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을 말하지 않을 때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보여주는

문득 사랑한다는 말을 언제 했었는지 까마득 해지는 날이 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사랑한다고 했던 때가 언제였을까.

인도를 사랑한다고는 잘만 말하면서 어떤 대상을 향해 사랑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 그렇게 내가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이라는 단어를 말하지 않고 있음을 느꼈다. 연인 간의 사랑이나 내가 생각하는 모양의 사랑만이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더 사랑에 각박하게 굴었다. 나의 기준에 맞아야 하고 더 좋은 물건을 고르듯 깐깐한 시선을 보냈다. 그런다고 좋은 것은 없을 텐데.

사실은 어제 조금 지쳐서 그림자 같은 감정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동안 잘 지내다가 다시 빛의 반대편에 있는 기운이 느껴져서 무서웠다. 그날은 사람들이 하는 질문과 시선에 지쳐 나 스스로를 감싸기 버거운 날이었다. 그럴 때면 나 말고 다른 존재가 나를 안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진다. 그런 존재는 없으니 나는 나 스스로를 보듬어주어야 한다고 또 그렇게 다독였다.

 

오늘은 어제의 나를 지켜보기라도 한 듯, 모두가 나에게 말없이 사랑을 말해주었다. 내가 자주 가는 공간이, 사람들의 웃음이, 마음을 담아 건넨 선물과 편지가 나를 향해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모양의 사랑을 가르쳐주고 그것을 내가 느끼게 해 준다.

이런 모양도 사랑이야.

사랑한다는 말 없이 사람들은 사랑한다고 나의 눈을 보며 이야기한다. 내가 사랑을 말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내 안에 남아 있는 사랑을 느끼게 할 수 있도록 나 대신 사랑을 말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남아있기에 네가 이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거야.라고 하면서. 나는 언제나 안내하는 사람이지만 나를 인도해 주는 것은 그들이다. 오늘 새로운 사랑의 모양들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