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기억이 나질 않아요.
우리나라 작가 한강씨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여성으로도 최초라고 한다. 축하할 일이다. 대표작으로는 단편 『채식주의자』와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가 있다고 한다. 작품 이름을 들어보니 읽기는 한 것 같은데 집에는 책이 없다. 일요일 아들 집에 가는 길에 책꽂이를 확인했다. 책꽂이에 한강씨의 소설집 『채식주의자』와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가 있었다. 책을 읽고 나서 앞부분에 서명하는 버릇이 있기에 확인해 보니 『채식주의자』에는 2017년 8월 9일, 『소년이 온다』에는 2018년 4월 24일의 날짜와 내 서명과 같이 되어 있었다. 일자로 봐서는 한강 작가가 맨부커상을 받고 나서도 한참 있다가 책을 읽은 것 같다.
그렇다면 정말 읽기는 했는 모양인데, 내용이 기억나질 않는다. 내가 워낙 문학 작품에는 둔감하고 기억력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오래전에 읽은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내용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어서 충격이다. 내친김에 양이 얼마 되지 않는 <채식주의자(『채식주의자』는 단편집으로 그중에 단편 <채식주의자>는 57쪽 정도에 불과하다>를 읽어 보았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할 뿐 예전 생각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다만 ‘채식’과 관련된 새로운 기억이 보태졌을 뿐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뭔가 완결되지 않은 이야기에 이해하기 거북한 부분에 있어서 기억에 장애가 있었나 보다. 차분하게 작품을 이해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을 내서 『채식주의자』 속의 <몽고반점>이나 <나무 불꽃>, 그리고 장편 『소년이 온다』도 차근차근 다시 읽어 작가의 의도를 느껴 봐야겠다.
아무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우리나라의 경사이고, 우리나라 문학계의 경사이고, 늘 주장하는 대로 우리나라 다양성과 수용성에 대한 경사다. 우리가 다양한 시각과 다채로운 환경을 인식하고, 배려하고,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 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우리가 작은 시각과 편견에 집착할수록 우리에게는 더 좁다란 미래만 보이고, 더 넓은 인식과 수용성을 느낄 때 더 넓은 미래가 나타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수상이 우리나라와 세상의 진정한 발전과 행복에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