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와, 하꼬 강연자는 어떻게 먹고 사냐

컴백 후의 위화감에 대해

솔직히 힘들 줄은 알고 있었다. 

근데 이정도 일줄은...


내가 강사로 처음 활동한 때가 2010년대 후반이다. 솔직히 모아놓은 돈도 없었고 비싼 마케팅 따위는 할 수 없었다. 한 명이라도 더 모셔서 내 강연을 알리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해서 무료 강연만 주구장창 열었고, 그 결과 입소문을 타서 강사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때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서로 으쌰으쌰 하며 잘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자주 이용하는 온오프믹스와 같은 강연 정보 사이트에는 나와 같이, 자본도 없고 노하우도 없지만 해보겠다는 의지는 가득했던, 열정적인 초보 강사들이 올린 강연 정보가 많았다. 그 당시, 나는 강연도 많이 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남의 강연도 참 많이 들으러 다녔다. 그땐 볼 것도, 배울 것도 참 많았다. 몹시 배고팠지만 그다지 외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혼 퀘스트



결혼 퀘스트를 수행하느라 나는 강사 일을 접었다. 그리고 최근에야 아내의 허락을 얻어 강사로 다시 복귀했다. 예전에 맨 땅에 헤딩하며 쌓아뒀던 자산은 다 날아간지 오래였다. 이젠 날 불러주는 곳도 없었고, 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브런치스토리도 조회수가 예전같지 않았다. 그러나 이건 다 예상 범위 내의 일이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건 따로 있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던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단 거다. 트렌드 파악 겸, 다른 사람의 강연을 보고 배울 요량으로 나는 온오프믹스, 이벤터스와 같은 강연 정보 사이트들을 뒤졌다.


근데 이상했다. 예전에는 흥미로운 주제의, 개인 주도의 강연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걸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구체적인 직무 교육, 자격증 교육에 관한 강연이 제일 많았고 그 다음이 창업, 마케팅, 그리고 자기계발 부류의 '돈 잘 버는 법', '부자되는 법' 강연 정도였다. 


사실 주제보다는 누가, 왜 열었는가에 나는 더 관심을 가졌는데 예전에는 개인, 즉 '하꼬'들이 많았다면 이제는 소위 '기획'에 힘이 들어간, 기업형 강연이 훨씬 많아졌음을 알게 되었다. 혹은 연예인 등 유명인을 앞세운 강연이 자주 눈에 보였다.



예전에는 온오프믹스에 소위 '날것'의 강연도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게 없어진 기분이다... 다 디자인도 잘 되어 있고, 뭔가 '기획'의 냄새가 난다.


하꼬들은 다 어디로 간 건가



요즘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코로나19 때 어중이떠중이(?)는 다 쓸려 나갔다고도 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확실히 살아남을 만한 주제(AI, 마케팅, SNS, 취/창업, 직무교육, 자격증 취득 등)만 남겨진 기분이다. 새삼 슬프다. 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혹은 내가 바보같은 건가, 싶은 생각도 한다. 나도 확실히 돈이 될 만한, 돈과 관련된, 돈을 위한, 현실적인, 실무적인, 효율적인 그런 강연을 해야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을 한다.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심리학 강연으로 어떻게 밥벌어 먹고 살겠다고. 내가 그렇다고 셀럽인 것도 아니고, 내 얼굴 보고 찾아와주는 분들도 없는데.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 

강사로서의 내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불경기에는 이런 거... 하면 안되는 건가?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절 믿고

강연 의뢰 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이전 07화 초보 강연자의 잘못된 습관 한 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