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져갈지 버릴지
얼마 전 이사를 했다. 전에 살던 사람의 거취를 지우느라 이틀을 내내 닦아야 했다.
끝없이 버리고 지우기를 반복한 이틀이 지난 뒤에야 이사한 집의 문제가 보였다.
구석구석 뒹구는 먼지와 찌들어버린 때, 원인을 알 수 없는 냉장고 누수, 오래된 듯한 싱크대의 악취.
아직도 냉장고는 물을 흘리고 있다.
하루는 괜찮다가 혹시나 해서 열어보면 그 새 물이 채소 칸 아래로 흥건하게 젖어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공기청정기는 8이었는데 퇴근 후에 전원을 켜니 30대를 웃돈다.
싱크대 거름망은 도저히 닦을 엄두가 나지 않아 새로운 거름망을 3번이나 샀지만 크기가 맞지 않는다.
반품과 교환의 무한반복이다.
몇천 원과 찌든 거름망을 바꾸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고장 난 것과 찌든 것, 매일 쌓이는 먼지는 결코 쉽게 바뀌지 않고 나를 감싸고 있다.
나의 고장과 찌든 마음, 쌓여가는 감정들이 매일 나를 감싸고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오겠지.
이사를 하며 남기는 것은 결코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쌓였던 나쁜 습관들,
그리고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구석진 곳의 모습들이라는 걸.
새로운 곳이 필요해서 이사를 하는 건지, 버리고 싶어 이사를 하는 건지.
내가 왜 이사를 하고 싶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며칠이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