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테판쯔민다의 평화로운 삶

#죠지아의 동물, 사람, 그리고 자연은 서로 도우며 산다 #카즈베기

by 달의 노래

- 죠지아의 동물, 사람, 그리고 자연은 서로 도우며 산다 -


#1. 말

어스름 저녁 게르게티 마을을 둘러보러 카메라를 챙긴다.
공기가 싸하다.
조용하기 그지없는 동네라 말소리도 크게 못내겠는데 어디서 말소리가 들린다.
열댓살이나 되었을까..청소년으로 보이는 총각들이 말을 타고 올라온다. 따각따각..
짜식들, 너희는 그 어떤 차보다 훨씬 멋진 말을 가졌구나.
누나 좀 태워주면 안되겠니?
애잔한 눈빛을 보내니 못볼 꼴을 본 마냥 허리를 더 꼿꼿이 세우고 무심하게 지나간다.
아무리 늬들 눈에 나이 가늠키 어려운 동양여자라 해도 늬들은 못속이겠구나.

내 욕심이 과했다..

#2. 옴마아~퇴근했~소~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했던가. 여기는 온 동네길이 소똥이고 말똥이다.
우리, 똥으로써 이승길에 있음을 확인한다.
그런데 이 예쁜 송아지 하고 있는 폼이 웃음을 자아낸다.
포인트 캐치를 잘하는 제니와 나는 또 상황극 만드느라 바쁘다.
'쟈는 벌서고 있네. 집에서 쫒겨났어.문 열어 달라고 서 있는거잖아. 할당량보다 더 마이 뭈나?'

우리가 다가가니 창피한 듯 고개를 돌리는 녀석이 어찌나 귀여운지.

이 녀석을 보고 있으니 옛날 우리 옆집 살던 오빠야 둘이 어느 날 홀딱 벗고 집에서 쫓겨났던 장면이 갑자기 생각난다. 겨울이었다.

중학생들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 오빠야들을 어떻게 빤스도 안입히고 내쫓을 수 있었을까.

두 아이의 엄마인 나는 지금 그들을 생각하면서 그 엄마의 모짐을 탓하기 보다 그녀의 카리스마가 새삼 멋지다고 생각되는 건 모짐?

게르게티 송아지는 그래도 털이 있으니 벌서도 춥지는 않겠다.

초인종이라도 있으면 아줌마들이 눌러 줄텐데.

문 열어줄 때가지 기다리는 중


#3. 개님 때문에 옷 버리고..

걷다가 검정개를 만난다.
순간 멈칫한다. 다리가 튼튼하고 새까만 녀석이 우리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거시다.
아무리 개를 좋아하지만 저돌적으로 달려오는 저 개님은 무섭다.
동양아줌마 둘의 비쥬얼이 낯설어 물려고 달려 드는지도 모르니까.
그러다 이 녀석 내 앞에서 순간 브레이크를 건다. 휴..마돌로바.(고맙다)
갑자기 꼬리를 흔들며 내 다리를 감싸는 녀석. 아,놔..이 넘아, 소똥 묻은 발로 격하게 아줌마 다리 끌어안기 있기? 없기?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아예 같이 놀자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다.
격한 애정표현으로 손가락을 깨문다. 너 소똥 먹은건 아니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데 왜 내 손에서 소똥 냄새가 나지?
그렇게 이 까만 개랑 잠시 동행하다 이 넘 다른 여행객들이 보이자 또 달려간다.

너 소똥은 밟았지?


#4. 죠지아의 돼지고기가 맛있는 이유

자그마한 돼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뭔가를 맛있게 먹는다.

엉성한 우리를 비집고 나와서 아예 코를 박고 흡입 삼매경이다.
뭔고 보니 소똥이다.
룸즈호텔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메뉴가 바로 포크바베큐 였는데 돼지가 맛있는 이유가 이것일 줄이야.
그래도 흐믓하다.
여기는 소들이 아침에 산으로 출근해서 드넓은 초원의 풀을 배터지게 먹고, 해지면 정확하게 자기 집으로 퇴근한단다.
시간이 그리 정확할 수 없다나.
대장 소가 출퇴근길을 주도하니 이탈하는 넘 하나없이 안전출근, 안전귀가다.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자유로이 출퇴근을 하며 스트레스없이 배 터지게 풀을 먹은 후 흐믓하게 여기 질퍽 저기 질퍽 내보내는 똥을 먹은 돼지가 안맛있을 리가 있겠는가.

아, 오늘 소똥얘기 느무 많이 했나?
대한민국의 올바른 소똥문화 정착을 바라며..


이 곳 돼지들은 참 작다.
Mountain Kazbegi in Gergeti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