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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이불 Nov 16. 2019

헤어짐에 대처하는 자세

철새가 그리고 간 궤적을 따라서


1.

안녕, 우리 다시 만나자. 다시 만날 땐 따뜻한 남쪽나라 이야기를 들려주어.


2.

스치는 바람이 대신 말한다.

우리는 모두 순한 살결을 지녔다고.

가을 한 입 마시고 눈을 감으면 들을 수 있다.

언제나 품어지고 있다는 감각을.

 

3.

오래 지니고 있던 관성이 물러져간다.

방 한 구석에 앉아있던 복숭아처럼.

데리고 올 땐 몰랐던 것처럼.

가을은 방문을 넘었고 나는 푹 익는다.  


4.

같이 들어요.

혼자 추는 춤 - 언니네 이발관

미안하다 - 백자

꿈 - 김윤아

넌 쉽게 말했지만 - 조원선



5.

안녕이라고 발음되는 순간들은

거의 시리고도 아릿하지만 또 씩씩하게

우리는 우리의 겨울을 향해 걷고,

봄을 향해 먼저 유연하게 날아가는 이를 봅니다.


다시 볼 날 그리 멀진 않겠지요.

네, 적당한 날 애틋하게요.


6. 눈, 코, 입술. 너의 얼굴. 혹은 나의 얼굴.


7.

꿈에서도 전할 수 없었던 마음이 공중에 흩어져 나부낀다.



8.

그대는 내 사진에서 다(茶) 향이 난다고 했다.

깊게 우린 차향이. 나는 헤아린다.

우리 함께 차를 우리던 시간들을.

그대가 전한 한마디로 쉬이 시간을 넘나 든다.

시간 속 우리의 대화에 새겨진 다정을 마신다.  


9.

창문을 여니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로 방 안이 금세 가득 찬다.

혼자 방 안을 걷던 감정이 잠시 눈을 감는다.

차가운 공기가 발목을 훑는다.

으아, 푹 끓인 바지락 국이 먹고 싶다.


10.

끝.

11.

그리고 다시, 다시.


12.

안녕.

안녕하세요.



*

이번 글은 쓰면서 조금 힘들었는데

아직 그 순간에 남아있는 감정들이

몸에 새겨져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새에게서 배운 것처럼

우리는 순환하고 있고

이토록 귀한 지금을 살고 있으니까.


다시 만날 아름다운 나날을 위해

그대 편안한 곳에서

잘 쉬고, 잘 먹고, 잘 자고

또 만나요.



https://brunch.co.kr/@apieceofsom/9


#솜조각

사진 글 솜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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