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iemouse Feb 22. 2021

죽을만큼 열심히 해봤니?

어느 자기 계발서의 문구

'이정도면 최선을 다했다. 이래도 안되면 어쩔수 없지.'


 가끔 이런 생각, 아니 자주 이런 생각을 했다. 시험이나 면접을 앞두고, 회사 일을 할때, 아니면 내키지 않는 인간관계에서, 난 최선을 다한것 같다. 그만 하고 결과를 기다리련다 라는 생각이다. 어릴때부터 그다지 악착같은 성격이 아니었던 나는 자주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될일은 됐었고 안될 일은 안됐다고 생각했다.


한 지인이 자기계발서를 썼다. 몇년전에 썼던 책인데 나는 인터넷을 보고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은 젊은 나이에 정말 대단한 시험들 그리고 미국의 명문 학교들을 두루 거쳤고 졸업했다. 유학생으로써 아니 미국에서 태어났어도 결코 쉽지 않았을 미국의 명문대학교들의 졸업장을 줄줄이 거머쥐고 변호사가 되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공부만 잘한게 아니라 모든걸, 운동, 그림, 교우관계, 기타 내가 모르는 것들, 정말 모든걸 잘했다. 특이하다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원래 천재였거나. 왜, 그리고 어떻게 저렇게 모든걸 잘 하게 되었을까 깊이 의문을 가지진 않았다. 태어나기를 천재로 태어났나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원래 천재로 태어난 사람들을 종종 보았고, 그 사람들에겐 뭔가를 깨우치고 외우는게 그리 긴 시간을 요하지 않는다는것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이 천재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 사람은 죽을만큼 노력했다고 한다. 학교에서 공부가 힘들다고, 시험에 실패했다고 친구들이 징징댈때마다, 정말 죽을만큼 노력을 해 봤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 사람의 결과물은 과연 '정말 죽을만큼 노력한' 댓가였다.


최근들어 나에게는 커리어에 대한 아주 중요한 결정이 있었고, 또 넘기 힘든 산들이 첩첩산중 이었다. 버티는게 이기는 것이라는것을 나는 지난 십수년동안의 경력을 통해 깨달았다. 하지만 버티는것이 쉬운것은 아니다. 버틴다는 것은 가만히 있는게 아니라 백조가 물 밑에서 발을 열심히 구르듯이, 영혼까지 팔아 발을 굴러야 버텨지기 때문이다. 어느순간에는, 조금 천천히 구르면 안될까 생각했는데, 그렇게 천천히 구르기엔 나의 꿈이 너무 멀리에 있었다. 힘이 들어서 눈물이 났다. 몸은 쉬고 싶은데 그럴수가 없었다. 나는 물려받은 재산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하고싶은것도 참 많아서, 이 알량한 연봉을 포기할수가 없었다. 물밑으로는 프로작을 먹으면서 오만상을 찌푸리며 발을 구르며, 물 밖으로는 남에게 보여지는 안위함과 어떤 위치를 붙잡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저 문구 "죽을만큼 열심히 해봤니?" 를 발견했을때, 나는 내가 지쳤던 아주 궁극적인 이유중에 한가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죽을만큼은 안해봤다. 지쳐서 나가 쓰러질만큼은 해봤지만 죽을 각오로 나에게 닥친 이 상황들을 대면하진 않았다. 그리고 이 둘의 차이를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죽을만큼 열심히 한다는 것은 일단 내 마음의 결심이 죽기전까지는 이걸 붙잡고 해보겠다는 것이고, 그래서 나에게서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나온다. 지쳐 쓰러질때까지 열심히 한다는 것은, 일단 해보다가 지쳐서 쓰러지면 쉬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서 나오는 에너지는 죽기를 각오한 것에 비하면 현저히 낮을수 밖에 없다.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아도 괜찮고,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나 내 앞에 닥친 이것을 이룰때는 끝까지 가 보아야 한다. 끝까지 가보지 못하고 지친다면 해 보았다고 말할수조차 없다. 지치지 않고 끝까지 가보려면 나에게 필요한 한마디는 '죽을만큼 열심히 해 보자' 이다. 

작가의 이전글 드라마 (개인적)리뷰: 크라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