 누군가들을 만나게 되길 바랐었죠.



너무도 소설 같은 상상을 갖고 행동으로 옮긴 것이었죠. 당시 너무 힘들었기에 소설과 같은 무언가를 하지 않고 맨 정신으로는 살기 힘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 살아왔던 곳이 아닌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정말 맨 정신으로는 살 수 없을 것만 같았어요. 억울하고 분하고 마음속에 악이 가득해질 것만 같았거든요.



한 2개월 정도를 서울 안에 있는 카페를 할 만한 장소들을 돌아다니다가 지금 제 카페가 있는 연남동에 오게 되었고, 지금 제 카페 자리를 발견하게 되었죠. 앞이 탁 트여 있고, 카페 앞에 분수대가 있고, 번화가이지만 제 카페가 있는 곳은 홍대처럼 사람 많고 정신없는 분위기가 아니고 공원 분위기로 바뀌는 위치가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저는 분수대 앞에 앉아 있을 수 있게 되어 있는 곳에 앉아 카페 장소로 생각해 보게 되어 있는 곳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여기라면 내 결혼 자금을 쏟아부어도 되겠어.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본 적이 있나요?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분들이 제 심리카페에 오셨었습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분들이 눈물을 흘리셨었죠. 이해를 받는다는 것, 누군가 나의 고됨과 힘겨움을 읽고 안다는 것, 그리고 나보다도 내가 보내고 겪어야 했던 시간을 안타까워하고 안쓰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눈물이 흐르게 되는 이유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심리카페를 저는 왜 만들게 되었을까요? 보통 우리가 듣게 되거나 떠오르게 되는 사람들에게 '이런 상담 공간이 있었으면'이나 '좀 더 쉽고 편하게 필요할 때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싶어서', 또는 '나와 같은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와 같은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너무 힘들어서, 살고 싶어서 만들었던 것이었죠.



이제는 당시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를 추억하듯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카페를 정리하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한 번은 있었던 일을 기록하기 좋은 때인 것 같고요. 죽기 전에 한 번은 있었던 일을 알리고 싶기도 했었고요. 지속된 괴롭힘에 얼마나 힘들고 억울했었는지를요.



혹시 지속적인 괴롭힘, 악의적인 괴롭힘을 당해본 적이 있나요?



당시 저는 마음만 괴롭히는 것이 아닌, 나의 생활 터전 자체를 훼손시키는 그런 괴롬힘을 겪어야 했었습니다. 단지 마음만 힘든 것이 아닌, 현실적인 부분에 있어서 손상을 입히는 괴롭힘이었기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웠었습니다.



본격적인 괴롭힘은 제가 운영하고 있었던 유치원을 다니고 있던 아이의 어머님으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난 이후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충분히 알아봤어요. 이제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되는지 한번 두고 보세요.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몰랐었습니다. 한 달 동안 맘카페를 통해 지속적으로 악의적인 글을 올리며 루머를 퍼트리는 일을 겪고 로펌을 찾아가 이 분이 올린 글들의 캡쳐본을 보여드리며 상담을 했을 때 변호사님이 해주신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충분히 알아보았는지. 이 분이 맘카페를 통해 악의적인 글을 올리고, 루머를 퍼트리는 방식이 당시 법으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큰 것은 제 유치원을 정확하게 누구나 알 수 있게 특정을 하지 않으면서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진짜 이야기를 알고 싶으신 분은 쪽지를 남겨주시면 알려드리겠다는 식이였죠. 그리고 그렇게 쪽지를 통해 퍼트리고 있는 내용은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었고, 다르게 생각하거나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 악의적으로 손실을 입히겠다는 목적으로 만든 말들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가 갑자기 유치원 밖으로 뛰쳐나가 차에 치일 뻔해서 위험하고 그에 대한 안전장치가 하나도 안 되어 있다'라고 했는데, 유치원의 위치가 대로변에 있지만, 출입문이 대로 쪽이 아닌 아파트 단지 쪽으로 되어 있습니다. 더욱이 이런 이야기를 뉴스에 어디 유치원에서 유치원 차량이 교통사고가 나서 아이가 다쳤다는 내용이 올라가면 그 기사를 링크해서 그런 내용이 제 유치원에도 일어날 뻔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올렸죠.



