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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결 May 18. 2022

About FIFA Diploma in Medicine

운동과 거리두기 하던 초짜 의사의 스포츠의학 입문기

I. 들어가며

지난 해 3월, 운동 처방의 실제를 주제로 한 강의를 통해 몇몇 질환에서 운동 처방 가이드라인이 발간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의학 지식을 갖추기에도 시간이 모자랐던 터라 관련 자료를 다시 살펴볼 기회를 갖지 못했지만, 설령 기회가 있었다손 치더라도 세부 내용을 기억하는 것의 효용이 얼마나 되었을까 싶다. 진료실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짧은 시간 동안 환자를 마주하며 복약 순응도와 부작용, 검사 결과 및 추후 검사/진료 계획 설명에 덧붙여 영양, 식습관, 운동 등의 생활습관 개선을 세밀하게 지도하고 좋은 행태를 권고하기에는 빠듯한 현실을 핑계 삼아보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 진료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내 삶의 전부인 것은 아니다. 진료와 업무 외적으로 나와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곳에서 각자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지식을 조금이나마 갖추고 있다면, 설령 그게 별 게 아니더라도 때에 따라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느낀다. 의료 접근성이 높디높은 한국이라지만, 여전히 간단한 응급처치와 몇 마디 설명에도 쉬이 고마움을 느끼고 표현하는 곳이 또 한국이지 않나.


비교적 건강한 상태에서 을 영위하는 인구집단의 의학적 요구 및 욕구는 예방적 조치나 손상 후 처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17년 러닝/마라톤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이를 체감하며 운동과 스포츠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새내기 의사는 무언가를 배워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을 일상에서 비교적 쉬이 찾았지만, 저조했던 해부학 성적의 트라우마로 인한 근골격계 학습의 거부감과 운동 전후 케어 및 운동에 대한 전문성이 의사가 아닌 트레이너 등 여타 직종에 있음을 이유로 별다른 학습을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실제로 러닝 크루를 운영하고 참여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스포츠 브랜드의 지원을 통해 각종 스포츠 용품 및 물품 등과 더불어 부상 호발 부위의 해부학적 구조 및 비전문/전문 케어 방법에 관해 교육을 받곤 했는데, 이들은 한 번 받은 교육 내용을 구전설화처럼 주위에 퍼뜨리는 경향이 있었다. 고로 이 분야에서 지식을 새로이 나누는 것보다는 부상 상황에서 어떤 검사를 진행할 것인지 곁에서 판단해주고, 짧은 진료 시간에 다 설명하기 어려운 치료 과정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히 전하며 생활체육 도중 부상을 입은 사람의 불안을 경감시키는 편이 낫지 않겠나 싶더라. 그렇게 어느새 해부학/근골격계 학습은 신포도가 되어 있었다.



II. 학습 개시에 이르기까지

그러던 중 전공의 1년 차 생활의 절반 가량이 지난 2021년 11월 경, 의학에서도 변하지 않는 부분, 즉 해부학적 구조 및 영상 소견 등에 대한 학습을 잘해두면 평생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과,  일상적 생활영역에서 수요가 있지만 의사가 직접 관여하고 있지 않아 의료 유사 직종이 성업하고 있는 부문(LSM, 스포츠, 영양 등)은 아주 전문적이지 않더라도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공부해두면 주변 이들에게 보다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해서 이를 재미 붙여 공부할 수 있는 대안적 수단을 찾아 나섰다. 의외로 답은 여러모로 가까이에 있었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즐겨하던 축구 게임 FIFA Online 4를 하다 2020년 스포츠의학에 관심을 둔 지인이 FIFA Diploma in Football medicine(글 제목과 달리 이것이 정식 명칭이다) 취득 소식을 알렸던 게 기억났던 것. 학부 09학번 꼬리표를 달고 생활했던 사람으로서 '해버지'로 불리는 박지성의 리그 및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보며 늦은 밤을 지새웠던 날들은 지금 떠올려도 참 기분 좋은 기억이 아닐 수 없다(그러다 10학번 신입생 환영 엠티에 불참하기도 했다). 더욱이 당시 네이트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해외축구 스포츠 기사를 거의 다 읽던 때에, 어쩌다 단과대학 체육대회에서 축구 경기 해설을 맡아 선수 간 충돌이 있을 때마다 발목 염좌, 헤르니아, 햄스트링 부상 등 뭐가 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주 들리던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어 학과 교수님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던 때가 있기도 했다.


미화된 옛적 기억과 함께 학습할 자료를 검색한 바, 대한축구협회 의무팀에서 공개 업로드한 해부학, 응급처치, 재활, 축구 영양 자료를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으나 적당한 certificate이 발급되면서도 학회처럼 시간 부담이 과중하지 않은 것으로 FIFA 과정의 대체재가 될 순 없겠다 싶었다. 이렇게 만만하게 생각하다 시작해서였을까, 몇 차례 수강해보고서 단시간에 될 것이 아님을 깨닫고 여유 시간에 수강하다 보니 취득에 6개월이 걸렸다.  



III. 과정

짧고도 긴 시간 동안 수강한 본 과정은 사실 등록부터가 쉽지 않다. FIFA 공식 홈페이지에서 검색되는 링크가 깨져있기 때문. 주소는 https://fifamedicalnetwork.com이다. 들어가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보인다. 가입하고 로그인하면 된다.


