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솜이불 Nov 13. 2019

완벽한 고독을 쓸쓸하게 읽지 않는 방법

가을을 나는 우리를 위한 기도

삶은 존재하는 것들의 온도차를

그대로 사랑할 때 한층 더 풍부해집니다.


가을은 익숙한 얼굴을 다른 색으로 물들이며

그 사실을 알려줍니다.


푹 익은 가을이 기웃거리는 마당.


멀리 보면서 가도 괜찮다며

하늘이 높게 오릅니다.


가을은 어디에 멈추든 그림이 되는

경험을 선물하지요.


하지만 아름답게 피어난 이 그림들이

곧 저물 것이라는 걸 알아서일까요.

곧잘 쓸쓸한 마음이 일고는 합니다.




고독, 그 앞에서 우린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요.



고독, 살아있는 모두에게 찾아왔다 가는

필연적인 것.

이것을 알기만 해도 마음은

알기 이전보다 잠잠해집니다.



완벽한 고독을 쓸쓸하게만 읽지 않게 된 건

방 안 홀로 있던 내 자신과 잘 지내는 방법을

알고나서부터

스스로와 잘 지낼 때 채워지는 순간을

맞이하고서부터

자신을 위로하고 인정하는 방법을

터득하고부터


그리고 고독은 더 나은 자리에 나아가기 위한

또 다른 좋은 자리라는 것을 알고나서부터였습니다.



모든 순간은 살아가는 과정 그 일부입니다.



우리를 위한 기도를 합니다.


오늘 밤엔 당신에게 가장 쉬운 언어를 골라요.

이미지, 영상, 음악, 글 무엇이든.

당신이 직접 고른 언어로 오늘 밤엔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더 기쁘게 해 주세요.

더 많이 품어주세요.

스스로가 만든 좋은 기억들이 모여 좋은 향이 되고, 그 향은 아주 멀리까지 퍼져나갈 거예요.

많은 이들을 기쁘게 할 것이고요.

오늘은 당신의 안온함을 위해 마음을 담아

주문을 욀게요.


있는 그대로 충분해요.

그 모습 그대로 반짝이는 시간을 살아요.


제 앞의 당신은 또 다른 제 자신이라 생각해요.

당신이 기쁜 것은 제게 좋은 일이에요.

제 자신을 위해 당신의 평안을 기도해요.


천천히 이곳에서 우리 더 따듯한 지금을 살아요.




문장과 문장 사이를 읽을 줄 아는 사람

물결과 물결 사이에 흐를 줄 아는 사람

그 모든 사이에서 감정의 결을

스스로 쓰다듬을 줄 아는 사람


또한 빛처럼 따듯하게 직진할 수 있는

그런 파동의 사람으로.



사진을 보내니

"비행기가 높은 도 자리에 있네."

라고 답장이 왔어요.

오래 깊이 있게 읽어주는 이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낮은 도의 자리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오늘 밤엔

내가 어느 자리에 있는지 기억해요.

내가 누구인지 기억해요.


그리고 내 반대편에 있는 또 다른 나를 기억해요.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 완전한 하나의 우주라는 것을요.



오늘 밤엔 당신의 마음에

새벽의 등대 같은 불을 켜 둘게요.

마음 안에서 부는 낯선 목소리가

익숙해질 때까지요.

그래야 마음껏 길을 잃을 수 있을 테니까.


잃어버린 길에서 찾게 될

당신의 세계를 진정으로 환영하는 마음을 담아,

우리 이제 기쁨으로 고독을 읽어 볼까요.



#솜조각

https://brunch.co.kr/@apieceofsom/7

글 그림 솜이불






이전 06화 하늘의 언어는 심장만이 읽을 수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