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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a! 바르셀로나!

몬세라트 수도원, 가우디 그리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by 달의 노래

에스파냐 광장에서 친구 만나기

바르셀로나에서 나흘간 지낼 아파트에 들어왔다.
복잡한 람블라스 거리에서 벗어나 있는 조용한 동네지만 바르셀로나의 황금라인이라 불리는 3호선이 집 앞에 있어 위치는 최고다.

마침 목요일~일요일에만 하는 에스파냐 광장의 분수쇼를 보러 간다. 오늘 아니면 볼 수도 없다.
거기서 친한 동생을 만나기로 했는데 수많은 인파에 작은 체구의 그녀와 아들을 찾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카톡으로 서로의 위치를 알려주며 거리를 좁혀가니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여행지에서, 그것도 이렇게 복잡한 야외에서 친구를 만나니 눈물나게 반가웠다.
비주류파인 나와 13살 시현이는 콜라를, 주류파 둘은 잔디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막 시작된 여행 이야기를 신나게 한다.
11시가 훌쩍이다.
엄마의 무릎을 베개 삼아 잠이 든 13살 시현이를 보니 녀석도 바르셀로나까지 온다고 꽤나 고생했나보다.


몬세라트 수도원
우연으로 보여도 모든 시간과 일들은 어떤 필연적인 끈으로 이어진 것 같다.
방학 시작 직전에 눈시울까지 붉히며 읽었던 책은 공지영 작가의 <수도원 기행 2> 이었다.
왠지 모를 편견으로 그녀의 진정성을 의심하였는데 읽다보니 나는 어느새 그녀였다.
마음에 어떤 부름이 있어도 늘 성당 문 앞까지 가서 되돌아오곤 했던 지난 1년이 내겐 어쩌면 필요한 준비기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남편과 나는 몬세라트 수도원에 가는 투어에 참여했다. 책에서 읽은 몬세라트의 역사와 예수회의 이야기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지식 가이드의 설명으로 채울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검은 성모상에 감히 손을 얹고 눈을 감았다.
소원을 청하는 기도가 나올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저 감사함뿐인 시간.
그 시간에 멈출 수 있어 행복했다.
무신론자인 송사마도 기도를 했다.
무슨 기도를 했는지 물어봐도 답하지 않는 그..
그래, 주식이나 로또 소원만 안했으면 됐다..
혹시.. 그거 맞는 거 아인거 아이가?




가우디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뜨거운 날이다.

유로 자전거나라에서 진행하는 가우디 워킹 집중투어 신청을 했다.
지하철과 버스 등을 몇 번씩 타며 바르셀로나의 가우디가 지었던 건축물들과 구엘 공원 등 그의 흔적들을 탐방하러 다녔다.
가이드의 전문적인 설명 없이 가우디의 작품들을 보러 다녔다면 그의 깊은 신앙심과 천재성, 검소한 일생을 모른 채 겉만 보고 왔을 것이다.
스페인 여행의 목적이자 시작이었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성당은 단연코 압권이었다.
한 인간의 일생이 거기에 있었다.
한 나라의 자부심이 거기에 있었다.
세상의 사랑이 거기에 있었다.
조각들의 설명을 듣다 보면 고개는 점점 올라가지고,
갑자기 찾아온 어지러움에 힘들었지만, 나는 자리를 뜨기 싫었다.
남편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엄지와 검지 사이 합곡을 지압해준다.
이럴 때 참 쓸모있다..
성당 안 긴 의자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한 인간의 신을 향한 사랑을 보고 있자니 신이 인간을 사랑하는 이유가 저것이었나 싶다.
인간 가우디는 트램에 치어 행려자로 쓸쓸히 죽어가는 순간에도 신을 사랑할 수 있었을까..
기도실에 혼자 들어 갔다.
의외로 나 혼자 뿐이었다.
기도를 하고 나오니 어지러움과 체기는 사라지고 없었다.
누군가 나를 쓰다듬는 기분을 느꼈다.
신비로운 체험이었다.

나흘의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게 가버렸다.
아침 일찍 보께리아 시장에 갔다.
부지런한 소음은 늘 그렇듯 듣기 좋은 힘이 있다.


아파트 열쇠를 테이블에 놔두고 그라나다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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