FIFA medical network는 Diploma 과정 외에도 보다 짧은 기간 학습할 수 있는 여러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짧게 나뉘어 있는 내용을 포괄한 과정이 Diploma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Diploma 소개를 보면 사전 의학적 지식이 그다지 필요치 않다고 하는데, 썩 동의하기 힘들다. 해부학적 구조를 모르는 건 둘째치고 의학 용어가 낯설어 힘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요즘 통번역 기능이 좋으니 이를 이용하면 학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멀쩡한 의학용어를 이상한 단어로 번역하는 경우가 꽤 빈번하다.


학습 웹페이지 인터페이스가 친근하고, 웹 기반이라 현물 교재가 보이지 않아 학습량이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는 양이 상당하다. FIFA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Football medicine 관련 pdf 자료를 받아 볼 수 있으나, Diploma 과정 구성과 순서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고, 없는 내용도 있다. 그럼에도 현물로 책을 인쇄하여 제본해두었다.


총 42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Diploma 과정

Diploma는 4개 대분류로 나뉜 42개 항목으로 만들어져 있으나, 세분화하면 내용을 크게 여섯 갈래로 구분해볼 수 있다. 상지, 하지, 척추 부상, 특정 인구집단의 관리, 스포츠의학에서 주요한 임상상황의 관리, 축구 경기 전/중/후 관리가 그 항목이다.


Summary는 그냥 넘어가지만, Quiz 는 그렇지 않다.

각 항목은 임상적 내용(병력, 검진, 검사, 진단, 치료, 예후, 예방)과 더불어 FIFA에서 만든 신체 진찰 동영상이 임베디드 되어있고, 전문가/선수 인터뷰 녹음 음성 파일이나 comment, 관련 논문 및 참고자료가 항목 별로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겉으로 보았을 때 "그냥 상황에 맞게 그때그때 판단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것들이 사실은 근거에 기반해 이뤄지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하는 면도 있고, 한편으로 아직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영역으로 남은 부분이 또렷이 보이기도 한다.   


웹 페이지에서 제공된 텍스트 외에 링크가 걸린 논문은 거의 읽지 못했는데, 그리 했음에도 항목 별 학습에 1-2시간 정도가 걸렸다. 클릭해서 내용을 읽고 넘기기만 하면 시간은 적게 걸리는데, 골치 아픈 건 매 항목마다 Quiz가 있어 마지막에 열 문제를 풀어 모두 맞추어야 항목 이수 처리가 된다는 점이다. 해서 일부 기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기 나름이지만, 시간이 꽤 소요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IV. 얻은 것

FIFA Diploma in Football medicine 과정을 수강하며 거둔 예상치 못한 수확은 축구 경기를 그저 관람하던 객체가 아닌 팀을 관리하는 주체로서의 관점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풋볼매니저 게임을 하는 것과도 조금은 다른데, 이전에는 축구 경기 결과와 언론이 만들어 낸 스토리 라인 등에만 관심을 가졌던데 반해, 경기 결과에 목숨을 거는 단순한 관중 입장에게 경기 주변부적인 부분이라 여겨질 수 있는 부분에까지 관심이 확장된 느낌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손흥민 선수의 소속 팀 동료였던 에릭센 선수의 급성 심정지, 울산 현대 경기 중 관중의 급성 심정지 등 생각보다 경기 중 빈번히 발생하는 부상 및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대응이 이뤄질지 등을 떠올려보게 된 걸 예로 들 수 있겠다. 덧붙여 얘기하자면, FIFA Diploma 취득과 오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채용/근무 요건과는 아무런 직접적 관련이 없다(실제로 요르단 친구에게 질문을 받은 바 있어 노파심에 밝혀둔다).



V. 마치며

개인적 학습 여정을 캘린더 기록에 기반해 돌아본 바로는 11월 7차시, 12월 4차시, 2월 4차시, 3월 2차시, 4월 16차시, 5월 9차시를 수강했다. 부연하자면 12월, 1월은 본업으로 바빠 학습이 더뎠고 2, 3월에는 헬스장에 등록해 운동을 시작하면서 학습을 잠시 멈추었다가, 운동하며 손목, 등, 허리, 무릎 통증이 발생함에 따라 통증 부위 관절 구조 공부를 해야겠다는 판단 하에 4월 들어 학습을 재개한 것인데, 역시나 당장의 쓸모와 필요가 있는 지식 습득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한다. 한 편 과 내부 발표를 무릎 관절 손상의 영상 소견을 주제로 진행함으로써 과정 이수에 일부 도움을 받기도 했는데, 사고적 필요에 의해 시작한 공부를 실질적 필요에 힘입어 마무리하게 된 셈이라 생각하니 미흡해도 훌륭한 마무리가 아닌가 싶다. 오는 2022 월드컵 개막 전에 마무리한 점도 퍽 마음에 든다.


참고로 이 과정은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IOC sport medicine Diploma 과정도 소정의 등록비가 있는 걸 생각하면 매우 놀랍다. 고로 축구를 좋아하고 생활스포츠에 관심이 있으며, 한 번쯤 축구와 관련된 손상을 리뷰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수강해보기를 권한다. 쉬어가는 코너로 생각해도 무난한 과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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