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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남동 심리카페 Oct 26. 2024

크리에이터로 인정받고 런처 프로그램 참여 멤버로 뽑히고

이제 5일 뒤면, 연남동 심리카페라는 공간은 사라지게 됩니다. 이 공간은 정리가 되고 철거가 되죠. 건물주님께서 천장의 에어컨까지도 모두 철거를 해달라고 요구를 하셔서 정말 제가 8년 전 처음 이 공간을 들어왔을 때의 모습을 보고 나가는 경험을 하게 될 예정이랍니다. 8년의 흔적이 하루 만에 사라지게 되는 모습도 경험하게 될 예정이죠. 그렇게 분수대가 바로 앞에 보이며 많은 사람들이 와서 상담을 받고, 어떤 분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던 곳은 연남동에서 흔적 없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8년이라는 시간을 정리하며 글을 쓰고 있으면 있을수록 이곳에서의 마지막 날은 점점 더 다가가고 있음을 생각하게 되어 마음이 이상해집니다. 멈추고 싶기도 하고, 붙잡고 싶기도 하고, 지금의 이 시간을 길게 늘려 좀 더 오래 이 공간 안에 있고 싶어 진답니다. 다음 날의 시작을 맞이하기 싫어 잠을 자지 않고 무언가를 하고 있게 되는 그런 심정이랍니다. 지금 이 글도 바로 곧 사라질 공간에서 쓰고 있죠. 



저의 사연과 시간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오셨던 많은 분들의 사연과 시간이 있었던 곳이기에 사라지게 되는 것에 대해 아쉬움과 그리움, 미련과 슬픈 마음이 크답니다. 그래서 제 심리카페에 대해 생각하며 하나씩 정리하고 싶었죠. 기록하다 보니 제가 무엇을 하고 싶어 했었는지, 왜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그러고 싶어 헸는지에 대해 다시 되네여보게 됩니다. 



어릴 때 다르게 자랄 수 있었다면, 다른 삶을 살 텐데.


 

이  생각에서 시작한 여정이 연남동 심리카페에까지 이어졌던 것이죠. 사람 만나는 것에 부담과 긴장을 잘하는 제가 8년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주었던 힘이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오셔서 눈물 흘리고 가게 만든 원천이기도 했었죠. 저는 항상 어떤 시간을 보내오셨는지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깊이 있게 다뤄드렸었거든요.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책 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읽었다는 것은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 심리카페에서 듣고 읽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5천 개가 넘습니다. 말로만 듣고 읽는 것이 아니라 그림검사 그림과 컬러 테라피와 보여주시는 모습들과 함께 읽기 때문에 피상적이지 않게 살아온 이야기와 살고 있는 이야기를 읽었죠. 똑같은 이야기는 하나도 없이 다 다른 이야기들을요. 



살아있는 진짜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알려줄 수 있는 내용도 많다는 것이더군요. 더욱이 병원이나 상담소가 아닌 심리카페이기에 살아온 이야기와 살고 있는 모습이 저도 부럽고 멋있는 분들도 만나게 되고, '이렇게도 문제를 풀어갈 수 있구나',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를 생각하고 느낄 때들도 많았답니다.



그러다 제주도와 연남동을 매주 오가며 생활하고 있었던 2년 전쯤에 제주도 집 근처에 있는 9평 남짓한 작은 카페에 들어가 거기 사장님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라는 새로 론칭한 플랫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줄여서 '네프콘'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처음에는 우연히, 그리고 가볍게 '네프콘'이라는 플랫폼에 <연남동 심리카페>라는 필명으로 글을 연재하기 시작을 했었습니다. 저는 들려줄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과 모습들을 알고 있었고, 그 이야기들과 모습들을 녹여낸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매주 두 번씩 글을 만들어서 올렸었는데, 제주도에 있을 때 글을 구상해서 올렸었습니다. '네프콘'은 유료 구독 플랫폼이었고, 제가 바랐던 것은 제주도에 있을 때 쓰게 되는 커피 값 한 4만 원 정도였었습니다. 한 달에 4만 원을 벌려면 구독자가 10 명 정도는 되어야 했었죠. 처음에는 그게 가능할까란 생각을 했었어요. 유료 구독이 지금보다 더 익숙하지 않았던 2년 전이었으니까요. 



당시 제주도에 있었던 시간인 화요일과 수요일에 바다가 펼쳐져 있는 공항 앞쪽 바다에 있는 카페 거리에 있는 카페를 자주 갔었습니다. 제주도에 구한 집에서 걸어서 20분이면 바로 바다가 앞에 펼쳐지는 카페에 앉아서 바다를 보며 글을 쓸 수 있었고, 저는 그 시간이 참 좋았답니다.



그렇게 네프콘에 글을 올린 지가 어느덧 2년의 시간이 넘어가고 있네요. 매주 제 심리카페에서 상담을 해드리다가 여러 이유로 못 해 드렸던 이야기들이나 부족하게 느껴졌던 내용을 글로 풀어낸 콘텐츠를 만들어 업로드를 하는 것이 좋고 재밌었습니다. 



