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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이불 Nov 16. 2019

우리가 되어야 할 것은 결국 우리의 얼굴

겨울 일기


얼어붙은 강.

소복이 내린 눈.

달려가는 아이.

이름을 부르던 음성.


작고 예쁜 것들이 하늘하늘 내려앉아 채워진 설국.


새하얀 겨울 손바닥 경계를 따라 걷는다.



마음이 시리던 나날 중에

누군가 내게 물었습니다.

"그대가 두려운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머리 속을 걸어다니는 두려운 것들을 헤아리다 차마 모두 말할 수 없어 털어놓습니다.

"저는 두려운 것이 많습니다."


그는 제 말이 끝나자마자

"당신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당신 자신이군요."

라고 저의 눈을 마주보며 말했습니다.


진실을 마주하고나니 

몸이 뜨거워졌고,

'더 이상 무서울 게 없구나.'하고 알아차립니다.


*Dear my christmas.


오늘 밤엔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해 앞에 두어요.


버터 향이 진한 빵 한 조각과

따뜻한 감자 수프 크게 한 컵.

예쁜 사람이 보내준 향초를 태우고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읽다 잠이 들 예정입니다.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하루를 살아요.

겨울에는 겨울식의 애정을 보내며.


있는 그대로 충분해요.


덕분에 한 해 잘 보냈습니다.

마음이 평안하고 즐거운 일기 가득하기를

내면이 풍요로워지는 순간들을 더 많이 마주하기를

스스로에게 가장 빛나는 오늘을 살아가길

바라고 바라겠습니다.


그곳에 있어주어서 오늘도 고맙습니다.


우리가 되어야 할 것은 결국 우리의 얼굴.


언제 어디에서부터 떠오른 것인지

무엇으로부터 지어졌는지

앞으로 어떻게 떠오를지를 기억해요.


우리의 지금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아주 높은 곳에 서서 세상 어둠 속

가장 환한 얼굴을 들여다봅니다.

바라지 않고 기도 합니다.


기도는 이미 모두 내면에서 발현되고 있으므로.

모든 얼굴을 위해 기도 합니다.


네 이미 환하고 맑고 충분한 우리의 복된 새해.


#솜조각


사진 글 솜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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