그리고 교육청에다가도 전화를 걸어 문제가 많고 심각하다는 식으로 지속적으로 신고를 계속 넣어서 장학사 님이 직접 전화를 걸어 한 학부모로부터 신고 전화를 계속 받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감사를 나갈 수밖에 없다고 통보를 받고 교육, 시설, 급식 등 각 분야별로 감사관들이 오셔서 감사를 받았었죠. 결과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고요.





털어서 먼지가 안 나니 멘탈을 털더군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식의 생각을 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이익을 별로 내지 않고 원을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급식만 해도 우선 저도 같이 먹는 점심인지라 그렇게 질 떨어지는 메뉴와 재료를 쓰지 않을 수 있게 재료비를 드렸고, 후식으로 과일을 먹을 수 있게 매일 식단에 과일을 넣게 했었죠. 일단 저도 과일을 먹고 싶었고,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해주고 싶었고요.



감사 결과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오자 약자 코스프레를 하셨어요. 유치원은 갑이고, 학부모는 마치 아이들이 볼모로 잡혀 있는 절대 을이고 힘없는 약자이고, 교육청은 유치원과 한 통속이고 그런 현실이 너무 비참하다는 식으로 글을 올리고, 또 그런 말에 맘카페에 있는 사람들은 동조를 하며 뭔가 여론이 형성이 되더군요.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다는 식으로요.



저희 유치원을 다니고 있는 학부모님 몇 분이 현재 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라며, 자신은 이 분이 이야기하는 그런 문제들을 전혀 느껴본 적 없다며 그런 곳 아니라고 올리셨었지만 사람들에게 공격당하시더라고요. 한 통속이다라는 식으로요.



안 좋은 내용의 루머들은 계속 올라왔습니다. 사람들은 뭐가 있으니깐 저런 말이 나오는 것이겠지라는 생각들을 하시더군요. 뭔가 서운하게 만든 일 있으면 달래주고 풀어주지 너무 뻣뻣하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과를 하면 되는 일이었을까요? 이 어머니가 원하는 것을 들어줬으면 되는 것이었을까요?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사과를 하고 이 어머니가 원했던 것을 들어줬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을지도 모르죠. 사과를 할 것이 없어도 사과를 하는 것은 원을 생각해서 할 수 있었지만, 원을 생각해서 이 어머니가 원하는 것들을 들어줄 수는 없었던 것이 문제였던 것이었죠.





저는 괘씸죄를 범한 것이었죠.


저는 이 어머니의 기분이를 나쁘게 만든 괘씸죄를 범한 것이었습니다. '내 기분이 나쁘다고! 가만히 안 두겠어' 그리고 유치원의 손해와 손상을 입힐 모든 것들을 하셨던 것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었습니다. 정말 그냥 때리는 대로 맞았던 것 같아요. 괜찮지 않고 힘들고 괴로운데 그냥 맞고만 있었어요. 교사들과 조리사 선생님들 마음 추스르면서 우리가 좀 더 견디자고 이야기를 하며 다독였었습니다. 모두들 우리 이렇게 가만히 있지 말자고 억울해하고 분해하고 있었죠.



제가 한 달의 시간 넘게 이 어머니의 괴롭힘에 아무 반응도 해명도 하지 않았던 것은 이 어머니가 왜 이러시는 것인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하려면, 우리 유치원에 다녔던 아이가 어떤 행동들을 했었고, 어떤 짓들을 했으며,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말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죠. 그러면 이 아이와 이 어머니의 치부와 같은 내용들을 동네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인데, 저 살자고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던 것은 단지 그 이유 하나였습니다.



'나는 저런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야', '나는 저런 사람과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지킬 거야'라는 생각이었어요. 최대한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붙들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 어머니가 퍼트리는 악의적인 루머들의 수위는 점점 더 심해져 갔었죠. 마치 이래도 가만히 있을 거야? 하며 더 수위를 높이더군요.



