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자기소개서(1) 경험중심으로 기술
팀장님을 보고 싶어해요
원래 태생이 다른 사람의 기분을 살피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라고 하면 회사에서 나보다 위든 아래든 옆이든 그냥 함께 있는 모든 사람이다. 이왕이면 나 말고도 기분 살펴줄 사람이 많은 위쪽 보다는 아래쪽에 관심을 자연스레 더 두는 것 같다.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이면 어디서 따가리 짓거리 하는 것 보다는 내 경험을 후배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그래서 회사에서 온갖 고민들을 다 듣는다. 사실 고민은 그렇게 누군가에게 말해야 풀린다. 회사를 걱정하는 수 많은 아랫사람들은 그 진심을 윗사람들에게 훼손당한다. 그럴 때보면 윗사람들은 자기 앞 가름 하느라 정신 없고, 오히려 회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걱정하는 사람은 여기 아랫동네 실무자들인 것만 같다.
나도 관리자 놀이 하고 싶다. 밑에 일 던져놓고 쪼아대기만 하면서 ‘다시 해와’ 하면 편한 거 나도 안다. 그런데 태생적으로 그게 잘 안 된다. 나도 라인 타서 능력보다 과한 대접 받고 싶다. 윗사람 기분만 맞춰주면 다른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거 나도 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잘 안 된다. 나도 막 뭔가 본전 생각나고 지치면 일을 던져버리고 싶다. 그런데 팀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거 내가 직접 할 수 있는데, 내가 매번 하면 너희들은 계속 못해보는 거잖아. 시간 여유가 있으니까 초안 잡아봐. 내가 다시 만질 거니까 부감 갖지 말고”
그러니 위에서 보기엔 뭔가 준비가 안된 것 같아 보이나 보다. 우리 편 같지도 않고. 그래도 가끔 반가운 소리도 듣는다. 내가 빠지고 난 조직에서 종종 나를 그리워한다는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연락해보면 누가 보고 싶다고 했다거나 그립다고 했다거나 하는 말을 듣는다.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겠거니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그럴 때면 더더욱 아쉽다. 내가 계속 함께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또 헤어져 있다.
언젠가 우리의 시간이 오겠지. 그렇게 되면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제대로 된 일만 할 수 있겠지.