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쓰다듬어 느끼는
사랑받고 싶은 존재는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다. 두 번째로 온 인도에서 처음으로 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더럽고 병균이 있을 거란 말보다 그들의 작은 머리를 만져주고 싶은 생각이 더 앞섰다. 소의 머리를 처음 만져본다. 털이 생각보다 빳빳하고 억 센 느낌이다. 가만히 있는 소의 모습이 귀여워 그의 눈도 바라보고 기다란 속눈썹도 보았다. 이마에 난 흰털인 줄 알았는데 누군가 축복을 내려주듯 찍어준 빈디였다.
잠이 든 송아지가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었는데 세상모르게 자고 있다. 주변으로는 오토바이와 차, 사람들이 지나가고 공사장의 소리도 뒤섞여 시끄러울 텐데 곤히 잠들어서 내가 쓰다듬는지도 모르게 잔다. 그 모습이 천사 같다. 내가 키우는 송아지도 아닌데 자꾸 뒤돌아 보며 잘 자는지 확인하면서 갔다.
크리슈나예요. 강가를 산책하는데 어떤 인도아주머니가 와서 개를 소개해주었다. 크리슈나, 인도의 개들마저도 신의 이름이구나 하고 개의 얼굴을 보는데 눈이 정말 매력적이다. 나는 개의 눈이 아름다운 아이라인을 가졌다고 말했고 아주머니는 크리슈나가 자연적으로 가진 눈이라고 웃으며 말해주었다. 크리슈나, 아름다운 눈을 가진 개를 만났었다.
인도에선 고양이를 만나기 힘들다. 소와 개, 말, 당나귀를 더 많이 본다. 그래서 고양이가 나타나면 살금살금 다가가서 봐야 한다. 관심 없는 척 도도하지만 나의 주변을 맴돌기도 하고 옆에 앉아 스르르 잠들기도 한다. 고양이는 어딜 가나 귀엽다.
골목을 지나는데 반갑게 뛰어오는 강아지, 마트에서 만난 쓰다듬으면 눈을 감는 개. 한 달 동안 자연과 동물들이 있는 환경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았고 손으로 쓰다듬으며 웃었다. 사랑을 필요로 한건 그들이 아니라 나였다. 그들이 순수한 사랑을 나눠주어 그저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채워지는 마음을 느꼈다. 이제는 사진으로 그 감촉을 떠올려본다. 눈보다 손끝에, 손끝보다 마음에, 그들의 체온과 사랑이 오래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