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책 중 발견한 것들
진정한 스승은 어디에 있나요
빛이 내려앉은 담장,
하늘거리는 들꽃 무리,
사이좋게 익어가는 벼,
날아오르는 하얀 새.
자전거 타며 만나는 장면들.
흩날리는 풍경 속에서
자전거를 붙드는 진한 향이 있다.
보라색 칡꽃의 향.
가을 무렵의 향이다.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꽃향을 맡는다.
달큰한 꽃향을 맡으며 그늘에서 열을 식힌다.
다시 다리에 힘을 주어 나아갈 힘을 얻는다.
자전거 산책 후에 친구를 만났다.
그녀는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이맘때가 꽃차 만들기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매년 가을이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꽃을 따러 갔다고.
꽃차 만드는 방법을 배우며
겨울 기다리는 법을 함께 배운다.
다 같이 둥글게 모여
도란도란 예쁘게.
다정히 흐르는 마음.
[순한 꽃차 만드는 방법]
1. 꽃을 딴다.
2. 꽃을 펼쳐두고 벌레들이 나오길 기다린다.
3. 꽃잎을 그늘에 천천히 말린다.
있는 그대로의 레시피.
"시골에서는 꽃이 가득하니까.
굳이 꽃을 다치게 할 필요가 없어.
천천히 기다리면 돼."
선한 지혜의 향을 나누는 가을의 오후.
'진정한 스승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을 지니고 다닌 적이 있었다.
옛 스승들은 진리를 전하기 위해
각 마을을 7년, 4년, 2년 만에 찾았다고 한다.
마을 별로 진리를 전하기 위해
방문하는 시기가 달랐던 것은
전해 받은 뜻을 품고 사는 시기가
마을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자신의 앞을 밝혀줄
등불 같은 이야기를 지닐 수 있는
시간이 각기 다르다.
그러므로 자신의 주기를 찾아
스승의 지혜를 받아 적어야 한다.
'사람은 머리 셋이 맞대고 살아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문득 깨닫는다.
물음의 답은 언제나
길 위에서,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의 지혜 속에서,
그리고 내 안에서 찾을 수 있었다.
길 위, 내 앞의 당신, 그리고 나 자신.
우리는 모두 자연의 일부이다.
진리를 전하던 옛 스승들은
어쩌면 '자연'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가슴 안에 물음이 피어오른다면
가을에는 숲길을 걸어보는 걸 어떨까.
진정한 스승은 도처에 있다.
매일 다른 얼굴로,
고유의 향을 지니고서.
당신만의 지혜의 주기를 만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솜조각
사진 글 솜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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