그리고 이 분이 맘카페에 수위를 더 높인 루머들을 올리실 때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이 분을 위로하고 지지하는 댓글들이 많아져 갔습니다. 이 분이 온라인상에서 보이는 피해자 코스프레, 약자 코스프레, 정의로운 사람 코스프레에 사람들이 반응을 해주고 있었죠. 사람들이 반응해 주는 위로와 동조의 말들에 점점 더 중독되어 가셨어요. 그리고 결국 제가 최대한 가져드리려고 했던 배려의 마지노선을 넘어버리셨죠.





내 동영상? 그런 게 뭐가 있지?


퇴근을 하고 운전해서 집으로 가는 길에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주임 선생님이었죠. 저는 전화를 받고 원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이사장님, 그 어머니가 또 글을 올리셨는데 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이사장님 동영상이라고 제목을 달았어요.



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계속 생각을 했었죠. 뭐 없는데, 찍든 찍히든, 어느 쪽으로도 뭐가 없는데 라는 생각만 들었지만, 한 편으로는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반응이 겁이 났었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이 그렇듯 실체는 없는데 그러한 감정이 저를 감쌌었죠.



그 당시 유명 가수와 연예인의 성관계 동영상이 한창 이슈가 되어 기사로 쏟아지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맘 카페에 빨간 볼드체 글씨로 <그곳 이사장님 동영상>으로 시작하는 제목의 글을 올리신 것이었죠. 그것도 내리 세 개의 게시글을 같은 제목으로 해서 연달아 올려서 게시글 리스트에 한눈에 들어오게 되어 있었습니다.



원에 도착해서 교무실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맘카페에 이 어머니가 올린 글을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내용은 제가 예전에 유튜브에 올렸던 양육코칭 강연 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그 글에 어떤 사람이 좋은 영상 감사하다는 식으로 댓글을 단 것을 갖고 제가 겉으로는 아무것도 안 하는 척 하지만 뒤로는 사람을 사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너무 어처구니없으면서 화가 나거나 불쾌하지도 않았습니다. 당연히 그 어머니가 제가 찍었던 강연 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줄도 몰랐었고, 아니, 그 이전에 그분이 블로그를 하는지도 몰랐었고, 당연히 사람을 사서 그런 식으로 행동도, 아니, 아예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었으니까요.



하지만 더 배려로 받아주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려로 아무 말을 안 하고 있었던 것이었지 아무렇지 않고 괜찮고 이 어머니의 말이 맞아서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선생님들에게 학부모님들에게 이번 이 어머니 관련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아시고 싶으신 분들은 내일 원으로 오시라고 얘기드리겠다고 연락을 돌려달라고 얘기를 했었습니다. 선생님들도 한 달 동안 이 어머니로 인해 맘고생들이 컸었기에 드디어 얘기를 하겠다는 말에 반겨하셨죠.



그리고 다음 날 강당에 거의 대부분의 어머님들이 오셔서 강당이 꽉 찼었죠. 전 어떤 일이 있었고, 아이가 있는 반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는 이야기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제 이야기를 들은 그 아이가 있었던 반 학부모님들이 나서서 이야기를 해주시기 시작했어요.


이사장님이 다 이야기를 안 해주신 것이고요, 이런 일도 있었고, 또 이런 일도 있었다고, 그래서 너무 힘들고 피해를 받고 있었다고요. 차마 저는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들을 이야기해 주셔서 감사하게 느껴졌었죠. 그 자리에 오신 다른 반 어머님들은 얘기를 듣고 많이 놀라는 반응들을 보이셨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그날 맘카페에 악성 루머의 글을 올리시던 어머니가 글을 하나 올리셨어요.



유치원 이사장님이 직접 찾아와 사과를 헀다면서 이제 용서하고 이해하려고 한다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원 관련해서 올렸던 글들을 내리시겠다고요. 저는 이 어머니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는데, 저를 찾아가 사과한 사람으로 만드시더군요. 뭐 그 대가로 악의적으로 올린 글들을 내려준다면 얼마든지 저도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애당초 맺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다음날 유치원 선생님이 너무 어이가 없다면서 저에게 이 어머니가 자신의 블로그에 새로 올린 글을 링크로 보내주었습니다. 그 글 안에는 아이가 동네 할머니에게 초코파이를 건네는 사진,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초코파이를 건네는 사진, 친구들에게 초코파이를 건네는 사진들과 함께 이런 말들을 적혀 있었어요.



