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하루 만에 겨울의 모습을 한 풍경들.
겨울은 나에게 특별한 계절이 되어 나무에 핀 눈 꽃을 보면 언젠가 봤던 풍경이 겹쳐 보인다.
언제 가도 나를 아이처럼 맞이해주는 시골에서 할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밥을 먹고 한가로이 누웠다. 할머니는 나에게 따뜻한 아랫목으로 가라며 재촉하신다. 스르르 잠이 들다 일어나면 언제 깎으셨는지 과일 한 접시가 근처에 있다. 눈만 떠 있으면 맛있는 모든 것을 먹이고 싶으신 할머니는 자꾸만 주방으로 가신다.
보잘것없는 어른이 되어도, 내가 무엇인지 증명해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나를 안아주는 곳이 있기에 도시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시골에서 주는 평온함과 아무것도 없는 홀가분함이 좋았기에 집으로 가는 길목에선 갑자기 눈물이 나기도 했다.
각자에게 필요한 것이 다 다르듯 나에겐 그런 것들이 필요했다. 말하지 않아도 말없이 안아주는 위로들, 영혼을 채워주는 소박한 음식들, 같이 먹고 같이 누워 낮잠 자며 보내는 시간이.
하루에 느끼는 감정 중 높고 낮음이 없는 수평적인 호흡이 깊은숨을 쉬게 한다. 입술을 꾹 깨물지 않아도, 긴장으로 들쳐 올려진 어깨를 손으로 주무르지 않아도 되는 포근하고 맑은 곳. 언제나 나는 지금의 나이면 된다고 말해주는 모든 장면들이 이곳에 있기에 지쳤거나 놓아버리고 싶은 감정이 일 때면 자연스럽게 찾아오게 된다.
그러면 나는 거기서 사랑을 먹고, 어깨를 감싸주는 바람을 느끼고 돌아온다. 도시에서의 영혼 없이 난사되는 불빛들에 무언가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나의 시골로 갈 때가 된 것이다. 버스표를 끊고, 배낭을 꺼내고, 잠옷과 간단한 물건들만 챙겨 방 한켠에 놓는다. 그 배낭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받을 사랑에 조금씩 채워지는 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