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나는 우리를 위한 기도
삶은 존재하는 것들의 온도차를
그대로 사랑할 때 한층 더 풍부해집니다.
가을은 익숙한 얼굴을 다른 색으로 물들이며
그 사실을 알려줍니다.
푹 익은 가을이 기웃거리는 마당.
멀리 보면서 가도 괜찮다며
하늘이 높게 오릅니다.
가을은 어디에 멈추든 그림이 되는
경험을 선물하지요.
하지만 아름답게 피어난 이 그림들이
곧 저물 것이라는 걸 알아서일까요.
곧잘 쓸쓸한 마음이 일고는 합니다.
고독, 그 앞에서 우린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요.
고독, 살아있는 모두에게 찾아왔다 가는
필연적인 것.
이것을 알기만 해도 마음은
알기 이전보다 잠잠해집니다.
완벽한 고독을 쓸쓸하게만 읽지 않게 된 건
방 안 홀로 있던 내 자신과 잘 지내는 방법을
알고나서부터
스스로와 잘 지낼 때 채워지는 순간을
맞이하고서부터
자신을 위로하고 인정하는 방법을
터득하고부터
그리고 고독은 더 나은 자리에 나아가기 위한
또 다른 좋은 자리라는 것을 알고나서부터였습니다.
모든 순간은 살아가는 과정 그 일부입니다.
우리를 위한 기도를 합니다.
오늘 밤엔 당신에게 가장 쉬운 언어를 골라요.
이미지, 영상, 음악, 글 무엇이든.
당신이 직접 고른 언어로 오늘 밤엔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더 기쁘게 해 주세요.
더 많이 품어주세요.
스스로가 만든 좋은 기억들이 모여 좋은 향이 되고, 그 향은 아주 멀리까지 퍼져나갈 거예요.
많은 이들을 기쁘게 할 것이고요.
오늘은 당신의 안온함을 위해 마음을 담아
주문을 욀게요.
있는 그대로 충분해요.
그 모습 그대로 반짝이는 시간을 살아요.
제 앞의 당신은 또 다른 제 자신이라 생각해요.
당신이 기쁜 것은 제게 좋은 일이에요.
제 자신을 위해 당신의 평안을 기도해요.
천천히 이곳에서 우리 더 따듯한 지금을 살아요.
문장과 문장 사이를 읽을 줄 아는 사람
물결과 물결 사이에 흐를 줄 아는 사람
그 모든 사이에서 감정의 결을
스스로 쓰다듬을 줄 아는 사람
또한 빛처럼 따듯하게 직진할 수 있는
그런 파동의 사람으로.
사진을 보내니
"비행기가 높은 도 자리에 있네."
라고 답장이 왔어요.
오래 깊이 있게 읽어주는 이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낮은 도의 자리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오늘 밤엔
내가 어느 자리에 있는지 기억해요.
내가 누구인지 기억해요.
그리고 내 반대편에 있는 또 다른 나를 기억해요.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 완전한 하나의 우주라는 것을요.
오늘 밤엔 당신의 마음에
새벽의 등대 같은 불을 켜 둘게요.
마음 안에서 부는 낯선 목소리가
익숙해질 때까지요.
그래야 마음껏 길을 잃을 수 있을 테니까.
잃어버린 길에서 찾게 될
당신의 세계를 진정으로 환영하는 마음을 담아,
우리 이제 기쁨으로 고독을 읽어 볼까요.
#솜조각
https://brunch.co.kr/@apieceofsom/7
글 그림 솜이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