혼자 계시는 할머니가 외롭지 않게 초코파이 나눔을 헀어요. 우리를 위해 묵묵히 수고하시는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를 위해 초코파이를 드렸어요. 친구들에게도 코파이를 나눠줬어요. 역시 초코파이는 정이예요.



저는 그 글과 사진을 보고 너무도 화가 나더군요.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그렇게 괴롭혔었는데, 자기로 인해 누군가는 괴로워하고 피해를 보며 고통 속에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뻔뻔할 수가 있지?라는 생각에서요. 이런 글을 올리기 위해 구상하고 연출하고 인위적으로 사진을 찍고 이런 식의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부끄러움과 창피함이 없어야, 얼마나 양심이 없어야, 얼마나 사람으로서의 존엄이 없어야 가능한 일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부끄러움과 창피함, 양심과 존엄이 있으면, 다시 또 뻔뻔하게 저런 거짓말 쇼는 못할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괴롭힘을 당했던 한 달의 시간 동안 가졌던 생각은, 속상하실 수 있으시니깐 그러시는 것이겠지, 마음이 편해지실 때까지 좀만 더 참고 기다려드리자. 힘들고 문제가 있었던 어린 시절과 가정환경에서 살아야 하셨으니깐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어머니가 힘들고 문제가 있었던 시간을 보내셨었다는 것을 아는 건, 그전에 양육코칭을 3개월 간 진행하면서 들려준 여러 이야기들과 보여준 모습들, 그림검사를 통해 알 수 있었던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이 아이 위로 누나들이 있었는데 모두 저희 유치원을 다녔었죠.



이 분이 가지고 있는 미성숙과 사연을 이해하려고 했었죠. 이렇게까지 뻔뻔한 사람은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며 자꾸 좋게 좋게 이해하려고 했었고요. 그리고 저 자신에게 좀 더 좋은 사람이려고, 좀 더 성숙한 사람이려고 했었죠.



분별을 회피한 대가는 컸었습니다. 다시 그 한 달이 넘는 고통의 시간이 아니라, 일을 마무리하고 난 이후에 유치원 일 뿐만이 아니고 사람들 자체에 대해서도 너무 깊고 크게 상처를 받고 다치게 되었더라고요. 유치원이라는 공간도, 유치원이라는 곳에서의 생활도, 학부모들도 질려버린 것이죠. 더는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요.



겉으로는 흐트러지지 않고 제 역할을 하려고 했고, 그렇게 꾹 누르고 참고 있었지만, 사실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거였죠. 극심한 스트레스 후에는 번아웃과 무기력이 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전 폐허가 되어버려 있었습니다.



제 노력이 이렇게 허무하게 되어버리고, 제가 드렸던 정성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짓밟혀버리고, 제가 최대한 붙잡고 있으려고 했던 배려가 너무도 바보 같은 짓이었음을 느끼게 되니 힘들더라고요. 저도 사람인지라.



그 이후로, 종종 뉴스에 맘카페로 인해 유치원 교사가 극단적을 선택을 한다거나 악성 학부모로 인해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교를 그만두고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었다는 기사를 접할 때면, 이때 생각이 나곤 합니다.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을지, 왜 학교를 그만두고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는지, 당사자들이 보고 듣고 접해야 했던 것들로 인한 고통과 괴로움을 누구보다도 직접 겪어 잘 아니까요.



그리고 분별없이 노력과 정성을 들이고 배려를 하는 것이, 좋게 좋게 이해하고 잘 지내려고 애쓰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죠. 그래서 심리카페에 오시는 커플이나 부부 같은 경우, 좀 더 날카로운 분별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알려드리곤 했었습니다. 좋고 착한 모습이 훼손되고 손상되지 않을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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