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하늘이 가르쳐 준 것
"네 심장이 뛰는 곳으로 가. 그곳이 네가 있어야 할 곳이야."
정처 없이 하늘만 쫓았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해 여름엔 눈 뜨고도 눈먼 사람이었다.
나아가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니
그저 하늘을 읽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아름답다 여기며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가 전화를 주셨다.
어린 물고기들을 바다로 돌려보내며 스님께 배운 불교 용어가 있다고.
"휘향, 마음을 풀어 하늘로 나리는 것."
바람 부는 하늘에 스카프가 날아가는 모양처럼
몸 안에 돌고 있는 마음을 휘휘 둘러 하늘로 가벼이 날리는 일.
묻지 않아도 종종 어머니는 이렇게 답을 보내주신다.
하늘은 이미 모든 것을 행하고 있다.
그저 지금 그대로의 마음을 하늘로
풀어 올리면 되는 일이었다.
하늘을 바라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마음을 한 꺼풀 날려 보냈다.
뭉게뭉게라는 표현을 만든 사람은
아주 오래 하늘을 사랑한 사람이었겠지.
이전보다는 가벼워진 마음으로
커다랗고 아름다운 구름 앞에
넋이 나간 채로 오래 서있었다.
여름의 오후는 많은 것을 기다려준다.
길을 잃었다는 걸 인정하고 나니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올라왔다.
그 물음의 답은 하늘이 주었다.
오래 바라본 대상은
바라보는 이의 안으로
자연스레 스민다.
가야 하는 방향은 다른 데에 있지 않았다.
하늘을 품은 나의 선택이 방향이 된다.
"하늘의 언어는 심장만이 읽을 수 있다."
두근거리는 지점에서 셔터를 누르고
느껴지는 것들을 읽고 시로 짓고 노래했다.
그저 심장이 뛰는 곳에 서있으면 된다.
살아가는 일이 모두 하늘의 언어를 짓는 일이니까.
바라지 않고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늘로부터 배웠다.
하늘이 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나 역시 하늘 앞에 있었다는 것 알게 된 그 순간,
나는 눈을 떴다.
#솜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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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솜이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