심리카페에서 못 해 드리는 이야기가 생길 때는 다음 예약 팀이 기다리고 있어서 주어진 시간인 한 시간 안에 이야기를 드리게 될 때 자주 일어나게 됩니다. 제 심리카페에서의 시간은 무척 빨리 흘러가버리거든요. 그림검사 그림을 그리고 컬러 테라피 카드를 진행하고 어떤 시간을 보내오셨는지에 대해 물어보며 파악하는 데에만 시간이 30분이 넘게 소모게 되고, 저도 깊이 있고 세심하게 내용을 살피고 궁금해하시는 것을 알려드리다 보니 함께 집중을 많이 하게 되어서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아요. 그럴 때면 네프콘 링크를 보내드리고 그 주에 못 다 드린 이야기를 글로 만들어서 올려드리겠다고 이야기를 드리고 제주도에 와서 글을 만들어 올리곤 했었죠. 



또 다른 경우는 함께 온 상대에 대해 정말 해드리고 싶은 내용을 차마 다 못 드린 내용을 제 네프콘 채널에 글로 만들어 올리곤 했었죠. 심리카페에서 한정된 시간을 네프콘이라는 채널을 통해 확장된 A/S 공간으로 활용하게 되기도 헀었죠. 그리고 그렇게 하나씩 만들어진 글들이 누적되다 보니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곳이 점점 되어 갔었답니다. 지금 들어가 보니 지금까지 올린 글이 290개가 되네요. 매번 못 다 드린 이야기, 부족하게 느껴지는 이야기, 아쉬운 이야기들이 있어서 추가하고 보완하고 싶어 올리다가 종종 다루었던 내용을 정돈된 글로 정리해서 올리다 보니 꽤 많은 글들을 만들어 올렸었네요.



더욱이 점점 글을 쓴다는 느낌보다 하나의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느낌이 커지다 보니깐 그것도 신선했었습니다. 일단 제 개인적으로는 다음의 브런치는 글을 쓴다는 느낌이고, 네이버의 네프콘은 콘텐츠를 만들어 업로드하는 느낌이거든요. 그리고 특히 심리 관련된 식상하지 않고 개성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 그동안 심리카페에서 상담했던 경험들과 그 주에 있었던 상담해 드렸던 내용들은 마르지 않는 샘 같이 느껴지네요.





크리에이터로 인정받고 런처 프로그램 참여 멤버로 뽑히고


네프콘에 글을 올리고 있던 올해 5월 중순에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크리에이터 런처 프로그램>에 참여할 채널의 신청을 받는 모집 공고가 떴었습니다. 30개의 채널만 뽑아 4개월 간 다양하고 특별한 교육과 지원을 해주면서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크리에이터 런처 프로그램>은 네이버에서 창립 25주년을 맞이해서 오랜 기간 정성을 들여 준비한 프로그램이라고 하더군요. 참고로 모집 당시 네프콘에는 2,289개의 채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원을 하고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랐었지만 설마 될까?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30개의 채널 중 하나로 제 채널이 뽑히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네이버 본사에서 첫 미팅도 갖고 4개월간 매주 다양한 교육과 지원을 받으며 말 그대로 능력 있는 크리에이터로 육성시키고 성장시키는 시간을 가져보게 되었습니다. 



네이버 본사에서 가졌던 첫 미팅 때에는 얼마나 긴장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내가 뽑힐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왜 뽑혔지라는 생각에서, 내가 그렇게까지 크리에이터로써의 능력이 되나라는 생각을 하다가, 나중에는 날 뽑은 건 네이버 사람들이니깐 뭐라도 이유가 있겠지 난 몰라로 내가 뽑아달라고 억지 부린 것도 아니니깐 이라고 하면 겁나고 불안하고 부담스러운 마음을 달래기도 했었죠. 



저는 글을 잘 쓰거나 크리에이터로써의 능력이 뛰어나고 그러지는 않지만, 그건 있는 것 같아요. 심리카페라는 곳에서의 8년 상담을 해주고 있었다는 점이요. 이야기의 힘을 이야기할 때, 글을 잘 쓰는 것도 힘이지만, 이야기 자체가 독특하고 개성 강한 것도 힘인 것처럼 저의 네프콘에 올린 글들은 그런 독특함과 개성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올해 9월까지 4개월간 접하고 받게 되었던 육성과 성장의 시간이 있어서 그래도 공간으로써의 '연남동 심리카페'는 사라지지만, 연남동 심리카페여서 가지고 있는 힘과 역할은 글이라는 형태의 콘텐츠를 좀 더 경쟁적으로 제작하는 방식으로 도전해 볼 용기를 갖고 10월 이후의 시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카페는 이제 10월로 사라지게 되지만, 11월 중순부터는 연남동에 있는 다른 카페 공간에서 만나서 상담을 해드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와 연남동을 오가며 상담을 해드렸던 경험을 살려서, 제주도에서 상담해 드렸던 식으로 해보려고 하고 있죠. 특히 단골처럼 고민이 있을 때 다시 예약해서 오시는 분들을 생각해서 더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상담은 어떤 형태로든 제공해드리려고 하고 있답니다. 물론 확연하게 글을 쓰고 글이라는 형태로 만들어지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정성을 들이려고 하고 있지만요. 저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답니다. 무엇보다 카페를 정리하면서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 나서 우연히 받게 된 문자 때문에요. 어떤 일이 있었냐 하면요, 다음 글에서 들려드리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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